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뜻한 디자인의 표지

 

인간은 왜 여행을 떠날까요. 인스타를 위해서? 보여주기 위해서? 값진 경험? 책 <여행의 이유>는 김영하 작가의 경험과 고찰이 담긴, 그의 시각으로 인간이 왜 여행을 떠나는지에 대한 보다 더 본질적인 의미에 대한 고심입니다.

 

시작은 가볍게 작가의 경험으로 시작합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비자가 없어 바로 출국을 해야 했던 이야기, 낯선 유럽 땅에서 현지인의 도움을 받은 이야기, 뉴욕에서 방관자로써 시위에 참여했던 이야기 등 그의 여행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하고, 가깝기도 하고 멀기도 합니다. 누구나 갈 법한 곳을, 누구나 갈 법한 방법으로도 가고, 그였기에 가능했던 여행 방법으로도 갑니다. 

 

하지만 그 이야기의 내면에는 그가 따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호메로스의 오딧세이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인간은 왜 여행을 할까요? 여행을 떠나는 여행자의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어디까지가 여행이고 어디까지가 여행이 아닐까요? 

 

저는 작가와 비슷하게 유년시절 이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작가와 비슷하게 타지에서 꽤 오랜기간 머물렀던 경험도 있습니다. 여행지에서 느꼈던 의문, 반 현지인, 반 여행자의 이도 저도 아닌 신분으로 혼란스러워했던 기억,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곳에서의 내 입지, 앞으로 머물 곳을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 오는 모순된 불안감. 이 모든것에 대한 절대적인 답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의 의문을 해소하기에는 충분히 도움이 되었고 또 하나의 다른 해석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는 크게 공감되었던, 근 몇 년 간의 화두에 대한 답의 실마리를 찾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했던 문단을 소개하겠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나의 그림자는 없었다. 이 년을 넘게 살았지만 곧 자리를 털고 떠날 구경꾼에 불과했던 것이다. 나는 그 사회에 아무 책임도, 의무도 없었다."

인상깊게 읽은 부분의 한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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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궁극의 미니멀라이프

아즈마 가나코 씨의 책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를 읽었습니다. 아기자기한 일러스트와 함께 그닥 길지 않은 책입니다. '4인가족 한 달 전기료가 500엔' 이라는 책 홍보 문구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책은 미니멀리즘에 대한 의미와 사상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책은 아닙니다. 다만 일본의 한 엄마이자 아내인 주부가 자신이 실행하는 미니멀라이프를 공유하고 자신의 노하우와 실천 방법들을 간단하고 가볍게 풀어놓은 책입니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아무리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라도 이러기 쉽지 않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작가는 대학에서 환경을 공부하고, 대학시절 전기도 수도도 없는 외진 곳에서 농활을 다녀온 경험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이 값진 경험에 큰 영향을 받은 듯한 작가는 다른 미니멀리스트들과는 한단계 깊은 모습을 보여줍니다. 흔히 접할 수 있었던 미니멀리스트들은 독신이라던가, 아이가 없다던가 등의 가족관계 역시 미니멀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아즈마 가나코씨는 남편이 있고, 두 아이가 있습니다. 특히 학교를 들어가지 않은 아이에게는 꽤나 많은 살림이 필요할 거라 생각해 왔는데, 이 책을 읽으니 꼭 그런것도 아닌듯 합니다. 작가의 미니멀라이프는 물론 평범하지만은 않습니다. 전기료가 그냥 500엔이 나오는게 아닙니다. 세탁기가 없어 손빨래는 물론이고, 냉장고 역시 없어 가능한 모든 반찬은 저장음식, 절임, 말린음식으로 해결합니다. 청소기가 없는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전구 역시 딱 세개만 있어 밤이 찾아오면 그냥 불을 끄고 잔다고 합니다.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채소는 집 텃밭에서 직접 길러 먹습니다. 달걀은 키우는 오골계로부터 얻습니다. 

 

내가 미니멀라이프를 해도 이 물건은 버릴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물건 역시 그 쓰임새와 용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고, 과연 내가 얼마나 그 물건의 가치를 사용하고 있을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다른 미니멀관련 서적과는 다르게 미니멀을 이렇게 해야지 보다는 미니멀을 하려는 목적을 다듬을 수 있었던 책인 것 같습니다. 물론 아즈마 가나코씨 같은 미니멀한 삶을 살려면 조금 더 부지런해야 하고 불편한 점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딱 그만큼만 시간을 소요하고 나머지는 오히려 물질로부터, 돈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너무나 많은 소유욕을 채우느라 너무나 많은 돈을 벌고, 그 돈을 벌기위해 너무나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소요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보다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본인이 그러한 삶을 살고 있다면 자신의 일상과 집 안을 한 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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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오바마의 책 비커밍

민트색의 산뜻한 책 미셸 오바마의 비커밍을 읽었습니다. 자서전인데다가 워낙 두꺼워서 읽을 생각도 하지 않았지만 주위에서 책이 너무 좋았다는 얘기를 하도 많이 들어서 눈 딱 감고 첫장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이 두꺼우다보니 오디오북으로 많이들 읽는것 같았습니다. 저는 전자책으로 대여를 해 출퇴근 시간에 오며가며 읽었습니다. 너무 부지런히는 아니지만 틈틈이 읽다보니 다 읽는데 세 달이 걸렸습니다. 

 

책 비커밍은 미셸 오바마의 유년시절부터 가정환경, 법률회사에서 근무하던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던 시절 인턴인 오바마를 만나게 되어 오바마의 정치, 대통령 당선과 재선까지의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아마 유일무이한 캐릭터의 퍼스트 레이디가 아닐까 싶은 미셸 오바마 입니다. 오랜 지병으로 몸이 불편했던 아버지와 미셸이 슈퍼스타로 삼았던 오빠, 사랑이 많고 야무지던 어머니와 함께 전형적인 흑인 가정에서 자랐지만 똑똑한 덕분에 좋은 학교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도 물론 수없는 인종차별과 여자이기 때문에, 가정 환경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 가능성을 의심받아오며 살았습니다. 이런 그녀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가족, 멘토들, 좋은 친구들, 커뮤니티 덕분이었다고 합니다.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성장과 고충을 보면서 많은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시국이 시국인지라 많이 무기력한날도 많았지만 그런 날은 미셸오바마의 비커밍을 꺼내어 읽으면 그녀의 에너지가 여기까지 전해지는 듯 했습니다. 버락 오바마의 임기가 끝난 후 책 비커밍으로 이름을 날리며 투어를 하는 미셸 오바마덕에 요즘 버락 오바마는 자신을 전직 대통령이 아닌 미셸 오바마의 남편이라고 소개한다고 합니다.

 

비커밍은 워낙 두꺼운 책이라 선뜻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저 처럼 여러달에 걸쳐 두고두고 읽으시는 것도 괜찮다면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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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작가님의 유튜브 채널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계에 떠오르는 샛별이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 활동하신지는 오래되었으나 우리나라에 미니멀리즘이 소개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뭐 새롭다는 의미의 샛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작가님을 처은 알게 된 것은 유튜브였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한 직업' 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꾸 추천을 하는 통에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무시했습니다. 제목이 퍽이나 재수가 없어보여서 였지요. 뭐 호화 크루즈 타고 세계를 도는 직업이니 뭐 내 직업좀 보고 부러워 하시라는 투로 느껴졌지요. 거기다 날카로운 콧대를 가진 남자가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의 썸네일이 재수없어 보임에 한 스푼을 더 얹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썸네일로 제가 넘겨짚은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이끌려 영상을 하나 두개 클릭하다보니 어느덧 그의 책까지 구입해 읽고, 매일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처음 본 박작가님의 영상

그의 책을 읽고,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배경과 삶,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박작가님과 실제 친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뭐 제게는 인터넷 속에 있는 그대이니 그와 그의 부인 미키씨를 구루로 삼으며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여행 많이 다니고 미니멀하게 사는 모습만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 자연주의 삶, 지구를 아끼는 삶, 이런 모습들이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와 닮아있고 몸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직접 보여주며 제게 크고 작은 모습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박작가님의 책

박작가님은 현재 두 권의 책을 쓰셨습니다. 그 중 첫 책인 <글로벌 거지부부>는 첫장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흥미진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만 태국의 공동체에서 디톡스를 하는 내용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제 버킷리스트 목록에 디톡스가 올라갈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자취방을 정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터라 미니멀리스트가 될 거라 하고 살림을 사지 않게 된 시점에 박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도 궁극의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소지하고 있는 짐이 적기 때문이지요. 책에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의 책을 읽으며 어떠한 흐름과 배경으로 지금의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게 됩니다. 물론 저는 여행중이라면 몰라도 평상시애 박작가님 만큼 미니멀해질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박작가님 정도의 영상을 자주 보아야 각성이 되고 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매일매일 박작가님 영상을 보면서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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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집을 순례하다>를 읽고 짧은 독후감을 작성 했었다. 세계 유명 건축가들이 지은 집을 한 일본인 저자가 둘러보고 귀여운 도면 스케치와 함께 그 집의 배경과 느낌을 서술한 책이었다. 책을 읽을 당시 학교 강의의 일환으로 읽었던지라 억지로 읽긴 했지만 의외로 큰 여운이 남아 독후감을 남겨보고자 한다.

 

집에 관한 책이지만 집이 가진 그 자체의 원초적 의미보다는 건축학도로써 느낀 책 속에 등장하는 집과 건축가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싶다. 건축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집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저명한 거장 건축가가 지었다는 이 낯설음마저 느껴지는 조합에 책을 읽는 내내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건축가가 집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경건하고 겸손하게 느껴졌다. 작은 스케일과 장식의 배제에서는 소박함 마저 느껴졌다. 물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낙수장은 소박함 보다는 드라마틱한 화려함이 더욱 강조되었지만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라는 인물이 가진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그를 포함한 모든 건축가가 거주민을 생각한 디테일한 장소성을 고려한 본질적인 무언가가 있기에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 건축가라는 나의 꿈은 내 집을 짓고 싶다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이는 비단 나 뿐만 아니라 상당수의 건축학도들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집은 건축의 시초에 있는 것이기에 육체만 보호하면 되는 단순한 공간일 것이라는, 프라이버시만 확보되면 될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해 왔던 나는 이 책을 읽고 집은 습작이 아닌 걸작이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작가는 순례라는 약간은 과하다고 느껴질법한 단어를 사용하며 집이 성지임을 암시하고, (단순히 집이기에 순례를 했다기 보다는 저명한 거장 건축가가 설계한 집이기에 순례를 했다는 것이 더 정확해 보이지만) 비록 작가 본인은 부모님의 집을 처녀작으로 설계하였지만 결국은 스스로 부끄러워한 작품이었음을, 앞으로도 순례가 더 필요함을 고백한다. 

책에 등장하는 건축가들은 당시 화려한 명성을 누리던 사람이었으나 그들이 건축한 집은 굉장히 소박하고 간결했다. 하지만 그 소박함과 간결함이 부족함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촌스러움과 거추장스러움을 제거하고 컴팩트함이 있는, 건축가의 내공까지 함축된 마스터피스인 것이다. 그들의 내공은 건물 그 자체의 매스에서 드러나는 것이 아닌 동선을 포함한 거주자의 삶을 생각한 디테일에서 뿜어져 나온다. 단순히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 아닌 그 장소에서의 기억까지 고려해 만들어낸다. 이것은 그 거장 건축가이기에 가능한 것이 아닌, 건축가라면 당연 집을 지을 때 사소한 것 까지 고려해야 하는 절대 쉬운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콕 집어낸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뼈저리게 느꼈던 생각은, 집은 건축의 시작이자 그 끝을 향하고 있다는 것이다. 집은 친근한 대상이지만 그 친근함 때문에 더욱더 우리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기에 섬세함과 고도의 완성도를 필요로 한다. 그 무엇보다 숙련된 건축가가 필요한 이유이다.

처음 낯설음으로 시작했던 건축가의 화려함과 그들이 지은 집의 소박함의 조화는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행위로 느껴진다. 셸터라는 핸드빌트에 관한 책을 쓴 로이드 칸은 인간은 자기 집을 자기가 짓고 싶어하는 건축본능이 있다고 했다. 건축가는 그 본능을 단순히 식욕과 동등한 욕구로 볼 것이 아닌 더욱 고차원적인 예술로 승화시켜 표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인간 본능에 대한 존중을 뛰어넘어 인간이자 건축가의 자아실현을 할 수 있는 고차원적 수단이 되어야 한다.  건축학도로써, 건축가로써 지녀야할 집에 대한 태도는 순례라는 단어를 붙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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