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도 최강의 미드 로스트룸

십여년 전 쯤 한창 미드에 빠져 살 때 우연히 로스트룸이라는 미드를 접했습닏. 한 에피소드당 40분 정도로 대여섯개 밖에 되지 않는 부담없는 미드여서 서슴없이 시작했지만 그 세계관과 스토리 구성에 감탄을 하며 로스트룸이 제 인생 미드에 등극한 적이 있습니다. 시간이 흘러 로스트룸의 정확한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인생미드였다는 사실만 기억에 간직하고 있던 중, 왓챠에서 로스트룸을 찾았습니다. 다시 보니 무료 2006년 작의 꽤나 오래된 미드이고 엘르 패닝이 아역 배우의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로스트룸은 전당포의 알 수 없는 살인사건으로 시작됩니다. 이상한 시체 두 구가 발견되었는데, 둘 다 바베큐마냥 새까맣게 탔지만 입고있는 옷은 멀쩡했기 때문입니다. 해당 사건을 맡은 형사 조 밀러는 이 사건을 추적하면서 특별한 힘을 가진 물건들을 접합니다. 어느 문이나 열 수 있는 열쇠, 이마에 대면 특정 지역으로 순간이동 시켜버리는 버스티켓, 사람을 전기구이로 만들어버리는 볼펜, 바로 잠에 들어버리게 하는 나이프, 등 형사 조 밀러는 미궁의 사건에 점점 휘말리게 됩니다. 본격적으로 이 요상한 물건들과 엮이기 시작한 것은 조 밀러와 이혼한 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딸이 이상한 열쇠로 연 방 속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조 밀러는 그 열쇠를 당장이라도 버리고 싶었지만 딸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도 강력한 동기를 가지고 물건들을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이 물건들은 모두 한 모텔 방에서 나온 물건이며, 어느 사건으로 인해 이 모텔방은 영영 사라졌지만 모텔방에 있던 물건들이 다 강력한 힘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모텔방과 물건들의 힘을 알아채기 시작한 사람들이 물건들을 숭배하면서 사이비 집단도 등장합니다. 

 

미드 로스트룸은 크게 보면 SF 영화이기는 하지만 범죄, 오컬트 적인 요소도 있습니다. 단순히 에스에프 영화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제작된지 15년이 지난 로스트룸은 오래된 영화라고 느껴지기는 커녕 다시 봐도 한 번에 여섯개의 에피소드를 끝내버릴 만큼 어마어마한 스토리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부담스러운 양도 아니니 조금 긴 영화 한 편을 본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먼 미래에 인구증가로 인해 인구과잉이 되면서 점점 식량문제도 불거지는 미래가 다가왔습니다. 더불어 유전자 조작 식품 섭취가 늘면서 유전적 문제가 생겨 인간은 쌍둥이 출산이 급증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쌍둥이가 아닌 다섯둥이, 여섯둥이가 예사입니다.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산아제한법이 생겨납니다. 이미 태어난 쌍둥이들은 각 가정에 한 아이만 남기고 전부 냉동인간이 되어 미래에 식량문제가 해결되었을 때 깨우자는게 핵심입니다. 물론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급한 불을 끄고 인류에게 시간을 벌어 줄 수는 있을 겁니다. 

 

이런 복잡한 세상속에서 일곱쌍둥이가 태어납니다. 산모는 아이들을 출산하다 죽고, 아이들의 할아버지가 이 일곱둥이들을 맡아 키우게 됩니다. 할아버지는 단 한 명도 냉동인간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아이들을 집에 꼭꼭 숨기고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후 할아버지가 직접 교육을 시킵니다. 어느 시점이 되자 할아버지는 아이들로 하여금 한 가지 규칙을 만듭니다. 각자 자신의 이름과 같은 요일에 외출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카렌 셋맨이라는 한 명의 인물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외출 후 돌아와서는 모두가 하루 있었던 모든 일과를 공유해야 합니다. 간단하지만 아주 엄격합니다. 물론 집에 돌아와서는 각자의 개성대로 살아도 좋습니다. 

 

반항이 심했던 쌍둥이 중 한 아이는 아무도 모르게 외출을 감행합니다. 할아버지와 자매들에게 걱정거리만 잔뜩 안겨주고서는 돌아와서 잘린 손가락을 보여줍니다. 보드를 타다 넘어져 손가락 끝이 잘려버린 겁니다. 할아버지는 자매들을 끔찍이도 사랑하지만 바로 그 때문에 누구라도 잃을 순 없습니다. 일곱 쌍둥이들이 모두 카렌 셋맨이라는 한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할아버지는 그 무엇이라도 해야 합니다. 바로 일곱 아이의 모습이 모두 똑같이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아이들을 성인이 되었고, 승진을 곧 앞둔 잘나가는 은행원 카렌 셋맨으로 살아갑니다. 가끔씩 위태위태한 일상이 되기도 하지만 일곱명이 한 사람 몫만 하면 되니 아주 유능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물론 집 안에서는 답답해 하고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품기는 하지만 냉동인간이 되어 깨어났을 때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지는 모습 상황만큼은 피하고 싶어 다들 묵묵히 일주일에 한 번 카렌 셋맨의 모습으로 일상을 보냅니다. 

 

어느 일요일 저녁, 음식을 잘못 먹었는지 월요일은 탈이나고 맙니다. 월요일을 다독여주던 자매들이 월요일 대신 월요일에 외출을 하려고 하지만 월요일은 그저 다음날 있을 승진을 위한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긴장한 것일 뿐이라며 괜찮다고 합니다.

 

다음날, 늦은 저녁. 월요일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연락도 안되어 자매들은 잠도 잘 이룰 수 없습니다. 걱정으로 꼬박 밤을 새우고 화요일이 되었습니다. 화요일은 외출을 해야하나 걱정입니다. 하지만 다른 자매들은 월요일에게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하니 꼭 나가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보아야 한다고 설득합니다. 화요일은 외출을 해 월요일이 승진에 성공했다는 것도, 걱정이 가득한 채로 저녁에 술집에 갔다는 것도 알아냅니다. 하지만 그녀는 산아제한국에 의해 잡혀들어갑니다. 화요일이 잡혀갔다는 것도 알지 못한 채 남은 자매들은 또다시 돌아오지 않는 화요일을 걱정하고 수요일이 다가옵니다.

 

영화 월요일이 사라졌다는 독특한 컨셉으로 영화 초반부터 몰입도가 상당히 높습니다. 일곱 쌍둥이의 역할을 모두 맡은 배우 노미 라파스의 연기를 보는 것 또한 재밌습니다. 이야기의 결말도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 뻔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결말은 해피엔딩이기는 하지만 해피엔딩으로 가는 과정까지가 녹록치 않기 때문에 뻔하지 않은 스토리 구성입니다. 두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지만 오히려 보는 동안 흥미진진합니다. 현대 넷플릭스에서 감상할 수는 없지만 왓챠에서 서비스되고 있으니 꼭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미드소마 포스터

영화 미드소마의 줄거리를 짧게 짚고 바로 결말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영화가 흘러갈 수록 이야기가 도대체 어떻게 마무리 지어질지 의문인 상태에서 다니의 옅은 미소로 마무리 지어지는 결말에 대해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뜨악한 표정으로 극장을 나섰을 테니까요.

 

-어두운 화면-

영화는 연락이 되지 않는 다니의 동생과 다니의 메시지로 시작을 합니다. 평소 조울증을 앓고 있던 동생이 의미심장한 메일을 남기고 전화도, 답장도 받지 않으니 애가 타는 다니는 부모님께 전화를해 음성 메시지를 남깁니다. 전화기 속에서 다니의 음성이 흐르는 동안 카메라는 곤히 잠들어 있는 다니의 부모님을 비춥니다. 불안함에 잠을 못 이루는 다니는 남자친구에게 전화해 자신의 불안을 호소하고 다시 친구에게 전화해 자신이 너무 남자친구에게 의존하는 것 같다며 또 다른 불안감을 털어놓습니다. 남자친구 크리스티안은 오랫동안 여자친구 다니와 헤어지려고 했지만 생각처럼 쉽지많은 않습니다. 친구들 역시 다른 여자를 만나라며 크리스티안을 부추깁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지 않습니다. 다니의 동생은 가스 흡입으로 부모님을 살해하고, 자신 역시 자살해버립니다. 오열을 하는 다니와 그를 쓰다듬는 크리스티안. 모두 하룻밤 사이에 일어난 일입니다. 밖은 물론 실내도 어두컴컴한 화면입니다.

색감과 영상미로는 공포영화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습니다.

-어두운 실내를 비추는 빛-

다니는 동생과 부모님의 죽음으로부터 감정을 추스려가지만 문득 문득 가족을 상기시키는 요소가 있으면 울음을 참지 못합니다. 오열에 가까운 그녀의 울음은 슬픔보다는 불안과 공포에 가까운 듯 합니다. 다니와 크리스티안의 관계도 아슬아슬합니다. 처참히 가족을 잃은 여자친구와 쉽게 헤어질 수 없는 크리스티안. 홀로 남겨지는게 두려워 필사적으로 크리스티안에게 맞춰주는 다니. 쉽지 않은 관계입니다. 이들의 일상에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일이 일어납니다. 친구들과 함께 스웨덴 하지제를 보러 여행을 떠나기로 한 크리스티안이 얼결에 다니를 초대해버립니다. 이때까지도 화면은 대체적으로 어둡지만 어두운 공간에 밝은 빛이 스며들어오는 장면이 많습니다. 

 

-눈이 부시도록 밝은 야외공간-

스웨덴에 도착한 이들. 그들을 따라가는 카메라 무빙은 세상이 뒤집혔음을 암시합니다. 이 때부터 눈이 시릴정도의 밝은 장면이 이어집니다. 페레의 공동체 마을에 도착함과 동시에 이들은 대마와 버섯차를 즐깁니다. 이 공동체에는 뒤에도 지속적으로 환각제를 사용하는 장면이 많은데, 이 부분이 바로 지역의 토속신앙, 오컬트 적인 부분을 강조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초대받은 외부인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이 때부터 현실과 환각을 혼동하기 시작하고 정신과 육체가 이곳 사람들에게 휘둘리기 시작하는 시점입니다. 

5월의 여왕이 되어 권력을 쥔 다니.

다시 줄거리로 돌아와, 논문을 위해 펠레의 초대로 이곳에 방문한 크리스티안과 친구들 그리고 다니. 런던에서 머무는 펠레의 형이 초대한 런던의 커플. 이 여섯 외부인들은 공동체를 최대한 존중하며 그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을 합니다. 그들의 모습은 딱히 낯설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문화권이 다른 외국에 나갔을 때, 그곳의 문화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다른 여행자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그들의 태도가 갈리는 시점은 두 노인이 절벽에서 떨어져 삶을 마치는 장면부터 입니다. 런던의 커플은 충격으로 심한 반발을 일으키며 그곳을 떠나려 하지만 크리스티안의 몇몇 일행, 특히 조쉬는 심지어 그들이 뛰어내릴걸 알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조쉬의 태도는 그들의 문화를 존중해야 한다는 쪽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하나의 포인트가 있는 듯 합니다. 그들의 문화에 고함을 치며 잘못됐다고 하는 런던 커플의 태도가 옳을까요, 아니면 그들이 오랜 시간 동안 고수해온 문화이니 외부인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여야 한다는 조쉬의 태도가 옳을까요.

공동체의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은 계속, 점점 그 강도가 심해집니다. 그들이 신성시 여기는 경전은 아무 의미 없어보이는 듯한 그림을 누군가가 해석한 것에 불과하고, 음식에서는 알 수 없는 재료들이 등장합니다. 외부인들은 하나 둘 씩 사라져 행방이 묘연해지고, 해가 지지 않는 하지인 탓에 시간 감각도 흐려집니다. 

이와 동시에 다니는 다른 누구보다 적응을 잘 하는 듯 합니다. 크게 트러블도 없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써 해야하는 노동도 잘 참여합니다. 그녀는 축제의 하이라이트에서 메이퀸으로 뽑히기까지하며 공동체의 중요한 일원으로 자리잡아갑니다. 외부인에서 점점 공동체의 권력을 쥔 사람으로 위치가 바뀝니다. 이 공동체 문화에 융화되지 못한 다른 이들은 점점 제거되어 갑니다. 마지막으로 남은 외부인인 크리스티안은 다니가 손수 선택해 제거합니다. 외부인들은 모두 제물로 바쳐져 불에 태워지는 동안 이곳의 여왕이 된 다니는 드디어 자신의 가족과 공동체속에 융화되어 기쁨의 미소를 짓습니다. 

원하는 바를 쟁취한 듯한 그녀의 미소

미드소마에 대해 분명히 말 할 수 있는 것은  이 영화는 공포영화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악령이나 귀신,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등장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굉장히 있을 법한 일인듯 합니다. 혹자는 정신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사람이 사이비 종교에 빠지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그렸다고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이비 '종교'라는 단어가 담지 못하는 요소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공동체, 즉 가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의 모습처럼 신앙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에 녹아있고, 종교 자체가 삶의 중심이 되어 굴러갑니다. 더불어 다니에게 부재했던 요소는 가족입니다. 스웨덴의 이 공동체가 바로 다니에게 부재했던 부분을 완벽히 채워줌으로 인해 다른 윤리적, 문화적, 사회적 요소는 다니에게 저 이상 중요한 요소가 아니게 됩니다. 미드소마는 가벼운 마음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영화지만 생각할 거리도, 신선한 충격도 가득해 뻔한 스토리에 이골이 났다면 추천하는 영화 입니다. 

영화 소울

잔뜩 위축된 영화 시장에서 기대도 안했던 인생영화를 만났습니다. 아무 영화에나 인생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데, 저는 영화의 장면 하나하낙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 깊게 본 터라 인생영화라는 단어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의 모습과 영혼 22

재즈 피아니스트 조는 자신이 선망하는 재즈 밴드에 들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큰 꿈을 안고 있습니다. 그 꿈만을 보고 달려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도 하여 학교 재즈밴드부를 지도하는 음악선생님을 하며 나름 안정적인 직업도 갖고 있습니다. 마침 학교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누구나 부러워 하는 안정된 삶을 차차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양복점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며 당연히 아들이 학교 음악 선생님의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바로 유명한 재즈 밴드의 멤버가 되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지요.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들은 재즈밴드의 음악이 머리에 박힌 뒤로 조는 재즈 밴드의 멤버가 되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항상 선망하던 그 밴드에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는 항상 우러러만 보던 밴드와 함께 연주를 하며 자신의 연주에 몰입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자신과 음악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이지요. 신이 도운건지 그의 몰입을 알아본건지, 결국 그는 재즈밴드의 무대에 함께 설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고작 영화의 초반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화 제목인 '소울'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요. 갑작스럽게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조는 인생에서 가장 죽고 싶지 않은 날을 꼽으라면 그런 날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이때부터 조의 영혼은 인간세계와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기발하게 그려지는 사후세계의 모습

 

영화 소울은 인간이 죽는다면 영혼은 어디로 갈까, 영혼이 인간의 몸에 들어오기 전에는 영혼은 어디에 있었을까. 영혼이 돌고도는 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돌아갈까에 대한 고증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이 극도의 수준으로 몰입했을 때 다다르는 단계와 사후세계를 엮는 방법도 재미납니다. 말이나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그들의 세계관을 2차원의 세계에서 풀어내 보여주는 방식 역시 아주 기발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토픽인 '사후세계'에 관한 영화인지라 그 세계관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와 사상을 떠나 디즈니가 풀어내는 사후게계는 어떤지, 아니면 그저 이미지만으로도 너무나 발랄하고 재미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타고난 기질, 성향, 운명이 정해져 있는것인지, 더 나아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확실한 메세지로 전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것이란 것은 말해 입아프고,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또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게 역시 잘 다뤘다고도 생각됩니다. 비록 현 상황으로 극장 방문이 어렵겠지만, 후에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지원이 된다면 그때라도 꼭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영화 어느가족의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면 이미 국내에서는 흥행 보증수표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국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힐링을 해주는 영화를 만들어 왔지요. 그의 영화는 가족을 말합니다. 가족이 주는 힘과, 가족이 뺏는 힘. 이번에는 어느가족에 대해 가족이 되는 방법에 대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어느가족은 넷플릭스에서는 스트리밍 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왓챠에서는 스트리밍이 되고 있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추운 겨울날 오사무와 쇼타가 집 밖에서 추위에 떨며 혼자 놀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오면서 전개됩니다. 언뜻보면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이모뻘 쯤의 가족, 그리고 어린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안락한 가족으로 보입니다. 굉장히 작은 집에서 겨울에는 코타츠 밑에 둘러 앉고, 여름에는 푹푹 찌는 더위에도 선풍기를 틀고 한 방에서 함께 이부자리를 펴고 잡니다.

이보다 더 엄마, 아빠, 딸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쇼타는 오사무에게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노부야는 어머니 소리에 까르르 웃습니다. 할머니는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손녀딸에게 나무라기는 커녕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느 가족일까요? 서로가 어떻게 연결된 사이인지 궁금하지만 일단은 그들이 그려내는 일상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노부야는 분명 부모가 있는 여자아이지만 실종신고 되어 있지 않고, 아이 몸에 잔뜩 있는 상처로 아이의 친 부모에게 아이를 데려다 줄 생각은 없습니다. 아무리 위험해도 자신이랑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전하고, 부모에게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니 유괴는 아니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누가 이미 버린 것을 주웠다고 도둑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각자의 화상 자국을 보여주며 닮은 점을 찾아봅니다.

노부야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다리가 부러져 일을 쉬게 됩니다. 노부야 역시 세탁 업소에서 일해왔지만 시급이 높다는 이유로 잘리고 맙니다. 실질적으로 생활비는 할머니의 연금으로 충당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연금과 함께 이미 사별한 전 남편의 가족으로 부터 돈을 받아왔습니다. 이들이 사는 집 역시 할머니가 살던 집입니다. 살림살이가 좋지 못하니 쇼타는 도둑질을 해 생필품을 조달합니다. 이 도둑질은 오사무로부터 배웠습니다. 마트에 진열된 물건은 아직 누가 사가지 않았으니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가게가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훔치는 것은 괜찮다고 들은 쇼타는 도둑질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 새로 생긴 여동생 유리에게는 나중에 가르쳐 준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날 쇼타는 오사무가 이미 주인이 있는 차 속의 가방을 창문을 깨고 훔치는 모습을 보고 머릿속이 복잡해 집니다. 이미 주인이 있는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쁘니까요.

함께 둘러 앉아 저녁을 먹습니다. 

할머니는 가끔 사별한 전남편이 재혼한 부인의 아들로부터 가끔 돈을 받곤합니다. 전남편의 기일이라는 핑계로 찾아가 돈을 조금씩 받아왔습니다. 그 아들 집에는 딸 둘이 있는데, 둘 째 딸은 아주 발랄해 보입니다. 첫째딸은 유학을 가 있어 얼굴을 통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들의 비밀을 압니다. 바로 첫째딸 아키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할머니가 보살펴 주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가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이임에는 분명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의 일상을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감정선을 아주 잘 만들어냅니다. 억지스러운 감동이 아닌 고도의 디테일로 표현이 된 감정이지요. 분면히 불안불안한 상황이지만 왠지 모르게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이게 바로 가족의 힘일까요. 결국 쇼타가 도둑질로 잡히고 맙니다. 단순히 도둑질만 잡힌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다 잡혀버리고 말지요. 법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사이로 뭉친 사이니까요. 이미 아이를 버렸지만 그럼에도 친부모가 잘 보살펴주는 제 3자 보다는 법적으로 훨씬 우세한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가 필요할까요? 피가 섞여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바닷가에 놀러간 가족

현 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많이 등장하고는 있습니다. 그냥 같이 사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요.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보살펴주지도 않는 사이지만 단순히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국가와 대중들은 이들의 손을 들어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의 영화 포스터

드디어 넷플릭스에서 트와일라잇 시리즈가 서비스되기 시작했습니다. 트와일라잇을 비롯해 속편인 뉴문, 이클립스, 브레이킹 던 파트 1과 파트2, 전 편이 한 번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트와일라잇이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할 것이라고는 기대 하지 않았었는데, 뜻밖의 스트리밍으로 마치 깜짝 선물을 받은 것만 같습니다. 순전히 개인적인 제 뇌피셜로는 아마 이번 판데믹 사태 이후로 넷플릭스 주가가 상승함과 동시에 트와일라잇이 넷플릭스의 플랫폼을 통해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영화를 제공하면서 넷플릭스와 트와일라잇의 윈윈인 상황이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추측해 봅니다. 

 

트와일라잇은 스태프니 메이어의 소설 시리즈 입니다. 2008년 출간되어 총 네편으로 이뤄진 시리즈가 줄줄이 출판되었고, 미국에서 출판되는 즉시 한국에서도 바로 번역이 되어 출간이 되었습니다. 한국판은 미국판과 다르게 판타지 스타일의 일러스트가 추가되어 트와일라잇의 팬들이 더욱 많았습니다. 번역문 역시 문장 구사력이 부족했던 영문 원작과 달리 거의 새로운 소설을 창조하다시피 할 정도로 구체적인 번역문에 한국판의 완성도가 더 높다는 웃픈 이야기도 생겼습니다. 

영문판 원작 트와일라잇 책 표지

 

한국판 트와일라잇 표지

트와일라잇 네 편의 제목을 보면 주인공들의 관계를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트와일라잇 twilight의 뜻은 황혼의 시간이라는 뜻으로 태양이 막 떠오른 시기입니다. 뱀파이어인 에드워드를 상징하는 태양이 막 떠오르면서 벨라의 삶에 에드워드가 들어왔음을 알립니다. 2편인 뉴문 new moon은 초승달을 의미합니다. 늑대인간 제이콥의 등장으로 그를 상징하는 달, 초승달이 떠오르면서 한 편으로는 태양인 에드워드의 부재를 알리기도 합니다. 3편인 이클립스 eclipse는 일식을 뜻합니다. 달과 태양이 서로의 자리를 다투는 모습으로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갈등이 고조되면서도 결국 한 자리에 함께 공종하는 모습입니다. 마지막으로 4편인 브레이킹 던 breaking dawn은 새로운 새벽이라는 뜻으로 새로운 태양이 떠오르는 뜻입니다. 바로 벨라 역시 뱀파이어가 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줄거리 소개를 하기 전에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어서 넷플릭스로 가서 정주행 후 다시 글을 읽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트와일라잇은 작은 마을 포크스의 고등학교에 전학을 간 벨라가 뱀파이어인 에드워드가 사랑에 빠지면서 생기는 로맨스와 위험한 일들을 그립니다.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한 벨라와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에드워드, 에드워드의 자매 앨리스, 로잘리, 형제 에밋, 재스퍼, 양아버지인 칼라일과 양어머니 에스미. 이 컬렌가는 모두 인간 대신 동물의 피를 먹어 인간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은 쉽지 않습니다. 벨라를 노리는 다른 뱀파이어로부터 벨라를 지키기 위한 일들로 트와일라잇이 흘러갑니다 

뉴문에서 야성미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하는 제이콥

2편인 뉴문은 벨라와 어린시절부터 함께 알고 지냈던 제이콥의 등장이 많아집니다. 벨라를 계속 위험에 빠트리는 자신을 자책하는 에드워드가 벨라를 떠나고 그 빈 자리를 제이콥이 대신해주면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제이콥은 인디언 혈통으로 그들의 전설에 따라 늑대인간이되어 서로 상극인 뱀파이어와 늑대인간 사이의 갈등이 더욱 고조되면서 본격적인 삼각 관계가 그려집니다 제이크 역의 테일러 로트너는 원작 소설에 따르면 전편인 트와일라잇에 비해 뉴문에서 갑작스럽게 덩치가 커지고 야성미를 뿜어야 했기에 다른 배우로 대체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제이콥 역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던 테일러 로트너는 엄격한 식단관리와 어마어마한 양의 운동량으로 몸을 키워 계속 제이콥 연기를 할 수 있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린시절에는 트와일라잇 시리즈 중 뉴문이 가장 우울해서 제일 좋아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 스토리 구성이나 캐릭터나 상황의 묘사가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오히려 최근에는 뉴문을 가장 최애로 꼽는 편이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결혼식을 올린 에드워드와 벨라

3편 이클립스는 1편에서 벨라를 사냥하려다 컬렌 일가에게 죽음을 당한 제임스의 애인 빅토리아의 본격적인 복수극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한 번 사랑에 빠지면 상대를 평생의 짝으로 삼는 뱀파이어로써 이 복수극은 더욱 고조될 수 밖에 없습니다. 빅토리아는 고의적으로 인간들을 뱀파이어로 만들어 신생 뱀파이어인 뉴본으로 군대를 만듭니다. 몸에 인간의 피가 남아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지만 그만큼 절제력이 없는 뉴본들은 벨라를 잡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에드워드와 미래를 보는 앨리스만 있다면 이들을 얼마든지 저지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벨라를 짝사랑하는 늑대인간 제이콥까지 합세한다면 그 어느 뱀파이어 군대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막을 수 없는 것은 뱀파이어의 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볼투리가 뿐입니다. 

 

4편인 브레이킹 던은 이 볼투리가와의 대대적인 결투로 볼 수 있습니다. 브레이킹 던은 영화로는 파트 1과 2로 두 편으로 나눠져 있지만, 소설은 한 권 입니다. 브레이킹 던에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벨라와 에드워드의 결혼식이 나옵니다. 결혼식을 올리고 화려한 개인 소유의 섬으로 신혼여행을 가 해피엔딩의 결말을 맞이할 것 같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는 전 편이 문제와 갈등으로 이뤄진 작품입니다. 이번에는 바로 벨라의 급작스러운 임신이 문제가 됩니다. 인간과 뱀파이어 사이의 혼혈인 뱃속의 아기는 너무도 빠른 성장 탓에 벨라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 입니다. 아기를 포기하기를 원하는 에드워드와 달리 아기를 지키고 싶어하는 벨라는 에드워드의 자매 로잘리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로잘리는 아름다운 금발의 미녀이지만 트와일라잇 시리즈 내내 베라와 사이가 좋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기를 사랑하는 로잘리는 벨라의 아기를 지켜주기 위해 기꺼이 벨라의 편을 들어줍니다. 하지만 결국 아기가 태어나면서 벨라는 죽게되고 그녀를 살리기 위해 최후의 수단으로 에드워드는 벨라를 뱀파이어로 변신시킵니다. 뱀파이어가 되어 살아난 벨라와 태어난 아기 모두 무사해 이야기는 무사히 흘러가는 듯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아기를 처단하기 위해 볼투리가가 등장합니다. 브레이킹던은 이 볼투리가로부터 아기를 지키기 위한 여정을 보여줍니다.

벨라와 에드워드 사이의 아이 르네즈미와 르네즈미에게 각인된 제이콥

트와일라잇은 벨라 역에 크리스틴 스튜어트, 에드워드 역에 로버트 패틴슨으로 당시 인지도가 크게 있지 않았던 배우들을 지금의 스타덤으로 올려놓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인기를 급상승 시키기도 했지만 파급력이 큰 만큼 그에 따른 악플과 같은 논란이 많이 생겨 배우들이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영화에서는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력도 논란이 되었습니다. 그녀가 하는 것이라고는 머리 쓸어 넘기거나 한숨 쉬는 것, 그리고 시종일관 굳은 표정의 모습만 보여주어 많은 관객들의 아쉬움을 자아냈었지만 힘든 논란들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연기 활동과 탁월한 작품선택으로 이제는 배우로써 엄청난 성장과 확고한 입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로버트 패틴슨 역시 힘든 시절을 겪었지만 스팩트럼이 다양한 작품을 선택하고 꾸준한 연기활동으로 연기력에 대한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빅뱅이론

저는 미드로 영어를 배웠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미드 영어 공부법이 유행하면서 한국어와 영어 자막 두 개 모두 켜 놓고 미드를 보면서 영어 실력이 향상됨을 느낌과 동시에 한국과는 다른 스타일의 미국 드라마에 빠져 하루에 몇 시간씩 미드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자주 본 미드 중 하나가 바로 빅뱅이론입니다. 한 마디로 제 고등학생 시절을 빅뱅이론과 함께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솔직히 빅뱅이론은 영어공부를 하기에 적합한 컨텐츠는 아닙니다. 어려운 과학 용어가 많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어공부는 핑계였고, 순전히 재밌어서 빅뱅이론을 시청했습니다. 몰아서 시즌을 다 보고 나면 몇 달을 새 시즌이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더 많은 미드를 접하고 ,사는게 바빠지면서 점점 시즌이 길어지는 빅뱅이론과는 사이가 멀어졌습니다. 시즌이 길어짐과 함께 점점 스토리가 뻔해지고 가끔은 대충의 시나리오가 그려지기도 했으니 흥미가 떨어질 법도 했습니다. 

이들이 자주 어울리는 거실

그러다 최근에 넷플릭스에서 빅뱅이론을 다시 시청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가 궁금해서라기 보다는 의리로 다시 시청을 시작했지만, 가볍게 보기 시작한게 고등학교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말았습니다. 더군다나 오랜만에 보니 빅뱅이론 스타일의 뻔한 개그도 재밌었습니다. 덕분에 매일 하루를 마무리할 때 빅뱅이론을 가볍게 틀어놓고 보다가 잠들고는 했습니다. 시즌 12까지 정주행 하고 나니 마지막 에피소드가 훈훈하게 마무리 되는 것이 뭔가 마지막일 것 같다는 뉘앙스를 품고 있어서 부랴부랴 구글링을 했습니다. 설마 시즌 12가 종영인지, 제발 시즌 13은 언제 방영될지 궁금해서 말입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시즌 12를 끝으로 종영이라고 합니다. 생각지 못한 부분에서 종영을 해버려서 너무나 놀랍고 아쉬웠습니다. 더군다나 근 10년을 함께 했던 미드였기 때문에 무의식 중에 종영은 꿈도 꾸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오늘은 애정이 깊은 빅뱅이론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서로의 짝을 찾기 전 초창기 멤버들의 모습

빅뱅이론의 컨셉은 간단합니다. 천재지만 사회성이 굉장히 떨어지는 쉘든을 주인공으로 룸메이트 레너드를 비롯해 라지, 하워드가 등장합니다. 이 넷은 머리는 비상한 과학자, 공학자, 천문학자 이지만 사회성은 전반적으로 떨어지는 너드 입니다. 물론 여자 친구도 사귀기 힘든 인기가 없는 친구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쉘든과 레너드의 옆집에 인기 많고 예쁘지만 백치미가 있는 여자 페니가 이사옵니다. 서로 상극이지만 점점 친해지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립니다. 기본적인 컨셉은 아파트 옆집에 산다는 점이 프렌즈와도 비슷해 보입니다. 

연애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쉘던과 그의 여자친구 에이미

레너드는 페니와 연애, 결혼에 골인하고, 여자는 전혀 사귀지 못할 줄 알았던 이 네 친구들이 모두들 자기의 짝을 찾고, 가정을 이루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하는 것들은 이들의 캐릭터 입니다. 밉상 캐릭터 이지만 차마 미워 할 수 없이 사랑스럽기도 합니다. 물론 사랑스럽기로 하자면 모든 캐릭터들이 사랑스럽지요. 

 

이제는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더는 볼 수 없지만 첫 시즌을 본 지가 십년이 넘은 만큼 다시 처음부터 정주행을 할 까도 싶습니다. 여러분도 가볍게 볼 미드가 필요하다면 빅뱅이론을 추천합니다.

데이비드 애튼버러

넷플릭스에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다큐멘터리가 올라왔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그는 크게 유명하지는 않지만 영국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동물학자이자 방송인이라고 합니다. 동물학자로서 대중적으로 유명하다하니 약간 생소하기도 하지만 뭐 우리나라에도 강형욱 훈련사 정도로 생가하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동물을 사랑하고, 전문가이면서 정확한 지식을 전달하고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에도 기여하니 말입니다. 저는 제가 데이비드 애튼버러를 처음 접했다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의 대표 자연다큐멘터리 급이라 할 수 있는 우리의 지구, 플래닛 어스 등이 그의 나레이션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다큐를 다 보고나서야 알았습니다.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1926년생 영국 출신으로 근 100년 가까이 자연을 관찰한 산 증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가 관찰 할 수 있어서 운이 좋았다고 말합니다. 다큐멘터리 우리의 지구를 위하여는 그가 직접 목격한 자연의 변화를 우리에게 이야기로 들려줍니다. 말 그대로 우리의 지구를 위해 우리가 재고하고 할 수 있는 일들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다큐멘터리는 체르노빌을 보여주면서 시작합니다. 과거 모든 편의시설을 갖춘 신도시였지만 원전사고 이후 버려진 건물들과 주인을 잃은 물건들이 나뒹구는 폐허로 변해린 체르노빌은 인간 문명, 기술, 발전이 자연을 어떻게 해쳤는지 보여주는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데이비드는 어린시절부터 동물과 자연을 사랑했다고 합니다. 동네 광산에서 발견한 암모나이트 화석에 매료되기도 하고, 전 세계 곳곳의 초원, 정글, 사막, 바다를 누비며 야생의 동물들을 관찰하고 그 모습을 고스란히 영상으로 기록해 영국의 시민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탐험이 시작한 시기부터 현재까지가 우연히도 인간들의 기술발전과 자연환경에 가장 큰 변화를 관찰할 수 있는 시기였기 때문에 그의 증언만큼 정확한 것도 없을 것입니다. 

자연속에서 고릴라와 어울리는 데이비드 애튼버러

다큐멘터리는 데이비드 애튼버러의 탐험에 따라 당시 인구수, 이산화탄소 농도, 미개척지 비율을 보여줍니다. 당연하게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인구수와 이산화탄소 농도는 폭발적으로 증가함과 함께 미개척지의 비율은 굉장히 낮아집니다. 등유를 위한 고래잡이, 무자비한 낚시로 종의 다양성과 균형성이 깨트려버린 어획 활동, 팜유 생산을 위해 정글을 밀어버리는 바람에 갈곳을 잃어버린 오랑우탄, 바다의 온도 상승으로 하얗게 말라버려 죽어버린 산호초 군락. 또 한 번 열거하기 입이 아플 정도로 이미 우리는 얼마나 지구를 파괴해 왔는지 굉장히 잘 압니다. 다만 문제는 이들의 인과관계를 우리는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정확한 연결고리를 알고 있지 않으니 당연히 갈 곳을 잃어버린 북극곰의 모습을 보며 마음아파 하면서도 우리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지요.

 

데이비트 애튼버러는 바로 이런 점을 바로잡고자 합니다. 물론 그는 풍부한 자연환경을 누렸으니 운이 좋았긴 했지만 이만 은퇴하고 쉬어도 되지요. 하지만 그는 자신이 누린 바로 그 행운 때문에 은퇴하고 여유로운 생활을 보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죄책감에 무엇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하지요. 저는 이 점에서 그에게 꽤나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아흔이 넘은 나이에도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유엔에서 연설을 하고, 실태를 알리고, 상황을 바로잡기 위해 열심히 활동합니다. 변화를 그대로 목격해온 증인이니 그 누구의 말보다도 진정성이 있고, 신뢰가 있음을 그는 아주 잘 압니다. 

 

그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식단을 바꿀 것. 인구수 조절을 할 것. 딱 이 두가지 입니다. 첫 째, 식단. 같은 열량을 얻기 위해 섭취해야 하는 채소와 육류를 생산하기 위한 개척된 땅의 크기는 굉장히 차이가 납니다. 쉽게 말해 한 끼를 채소로 채우는 것보다 고기로 채우는 것이 더 많은 땅, 즉 자연을 파괴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꼭 채식을 고집하라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지금보다 육류 섭취를 조금씩 줄인다면 계속 개척해야 하는 땅은 필요가 없어질 것이고 언젠가는 개척지가 다시 예전의 자연의 모습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것이지요.

 

둘 째, 인구수 조절은 아주 중요한 문제입니다. 기하급수적으로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지구는 언젠가는 인간으로 포화상태가 되고 말 것입니다.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균형이니 이를 조절해야만 합니다. 물론 인구수가 증가한 것에는 평균 수명이 늘어난 점도 있지만 출산율 역시 큰 요소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출산률이 매우 낮기 때문에 공감하기는 힘든 내용이기는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우리나라만큼 아이를 적게 갖는 나라도 드뭅니다. 많은 나라들이 셋 이상의 자녀를 두기도 합니다. 데이비드 애튼버러는 이 문제에 관한 예시로 일본을 듭니다. 일본 역시 인구 포화를 겪었고, 이제는 출산률이 점점 줄어 한동안 일정 수준의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본이 출산률을 줄일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여성들의 높아진 교육 수준이라고 말합니다. 전 세계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여성의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출산율은 낮아집니다. 물론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고 생각하면 쉬울 듯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은 첫 시작과 마찬가지로 체르노빌을 한 번 더 보여줍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폐허의 모습이 아닌, 사람의 발길이 끊김에 따라 그곳을 보금자리로 찾기 시작한 야생동물과 회복된 자연의 모습을 비춰줍니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당신, 자연의 회복을 위해 당신은 일상에서 무엇을 실천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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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교사 안은영과 한문교사 홍인표

넷플릭스에서 줄기차게 홍보를 해왔던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이 드디어 공개되었습니다. 정세랑 작가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심상치 않은 예고편과 검증된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꽤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던 드라마인데요, 굉장히 색다른 드라마여서 흥미로웠습니다. 배우 정유미와 남주혁을 주 캐스팅으로 하고 조연에 배우 문소리, 유태오를 캐스팅하면서 배우들의 독특한 연기도 볼 수 있습니다. 

보건교사 안은영역의 정유미 배우

목련 고등학교의 보건 교사 안은영은 '젤리'라고 불리우는 것을 봅니다. 흔히 귀신을 본다고 할 수 있는데, 자칫하면 무서울 법도 할 존재들을 이 드라마에서는 젤리로 표현하고 귀엽게 캐릭터화를 시켜 보여줍니다. 어릴 때 부터 젤리를 보는 탓에 인생이 쉽지는 않았지만 간호사로 병원에서 일하다가 친구의 소개로 고등학교의 보건교사가 됩니다. 젤리를 귀찮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을 지켜내는 것을 소명으로 삼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안은영은 학생들에게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그 원인이 학교 지하실에 있다고 판단, 지하실로 들어가고자 합니다. 하지만 학교 지하실에는 엄격한 규칙이 있는데, 지하실은 6개월에 한 번씩 소독을 해야 하며, 소독업체인 일광소독만이 출입할 수 있다는 규칙입니다. 문제는 일광소독이라는 업체가 망해버려 지하실 소독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있는 한문선생 홍인표는 마친 지하실을 가봐야겠다는 안은영과 함께 학교 지하실로 들어갑니다. 안은영은 홍인표라는 인물에 흥미를 느낍니다. 바로 홍인표를 감싸는 보호막이 젤리들로부터 홍인표를 보호해주기 때문이지요. 홍인표는 소위 '기운이 좋은 사람' 입니다. 

한문선생 홍인표역의 남주혁 배우

학교 지하실의 끝에는 '압지석'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본래 연못이었는데, 젊은이들이 자꾸 떨어져 죽자 흙으로 메꾸고 돌로 막아버린 것이지요. 이곳에 범상치 않은 기운이 있음을 감지한 학교의 설립자이자 한문선생 홍인표의 할아버지는 이 기운을 잘 다스리면 엄청난 힘이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학교를 세운 것이었지요. 

 

안은영과 홍인표가 학교 지하실에 다녀간 뒤 학교에는 계속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 떨어지려고 하는 학생들, 이유없이 울거나 웃는 학생들, 온 몸에 발진이 난 학생들, 이유없이 접근해오는 선생들... 안은영은 보건교사로써 이 모든 일들을 차차 해결하고자 합니다. 젤리가 너무나도 싫지만 자신밖에 이 일을 해결할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닫기도 하는 안은영은 자신과의 싸움이자 젤리들과의 싸움, 그리고 이상한 단체들과의 싸움도 해나갑니다. 

 

영화의 총체적인 평은 유니크하다는 점입니다. 어찌보면 흔한 소재일 수도 있는 퇴마사의 내용이지만 단순히 퇴마사라고 퉁쳐 말하기에는 좀 더 특별합니다. 우선 시각적으로 독특하게 풀어내었고, 영화의 색감 또한 귀여우면서도 차가운 느낌을 주는 독특한 색감입니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색다릅니다. 발랄, 대담, 솔직한 연기를 해내는 정유미 배우와 남주혁 배우, 그리고 독특한 캐릭터 설정의 문소리 배우와 유태오 배우를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더불어 학생으로 등장하는 이주영, 현우석, 박혜은, 권영찬, 박세진, 송희준, 심달기, 이석형 등 배우들이 꽤나 존재감을 뿜어내 조연배우들의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한 에피소드당 1시간이 채 안되고 총 6개의 에피소드로 이뤄져 있기 때문에 가볍게 볼 수 있는 드라마로 색다른 기분을 느껴보고 싶을 때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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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에놀라 홈즈, 마이크로포트 홈즈

영국의 천재 명탐정 셜록 홈즈 이야기는 이제 지겨울 법도 할 때 쯤 에놀라 홈즈가 등장했습니다.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영화 <에놀라 홈즈>는 예고편만으로도 흥미로워 공개일만을 기다려 왔습니다. 명탐정 셜록 홈즈의 여동생 에놀라 홈즈에 관한 이야기로 요즘 페미니즘 시대에 걸맞게 등장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 에놀라 홈즈 역의 밀리 바비 브라운의 색다른 모습을 볼 수 있어 기대가 컸던 영화입니다. 

에놀라가 직접 카메라를 응시하고 관객에게 말을 거는 듯한 특이한 편집

영화의 시작은 셜록 홈즈이자 에놀라 홈즈의 어머니 유도리아의 실종으로 시작됩니다. 여러 단서들로 추측해 보건데 유도리아는 납치가 아닌 스스로 사라진 것이 분명합니다. 어린 시절 아버지는 죽었고, 두 오빠 마이크로포트 홈즈와 셜록 홈즈는 일찌감치 집을 나가 살았습니다. 어머니와 단 둘이 집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에놀라 홈즈는 어머니로부터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서재에 있는 모든 책을 읽었고, 역사, 과학, 철학을 비롯해 각종 퍼즐과 호신술도 익힙니다. 단, 그 시대의 여성이라면 마땅히 해야 할 자수나 웃는 법, 아름답게 꾸미는 법 등은 전혀 배우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에놀라에게 찾아온 마이크로포트와 셜록은 자유분방한 에놀라의 모습에 굉장히 놀랍니다. 마이크로포트는 당장 에놀라를 기숙학교로 보내려고 합니다.

여러 변장과 의상을 보는 재미가 있는 에놀라 홈즈

에놀라의 여정은 여기서부터 시작합니다. 큰 오빠가 보내려는 기숙학교에 가지 않기 위해, 그리고 어머니를 찾기 위해 밤에 남장을 하고 몰래 탈출합니다. 그러다 기차에서 튜크스베리를 만납니다. 알 수 없는 자객으로부터 쫓기는 그를 구해주고, 런던에 도착한 에놀라는 어머니의 흔적을 찾아 어머니에게 조금씩 다가갑니다. 그러다 점점 어머니가 가담하는 일에 대해 알게 되고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튜크스베리가 신경쓰여 그의 목숨을 여러번 구해주기도 하지요. 결국 영화는 천방지축이지만 총명한 에놀라가 어머니도 찾고, 사랑도 찾고, 오빠 셜록과도 가까워지는, 종국에는 영국의 역사를 바꿀만한 일까지 하게 되는 내용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2003년 생이라는 배우 루이스 패트리지

에놀라 홈즈는 셜록 홈즈 시리즈에서 사라진 탐정이라는 에피소드를 원작으로 합니다. 영화는 현 시대의 페미니즘을 겨냥한 모습이 너무나도 많이 보여 관객들의 입맛을 과하게 맞추려는 듯한 느낌이 들어 거부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배우 밀리 바비 브라운의 통통 튀는 연기와 셜록 홈즈 역의 헨리 카빌, 어머니 유도리아 홈즈 역의 헬레나 본햄 카터 등 빵빵한 캐스팅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새롭게 등장한 튜크스베리 역의 배우 루이스 패트리지가 무려 2003년 생의 잘생긴 미남이라는 점에서 여러 팬이 환호하고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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