미드소마 포스터

영화 미드소마의 줄거리를 짧게 짚고 바로 결말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영화가 흘러갈 수록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의문인 상태에서 다니의 옅은 미소로 마무리 지어지는 결말에 대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극장을 나섰을 테니까요.

 

-어두운 화면-

영화는 연락이 되지 않는 다니의 동생과 다니의 메시지로 시작을 합니다. 평소 조울증을 앓고 있던 동생이 의미심장한 메일을 남기고 전화도, 답장도 받지 않으니 애가 타는 다니는 부모님께 전화를해 음성 메시지를 남깁니다. 전화기 속에서 다니의 음성이 흐르는 동안 카메라는 곤히 잠들어 있는 다니의 부모님을 비춥니다. 불안함에 잠을 못 이루는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자신의 불안을 호소하고 다시 친구에게 전화해 자신이 너무 남자친구에게 의존하는 것 같다며 또 다른 불안감을 털어놓습니다.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은 오랫동안 여자친구 다니와 헤어지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많은 않습니다. 친구들 역시 다른 여자를 만나라며 크리스티안을 부추깁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습니다. 다니의 동생은 가스 흡입으로 부모님을 살해하고, 자신 역시 자살해버립니다. 오열을 하는 다니와 그를 쓰다듬는 크리스티안. 모두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밖은 물론 실내도 어두컴컴한 화면입니다.

색감과 영상미로는 공포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어두운 실내를 비추는 빛-

다니는 동생과 부모님의 죽음으로부터 감정을 추스려가지만 문득 문득 가족을 상기시키는 요소가 있으면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오열에 가까운 그녀의 울음은 슬픔보다는 불안과 공포에 가까운 듯 합니다. 다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도 아슬아슬합니다. 처참히 가족을 잃은 여자친구와 쉽게 헤어질 수 없는 크리스티안. 홀로 남겨지는게 두려워 필사적으로 크리스티안에게 맞춰주는 다니. 쉽지 않은 관계입니다. 이들의 일상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 하지제를 보러 여행을 떠나기로 한 크리스티안이 얼결에 다니를 초대해버립니다. 이때까지도 화면은 대체적으로 어둡지만 어두운 공간에 밝은 빛이 스며들어오는 장면이 많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야외공간-

스웨덴에 도착한 이들. 그들을 따라가는 카메라 무빙은 세상이 뒤집혔음을 암시합니다. 이 때부터 눈이 시릴정도의 밝은 장면이 이어집니다. 페레의 공동체 마을에 도착함과 동시에 이들은 대마와 버섯차를 즐깁니다. 이 공동체에는 뒤에도 지속적으로 환각제를 사용하는 장면이 많은데, 이 부분이 바로 지역의 토속신앙, 오컬트 적인 부분을 강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초대받은 외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때부터 현실과 환각을 혼동하기 시작하고 정신과 육체가 이곳 사람들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5월의 여왕이 되어 권력을 쥔 다니.

다시 줄거리로 돌아와, 논문을 위해 펠레의 초대로 이곳에 방문한 크리스티안과 친구들 그리고 다니. 런던에서 머무는 펠레의 형이 초대한 런던의 커플. 이 여섯 외부인들은 공동체를 최대한 존중하며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들의 모습은 딱히 낯설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문화권이 다른 외국에 나갔을 때, 그곳의 문화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다른 여행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갈리는 시점은 두 노인이 절벽에서 떨어져 삶을 마치는 장면부터 입니다. 런던의 커플은 충격으로 심한 반발을 일으키며 그곳을 떠나려 하지만 크리스티안의 몇몇 일행, 특히 조쉬는 심지어 그들이 뛰어내릴걸 알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조쉬의 태도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있는 듯 합니다. 그들의 문화에 고함을 치며 잘못됐다고 하는 런던 커플의 태도가 옳을까요, 아니면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고수해온 문화이니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쉬의 태도가 옳을까요.

공동체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계속, 점점 그 강도가 심해집니다. 그들이 신성시 여기는 경전은 아무 의미 없어보이는 듯한 그림을 누군가가 해석한 것에 불과하고, 음식에서는 알 수 없는 재료들이 등장합니다. 외부인들은 하나 둘 씩 사라져 행방이 묘연해지고, 해가 지지 않는 하지인 탓에 시간 감각도 흐려집니다. 

이와 동시에 다니는 다른 누구보다 적응을 잘 하는 듯 합니다. 크게 트러블도 없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해야하는 노동도 잘 참여합니다. 그녀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에서 메이퀸으로 뽑히기까지하며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잡아갑니다. 외부인에서 점점 공동체의 권력을 쥔 사람으로 위치가 바뀝니다. 이 공동체 문화에 융화되지 못한 다른 이들은 점점 제거되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외부인인 크리스티안은 다니가 손수 선택해 제거합니다. 외부인들은 모두 제물로 바쳐져 불에 태워지는 동안 이곳의 여왕이 된 다니는 드디어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속에 융화되어 기쁨의 미소를 짓습니다. 

원하는 바를 쟁취한 듯한 그녀의 미소

미드소마에 대해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악령이나 귀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있을 법한 일인듯 합니다. 혹자는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렸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이비 '종교'라는 단어가 담지 못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공동체, 즉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모습처럼 신앙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 녹아있고, 종교 자체가 삶의 중심이 되어 굴러갑니다. 더불어 다니에게 부재했던 요소는 가족입니다. 스웨덴의 이 공동체가 바로 다니에게 부재했던 부분을 완벽히 채워줌으로 인해 다른 윤리적, 문화적, 사회적 요소는 다니에게 저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됩니다. 미드소마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영화지만 생각할 거리도, 신선한 충격도 가득해 뻔한 스토리에 이골이 났다면 추천하는 영화 입니다. 

산뜻한 디자인의 표지

 

인간은 왜 여행을 떠날까요. 인스타를 위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값진 경험? 책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작가의 경험과 고찰이 담긴, 그의 시각으로 인간이 왜 여행을 떠나는지에 대한 보다 더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고심입니다.

 

시작은 가볍게 작가의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비자가 없어 바로 출국을 해야 했던 이야기, 낯선 유럽 땅에서 현지인의 도움을 받은 이야기, 뉴욕에서 방관자로써 시위에 참여했던 이야기 등 그의 여행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고,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합니다. 누구나 갈 법한 곳을, 누구나 갈 법한 방법으로도 가고, 그였기에 가능했던 여행 방법으로도 갑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내면에는 그가 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인간은 왜 여행을 할까요?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어디까지가 여행이고 어디까지가 여행이 아닐까요? 

 

저는 작가와 비슷하게 유년시절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작가와 비슷하게 타지에서 꽤 오랜기간 머물렀던 경험도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의문, 반 현지인, 반 여행자의 이도 저도 아닌 신분으로 혼란스러워했던 기억,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의 내 입지, 앞으로 머물 곳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오는 모순된 불안감. 이 모든것에 대한 절대적인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의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고 또 하나의 다른 해석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크게 공감되었던, 근 몇 년 간의 화두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문단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나의 그림자는 없었다. 이 년을 넘게 살았지만 곧 자리를 털고 떠날 구경꾼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그 사회에 아무 책임도, 의무도 없었다."

인상깊게 읽은 부분의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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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궁극의 미니멀라이프

아즈마 가나코 씨의 책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를 읽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그닥 길지 않은 책입니다. '4인가족 한 달 전기료가 500엔' 이라는 책 홍보 문구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에 대한 의미와 사상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책은 아닙니다. 다만 일본의 한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가 자신이 실행하는 미니멀라이프를 공유하고 자신의 노하우와 실천 방법들을 간단하고 가볍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무리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이러기 쉽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대학에서 환경을 공부하고, 대학시절 전기도 수도도 없는 외진 곳에서 농활을 다녀온 경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값진 경험에 큰 영향을 받은 듯한 작가는 다른 미니멀리스트들과는 한단계 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미니멀리스트들은 독신이라던가, 아이가 없다던가 등의 가족관계 역시 미니멀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즈마 가나코씨는 남편이 있고, 두 아이가 있습니다. 특히 학교를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는 꽤나 많은 살림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읽으니 꼭 그런것도 아닌듯 합니다. 작가의 미니멀라이프는 물론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전기료가 그냥 500엔이 나오는게 아닙니다. 세탁기가 없어 손빨래는 물론이고, 냉장고 역시 없어 가능한 모든 반찬은 저장음식, 절임, 말린음식으로 해결합니다. 청소기가 없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전구 역시 딱 세개만 있어 밤이 찾아오면 그냥 불을 끄고 잔다고 합니다.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채소는 집 텃밭에서 직접 길러 먹습니다. 달걀은 키우는 오골계로부터 얻습니다.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해도 이 물건은 버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물건 역시 그 쓰임새와 용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고, 과연 내가 얼마나 그 물건의 가치를 사용하고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다른 미니멀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미니멀을 이렇게 해야지 보다는 미니멀을 하려는 목적을 다듬을 수 있었던 책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즈마 가나코씨 같은 미니멀한 삶을 살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고 불편한 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딱 그만큼만 시간을 소요하고 나머지는 오히려 물질로부터,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소유욕을 채우느라 너무나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을 벌기위해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본인이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면 자신의 일상과 집 안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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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의 책 비커밍

민트색의 산뜻한 책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을 읽었습니다. 자서전인데다가 워낙 두꺼워서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에서 책이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눈 딱 감고 첫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두꺼우다보니 오디오북으로 많이들 읽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전자책으로 대여를 해 출퇴근 시간에 오며가며 읽었습니다. 너무 부지런히는 아니지만 틈틈이 읽다보니 다 읽는데 세 달이 걸렸습니다. 

 

책 비커밍은 미셸 오바마의 유년시절부터 가정환경, 법률회사에서 근무하던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던 시절 인턴인 오바마를 만나게 되어 오바마의 정치, 대통령 당선과 재선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아마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퍼스트 레이디가 아닐까 싶은 미셸 오바마 입니다. 오랜 지병으로 몸이 불편했던 아버지와 미셸이 슈퍼스타로 삼았던 오빠, 사랑이 많고 야무지던 어머니와 함께 전형적인 흑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똑똑한 덕분에 좋은 학교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물론 수없는 인종차별과 여자이기 때문에, 가정 환경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가능성을 의심받아오며 살았습니다. 이런 그녀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가족, 멘토들, 좋은 친구들, 커뮤니티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성장과 고충을 보면서 많은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이 무기력한날도 많았지만 그런 날은 미셸오바마의 비커밍을 꺼내어 읽으면 그녀의 에너지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의 임기가 끝난 후 책 비커밍으로 이름을 날리며 투어를 하는 미셸 오바마덕에 요즘 버락 오바마는 자신을 전직 대통령이 아닌 미셸 오바마의 남편이라고 소개한다고 합니다.

 

비커밍은 워낙 두꺼운 책이라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저 처럼 여러달에 걸쳐 두고두고 읽으시는 것도 괜찮다면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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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밤조림

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밤조림을 기억하시나요? 한국판 영화에도 등장했지만 일본판 리틀포레스트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유행처럼 밤조림을 만들고 각자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들기에는 보기에도 번거로워보이지만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 레시피를 공유해보겠습니다.

 

밤조림은 보늬밤이라고도 합니다. 보늬는 순 우리말로 나무열매 속 껍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외국어인 줄 알았는데 예쁜 순우리말이라서 참 놀랍죠? 보늬밤은 이름처럼 밤의 속 껍질을 살려서 요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늬밤은 겉껍데기만 제거하고 속껍데기를 살려서 조리합니다. 거칠거칠하고 질겨 식감이 안좋을 것만 같은 이 율피가 보늬밤의 핵심입니다. 때문에 이 율피를 먹기 좋은 식감으로 만드는 과정이 보늬밤 만드는 과정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밤의 겉껍질을 전부 까줍니다. 뜨거운 물에 30분 정도 불렸다가 하면 까기 편해요. 이 때 주의할 점은 가능하면 최대한 속껍질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속껍질이 다쳐서 속살이 드러난 밤은 오랫동안 조리는 과정에서 다 흐물흐물해져 결국은 깨지더라구요. 밤 양이 많다면 밤 깎는 칼을 이용해 밤을 까는 것을 추천해요. 저는 처음에 밤 속 껍질을 안 다치게 하려고 밤 까는 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로 살살 했는데, 손이 너무 아파 결국은 밤까는 가위로 깠어요. 요령만 생긴다면 생각보다 밤 속껍질을 안 건드리고 까게 되고 과도보다 훨씬더 편하더라구요. 이 때 썩은 밤이나 벌레먹은 밤이 있다면 그 부분만 잘라내지 말고 과감하게 버려주세요. 밤이 일부만 썩어도 그 쓴 맛이 밤 전체에 퍼져서 맛이 없습니다.

속껍질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다 깐 밤은 중량을 재 놓고, (설탕의 양 때문에 밤 무게를 알면 좋지만 저울이 없다면 눈 대중으로 해도 나쁘지 않아요.) 베이킹 소다를 크게 한 스푼 탄 물에 밤을 하룻밤동안 담궈 둡니다. 저는 성격이 급해 이 과정은 건너 뛰었어요. 그래도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베이킹 소다 푼 물 째 그대로 냄비에서 끓여 줍니다. 약불에서 30분 정도 끓여주세요. 베이킹 소다 때문에 끓이는 과정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불 옆에 서서 살살 저어주어야 해요. 안그러면 거품이 많이 생겨 냄비 밖으로 흘러 넘칩니다. 베이킹 소다로 끓이는 건 율피를 연하게 만드는 과정이에요. 베이킹 소다에 끓이면 율피 때무인지 물이 짙은 보라색이 됩니다. 

살살 저어야 사진처럼 밤이 깨지지 않아요. 깨진밤을 찾아보세요ㅣ

30분동안 끓였다면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다시 받아 또 30분 끓여주세요. 이 과정에서 밤에 찬 물보다는 따듯한 물이 닿게 해주세요. 찬 물이 닿으면 밤이 수축하면서 확실히 찬물이 닿지 않은 밤에 비해 작아지더라구요. 열심히 까고 끓였는데 밤이 작으면 속상하잖아유... 새 물을 받아도 율피에서 보라색 물이 계속 나옵니다. 다 끓이면 또 이 물을 버리고 또 한 번 더 끓여주세요. 총 세 번을 끓이고 나면 밤을 잘 헹궈서 껍질을 다듬어야 합니다. 심지처럼 질긴 부분을 이쑤시개를 이용해 빼주고, 먹을 때 걸리적 거릴 거 같다는 부분은 전부 제거해 주세요. 이 과정에서 역시 율피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 오랫동안 끓인터라 밤이 물러져서 조심해야 해요. 깨끗하게 정리된 밤을 물에 씻어 다시 냄비에 올립니다. 이 때는 밤이 전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밤 무게 절반의 설탕을 부어줍니다. 그리고 천천히 저어가면서 또 30분동안 약불에서 끓여주세요.  베이킹 소다 넣고 한번, 헹궈서 맑은 물에 두 번, 설탕 물에 한 번. 총 네 번을 끓입니다. 

처음에 끓일때는 물을 조금만 넣어서 밤이 다 잠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잠기지 않은 밤은 그 자리에서 다 먹어치웠어요. ㅎ

보늬밤 밤조림을 보관할 유리병은 깨끗이 씻어 열탕소독까지해서 준비해 둡니다. 다 끓인 밤을 유리병에 넣어주고 다 식힌 후에 뚜껑을 닫아주세요. 며칠내로 다 먹을거라면 실온에서 보관해도 되지만 저는 아무리 열탕소독을 열심히 해도 실온에서는 역시 곰팡이가 표면에 피더라구요. 몇 주, 몇 달에 걸쳐 오랫동안 먹을거라면 냉장보관해 주세요. 이 때 원하는 맛을 가미해도 좋아요. 시나몬 스틱을 넣는다거나 건조한 귤이나 영화에서처런 브랜디를 넣어도 좋습니다. 가능하면 밤이 전부 설탕물에 잠기도록 해주세요.

 

저는 막 끓여서 따뜻한 밤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두, 세 달 뒤에 먹으면 밤에 설탕물이 다 스며들어서 더 맛있어진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충분히 달기도 하고, 밤조림이 두 세달 씩이나 보관하기 전에 다 먹어버릴 것 같아 그냥 따뜻할 때 많이 먹었어요. 냉장보관할 때도 그릇에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서 따뜻하게 먹었습니다. 보늬밤으로 밤라떼를 해 먹으면 또 아주 맛있습니다. 우유 한 컵 기준, 밤 세 알과 보늬밤의 설탕물 세 스푼정도를 넣고 갈아주면 정말 맛있어요. 먹을 때 위에 살짝 시나몬 가루를 뿌려주면 기가 끊임없이 먹을 수 있어요. 밑에 간 밤이 가라앉으니 잘 저어서 먹으면 됩니다. 이 간 밤의 식감이 아주 좋아요.

완성된 밤라떼

보늬밤은 왜 속껍질을 살릴까 하고 의아했습니다. 직접 요리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어요. 밤을 오랫동안 끓이는 동안 속껍질이 있으면 밤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요. 또 율피 특유의 식감이 있어요. 누가 발명한 레시피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천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보늬밤과 밤라떼 해 드셔 보세요!

 

내 생애 첫 콤부차. 거품은 발효로 생긴 탄산이 아니라 병에 따르면서 생긴 겁니다...

그간 스코비 없이 콤부차 만들기를 대략 네 번 정도 도전했습니다. 옆에서 콤부차를 병 째로 마시고 싶다는 이들의 요구를 물리치고 시판 콤부차인 아임얼라이브 콤부차와 브루구루의 콤부차를 도대체 몇 병을 까서 홍차에 들이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달을 기다려도, 시큼시큼한 냄새는 나고 걸쭉한 덩어리가 생기기는 해도 단단한 스코비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뭔가 처음부터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는 이유와 주변에 콤부차를 직접 만들는 사람이 없어 스코비를 얻을 곳이 없다는 변명이 함께해 시판 콤부차로 수차례 도전을 했지만 제가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콤부차로는 정제가 되어서인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코비를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튜브로 How to make kombucha from scratch, without scoby 즉, 스코비 없이 처음부터 콤부차 만들기, 스코비 만들기를 수차례 검색해보고 영상을 보아도 외국의 그들에게는 GT's 브랜드의 살아있는 콤부차 효모균을 갖고 있는 콤부차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해당 브랜드의 콤부차가 콤부차의 효모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가만히만 두어도 병 안에서 스코비가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없지요. 직구를 하려해도 그 가격이면 스코비를 사겠다는 결론에 도달해 결국에는 인터넷에서 스코비를 구매했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해도 스코비를 판매하는 판매자를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던 것 같은데, 네이버 쇼핑몰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보니 분명 국내에도 수요가 늘었나 봅니다.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GT's 의 콤부차

각설하고, 주문한 스코비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콤부차 만들기에 성공할 것이다라는 다짐으로 콤부차를 제조했습니다. 콤부차 만들기는 이전에 포스팅해 둔 글이 있기 대문에 정확한 레시피는 이 글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2020/08/10 - [요리] - 콤부차 만들기

 

콤부차 만들기

콤부차 Kombucha 에 대해 아시나요. 주로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콤부차는 마트 냉장고에서 예쁜 병에 담겨 있는 음료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아직 한국에서 대중적인 음료는 아니지만 요즘의 콤

hoenytipjoey.tistory.com

저는 마지막 시판 콤부차를 넣는 단계에서 시판 콤부차 대신 기다리던 스코비, 그 스코비가 담겨있던 약간의 콤부차를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발효를 시작한 날짜를 써주고 어둡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 마무리를 했습니다. 둘째 날 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3일째 부터 콤부차가 생기려 막이 살짝 보였습니다. 일주일만에 완벽하게 하나의 막이 생겼습니다. 겨울이기는 했지만 따뜻한 방에 두어서 인지 생각보다 스코비가 빨리 만들어졌습니다. 스코비가 만들어짐과 함께 당연히 콤부차 발효가 되어 짙고 어두운 색이던 홍차가 밝고, 맑아졌습니다. 시큼한 냄새도 잘 올라왔습니다.

처음으로 만들어낸 콤부차와 스코비. 양이 적어 맛은 조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방이 따뜻해서 일주일만에 1차 발효를 끝내고 스코비를 건져 2차 발효를 시작했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일주일 정도의 발효가 적당하고, 조금 더 산미를 느끼고 싶다 하시면 며칠 더 발효를 시켜도 좋습니다. 2차 발효와 동시에 건져낸 스코비로 새로운 콤부차 병을 또 만들었습니다. 1차 발효는 몸에 유익한 효모균을 배양하는 과정이었다면, 2차 발효는 효모가 잘 배양된 콤부차에 탄산을 넣고, 다른 맛을 가미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으로만 막아놓았던 1차 발효와는 달리, 2차 발효에서는 밀봉이 잘돼는 병에 옮겨 담습니다. 가미하고 싶은 과일이나 식물을 이때 함께 넣습니다. 딸기, 망고, 파인애플, 허브, 다 좋습니다.

접혀진 것이 구입한 마마 스코비, 얇은 원형의 스코비가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베이비 스코비다.

2차 발효는 실온에서 1주일 정도 두어 발효를 계속 시켜 탄산을 만든 후 더이상의 발효를 원하지 않는 시점에서 냉장고에 넣어 발효가 멈추도록 합니다. 주의할 점은 실온에서 밀봉된 병에 발효를 시키는 동안 이틀에 한 번은 병뚜껑을 열어 탄산을 빼 줘야 탄산 때문에 병이 깨지는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밀봉할 수 있는 병은 네모난 형태보다는 압력에 상대적으로 강한 원형의 병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이비 스코비와 함께 마마 스코비를 반으로 잘라 총 세개를 만들어 세 병의 발효를 시작했다.

첫 스코비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터라 다음 단계는 3 병으로 늘렸습니다. 이제는 스코비를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스코비 호텔을 만들고 지인에게 스코비를 나눠 줄 수 있는 그날까지 저는 콤부차를 계속 만들어보겠습니다.

영화 소울

잔뜩 위축된 영화 시장에서 기대도 안했던 인생영화를 만났습니다. 아무 영화에나 인생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데, 저는 영화의 장면 하나하낙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 깊게 본 터라 인생영화라는 단어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의 모습과 영혼 22

재즈 피아니스트 조는 자신이 선망하는 재즈 밴드에 들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큰 꿈을 안고 있습니다. 그 꿈만을 보고 달려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도 하여 학교 재즈밴드부를 지도하는 음악선생님을 하며 나름 안정적인 직업도 갖고 있습니다. 마침 학교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누구나 부러워 하는 안정된 삶을 차차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양복점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며 당연히 아들이 학교 음악 선생님의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바로 유명한 재즈 밴드의 멤버가 되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지요.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들은 재즈밴드의 음악이 머리에 박힌 뒤로 조는 재즈 밴드의 멤버가 되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항상 선망하던 그 밴드에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는 항상 우러러만 보던 밴드와 함께 연주를 하며 자신의 연주에 몰입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자신과 음악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이지요. 신이 도운건지 그의 몰입을 알아본건지, 결국 그는 재즈밴드의 무대에 함께 설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고작 영화의 초반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화 제목인 '소울'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요. 갑작스럽게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조는 인생에서 가장 죽고 싶지 않은 날을 꼽으라면 그런 날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이때부터 조의 영혼은 인간세계와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기발하게 그려지는 사후세계의 모습

 

영화 소울은 인간이 죽는다면 영혼은 어디로 갈까, 영혼이 인간의 몸에 들어오기 전에는 영혼은 어디에 있었을까. 영혼이 돌고도는 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돌아갈까에 대한 고증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이 극도의 수준으로 몰입했을 때 다다르는 단계와 사후세계를 엮는 방법도 재미납니다. 말이나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그들의 세계관을 2차원의 세계에서 풀어내 보여주는 방식 역시 아주 기발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토픽인 '사후세계'에 관한 영화인지라 그 세계관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와 사상을 떠나 디즈니가 풀어내는 사후게계는 어떤지, 아니면 그저 이미지만으로도 너무나 발랄하고 재미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타고난 기질, 성향, 운명이 정해져 있는것인지, 더 나아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확실한 메세지로 전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것이란 것은 말해 입아프고,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또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게 역시 잘 다뤘다고도 생각됩니다. 비록 현 상황으로 극장 방문이 어렵겠지만, 후에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지원이 된다면 그때라도 꼭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박작가님의 유튜브 채널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계에 떠오르는 샛별이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 활동하신지는 오래되었으나 우리나라에 미니멀리즘이 소개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뭐 새롭다는 의미의 샛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작가님을 처은 알게 된 것은 유튜브였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한 직업' 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꾸 추천을 하는 통에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무시했습니다. 제목이 퍽이나 재수가 없어보여서 였지요. 뭐 호화 크루즈 타고 세계를 도는 직업이니 뭐 내 직업좀 보고 부러워 하시라는 투로 느껴졌지요. 거기다 날카로운 콧대를 가진 남자가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의 썸네일이 재수없어 보임에 한 스푼을 더 얹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썸네일로 제가 넘겨짚은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이끌려 영상을 하나 두개 클릭하다보니 어느덧 그의 책까지 구입해 읽고, 매일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처음 본 박작가님의 영상

그의 책을 읽고,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배경과 삶,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박작가님과 실제 친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뭐 제게는 인터넷 속에 있는 그대이니 그와 그의 부인 미키씨를 구루로 삼으며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여행 많이 다니고 미니멀하게 사는 모습만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 자연주의 삶, 지구를 아끼는 삶, 이런 모습들이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와 닮아있고 몸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직접 보여주며 제게 크고 작은 모습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박작가님의 책

박작가님은 현재 두 권의 책을 쓰셨습니다. 그 중 첫 책인 <글로벌 거지부부>는 첫장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흥미진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만 태국의 공동체에서 디톡스를 하는 내용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제 버킷리스트 목록에 디톡스가 올라갈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자취방을 정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터라 미니멀리스트가 될 거라 하고 살림을 사지 않게 된 시점에 박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도 궁극의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소지하고 있는 짐이 적기 때문이지요. 책에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의 책을 읽으며 어떠한 흐름과 배경으로 지금의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게 됩니다. 물론 저는 여행중이라면 몰라도 평상시애 박작가님 만큼 미니멀해질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박작가님 정도의 영상을 자주 보아야 각성이 되고 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매일매일 박작가님 영상을 보면서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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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xref 와 xclip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기능 다 x자가 들어가서 비슷한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주로 같이 사용되고 작업량을 상당량 줄여주기 때문에 아주 유용합니다.

 

xref는 외부참조라고도 하는데, 하나의 도면을 반복해서 사용하게 될 경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평면을 그린 도면을 평면도와 배치도, 그 외에도 여러 도면에서 반복되게 사용하게 된다면 수정을 하게 될 때 마다 매번 반복해서 모든 도면을 수정하면 꽤나 번거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지 대신 링크를 넣어두고, 해당 링크만 수정하면 모든 도면에 들어가 있는 링크가 함께 수정이 된다면 일이 간단해지게 됩니다. 이 기능이 바로 xref 입니다. 바로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명령어 창에 xref를 입력하세요. 그러면 작은 메뉴바가 뜹니다. 이 메뉴바에서 새로 도면을 불러오기를 누르면 파일을 선택할 수 있는 창이 나옵니다. 이 때 바로 원하는 파일을 선택하고, 원하는 삽입 위치를 입력한 후 확인을 눌러 줍니다. 그러면 어렵지 않게 원하는 파일의 도면이 현재 파일로 불러와져 있는데요, xref로 불러진 도면은 디스플레이 상에서는 살짝 흐리게 나옵니다. 하지만 출력을 하거나, pdf로 내보낼 경우에는 원래의 레이어 값으로 출력되니 괜한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제는 불러온 xref에서 원하는 부분만 사용하고 싶은 경우입니다. 이 때 바로 xclip명령어가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xclip은 바운더리를 지정해주면 원하는 영역만큼만 도면을 보여줍니다. 우선 명령어 창에 xclip을 입력합니다. 단, 주의할 점은 아무 객체나 xclip이 먹는 것은 아닙니다. 블럭만 먹기 때문에 혹 따로노는 객체를 xclip하고 싶다면 블럭으로 먼저 묶어주어야 합니다. 다만 xref로 불러온 개체는 이미 블럭으로 인식이 되기 때문에 또 블럭으로 지정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xclip명령어를 입력하면 xclip할 객체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이 때 원하는 객체-블럭 혹은 외부참조로 묶인 객체-를 선택합니다. 새로 바운더리 지정, rectangle을 선택하면 바로 지정한 바운더리만큼만 객체가 보여지게 됩니다. 지정한 바운더리 내부에 객체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외부에 객체를 보이게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바운더리에 표시된 화살표를 누르면 바뀝니다. 

영화 어느가족의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면 이미 국내에서는 흥행 보증수표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국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힐링을 해주는 영화를 만들어 왔지요. 그의 영화는 가족을 말합니다. 가족이 주는 힘과, 가족이 뺏는 힘. 이번에는 어느가족에 대해 가족이 되는 방법에 대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어느가족은 넷플릭스에서는 스트리밍 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왓챠에서는 스트리밍이 되고 있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추운 겨울날 오사무와 쇼타가 집 밖에서 추위에 떨며 혼자 놀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오면서 전개됩니다. 언뜻보면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이모뻘 쯤의 가족, 그리고 어린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안락한 가족으로 보입니다. 굉장히 작은 집에서 겨울에는 코타츠 밑에 둘러 앉고, 여름에는 푹푹 찌는 더위에도 선풍기를 틀고 한 방에서 함께 이부자리를 펴고 잡니다.

이보다 더 엄마, 아빠, 딸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쇼타는 오사무에게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노부야는 어머니 소리에 까르르 웃습니다. 할머니는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손녀딸에게 나무라기는 커녕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느 가족일까요? 서로가 어떻게 연결된 사이인지 궁금하지만 일단은 그들이 그려내는 일상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노부야는 분명 부모가 있는 여자아이지만 실종신고 되어 있지 않고, 아이 몸에 잔뜩 있는 상처로 아이의 친 부모에게 아이를 데려다 줄 생각은 없습니다. 아무리 위험해도 자신이랑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전하고, 부모에게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니 유괴는 아니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누가 이미 버린 것을 주웠다고 도둑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각자의 화상 자국을 보여주며 닮은 점을 찾아봅니다.

노부야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다리가 부러져 일을 쉬게 됩니다. 노부야 역시 세탁 업소에서 일해왔지만 시급이 높다는 이유로 잘리고 맙니다. 실질적으로 생활비는 할머니의 연금으로 충당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연금과 함께 이미 사별한 전 남편의 가족으로 부터 돈을 받아왔습니다. 이들이 사는 집 역시 할머니가 살던 집입니다. 살림살이가 좋지 못하니 쇼타는 도둑질을 해 생필품을 조달합니다. 이 도둑질은 오사무로부터 배웠습니다. 마트에 진열된 물건은 아직 누가 사가지 않았으니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가게가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훔치는 것은 괜찮다고 들은 쇼타는 도둑질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 새로 생긴 여동생 유리에게는 나중에 가르쳐 준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날 쇼타는 오사무가 이미 주인이 있는 차 속의 가방을 창문을 깨고 훔치는 모습을 보고 머릿속이 복잡해 집니다. 이미 주인이 있는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쁘니까요.

함께 둘러 앉아 저녁을 먹습니다. 

할머니는 가끔 사별한 전남편이 재혼한 부인의 아들로부터 가끔 돈을 받곤합니다. 전남편의 기일이라는 핑계로 찾아가 돈을 조금씩 받아왔습니다. 그 아들 집에는 딸 둘이 있는데, 둘 째 딸은 아주 발랄해 보입니다. 첫째딸은 유학을 가 있어 얼굴을 통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들의 비밀을 압니다. 바로 첫째딸 아키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할머니가 보살펴 주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가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이임에는 분명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의 일상을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감정선을 아주 잘 만들어냅니다. 억지스러운 감동이 아닌 고도의 디테일로 표현이 된 감정이지요. 분면히 불안불안한 상황이지만 왠지 모르게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이게 바로 가족의 힘일까요. 결국 쇼타가 도둑질로 잡히고 맙니다. 단순히 도둑질만 잡힌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다 잡혀버리고 말지요. 법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사이로 뭉친 사이니까요. 이미 아이를 버렸지만 그럼에도 친부모가 잘 보살펴주는 제 3자 보다는 법적으로 훨씬 우세한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가 필요할까요? 피가 섞여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바닷가에 놀러간 가족

현 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많이 등장하고는 있습니다. 그냥 같이 사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요.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보살펴주지도 않는 사이지만 단순히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국가와 대중들은 이들의 손을 들어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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