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틀포레스트 속 밤조림을 기억하시나요? 한국판 영화에도 등장했지만 일본판 리틀포레스트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유행처럼 밤조림을 만들고 각자의 레시피를 공유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들기에는 보기에도 번거로워보이지만 너무나 먹음직스러운 모습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오늘은 그 레시피를 공유해보겠습니다.
밤조림은 보늬밤이라고도 합니다. 보늬는 순 우리말로 나무열매 속 껍질을 의미한다고 합니다. 외국어인 줄 알았는데 예쁜 순우리말이라서 참 놀랍죠? 보늬밤은 이름처럼 밤의 속 껍질을 살려서 요리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보늬밤은 겉껍데기만 제거하고 속껍데기를 살려서 조리합니다. 거칠거칠하고 질겨 식감이 안좋을 것만 같은 이 율피가 보늬밤의 핵심입니다. 때문에 이 율피를 먹기 좋은 식감으로 만드는 과정이 보늬밤 만드는 과정의 대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밤의 겉껍질을 전부 까줍니다. 뜨거운 물에 30분 정도 불렸다가 하면 까기 편해요. 이 때 주의할 점은 가능하면 최대한 속껍질을 다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해요. 속껍질이 다쳐서 속살이 드러난 밤은 오랫동안 조리는 과정에서 다 흐물흐물해져 결국은 깨지더라구요. 밤 양이 많다면 밤 깎는 칼을 이용해 밤을 까는 것을 추천해요. 저는 처음에 밤 속 껍질을 안 다치게 하려고 밤 까는 가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도로 살살 했는데, 손이 너무 아파 결국은 밤까는 가위로 깠어요. 요령만 생긴다면 생각보다 밤 속껍질을 안 건드리고 까게 되고 과도보다 훨씬더 편하더라구요. 이 때 썩은 밤이나 벌레먹은 밤이 있다면 그 부분만 잘라내지 말고 과감하게 버려주세요. 밤이 일부만 썩어도 그 쓴 맛이 밤 전체에 퍼져서 맛이 없습니다.
다 깐 밤은 중량을 재 놓고, (설탕의 양 때문에 밤 무게를 알면 좋지만 저울이 없다면 눈 대중으로 해도 나쁘지 않아요.) 베이킹 소다를 크게 한 스푼 탄 물에 밤을 하룻밤동안 담궈 둡니다. 저는 성격이 급해 이 과정은 건너 뛰었어요. 그래도 크게 문제는 없는 것 같더라구요. 베이킹 소다 푼 물 째 그대로 냄비에서 끓여 줍니다. 약불에서 30분 정도 끓여주세요. 베이킹 소다 때문에 끓이는 과정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기는 하지만 불 옆에 서서 살살 저어주어야 해요. 안그러면 거품이 많이 생겨 냄비 밖으로 흘러 넘칩니다. 베이킹 소다로 끓이는 건 율피를 연하게 만드는 과정이에요. 베이킹 소다에 끓이면 율피 때무인지 물이 짙은 보라색이 됩니다.
30분동안 끓였다면 물을 버리고 새 물을 다시 받아 또 30분 끓여주세요. 이 과정에서 밤에 찬 물보다는 따듯한 물이 닿게 해주세요. 찬 물이 닿으면 밤이 수축하면서 확실히 찬물이 닿지 않은 밤에 비해 작아지더라구요. 열심히 까고 끓였는데 밤이 작으면 속상하잖아유... 새 물을 받아도 율피에서 보라색 물이 계속 나옵니다. 다 끓이면 또 이 물을 버리고 또 한 번 더 끓여주세요. 총 세 번을 끓이고 나면 밤을 잘 헹궈서 껍질을 다듬어야 합니다. 심지처럼 질긴 부분을 이쑤시개를 이용해 빼주고, 먹을 때 걸리적 거릴 거 같다는 부분은 전부 제거해 주세요. 이 과정에서 역시 율피가 다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미 오랫동안 끓인터라 밤이 물러져서 조심해야 해요. 깨끗하게 정리된 밤을 물에 씻어 다시 냄비에 올립니다. 이 때는 밤이 전부 잠길 정도로 물을 넣고, 밤 무게 절반의 설탕을 부어줍니다. 그리고 천천히 저어가면서 또 30분동안 약불에서 끓여주세요. 베이킹 소다 넣고 한번, 헹궈서 맑은 물에 두 번, 설탕 물에 한 번. 총 네 번을 끓입니다.
보늬밤 밤조림을 보관할 유리병은 깨끗이 씻어 열탕소독까지해서 준비해 둡니다. 다 끓인 밤을 유리병에 넣어주고 다 식힌 후에 뚜껑을 닫아주세요. 며칠내로 다 먹을거라면 실온에서 보관해도 되지만 저는 아무리 열탕소독을 열심히 해도 실온에서는 역시 곰팡이가 표면에 피더라구요. 몇 주, 몇 달에 걸쳐 오랫동안 먹을거라면 냉장보관해 주세요. 이 때 원하는 맛을 가미해도 좋아요. 시나몬 스틱을 넣는다거나 건조한 귤이나 영화에서처런 브랜디를 넣어도 좋습니다. 가능하면 밤이 전부 설탕물에 잠기도록 해주세요.
저는 막 끓여서 따뜻한 밤이 제일 맛있는 것 같아요. 두, 세 달 뒤에 먹으면 밤에 설탕물이 다 스며들어서 더 맛있어진다고 하는데, 저는 이미 충분히 달기도 하고, 밤조림이 두 세달 씩이나 보관하기 전에 다 먹어버릴 것 같아 그냥 따뜻할 때 많이 먹었어요. 냉장보관할 때도 그릇에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30초 돌려서 따뜻하게 먹었습니다. 보늬밤으로 밤라떼를 해 먹으면 또 아주 맛있습니다. 우유 한 컵 기준, 밤 세 알과 보늬밤의 설탕물 세 스푼정도를 넣고 갈아주면 정말 맛있어요. 먹을 때 위에 살짝 시나몬 가루를 뿌려주면 기가 끊임없이 먹을 수 있어요. 밑에 간 밤이 가라앉으니 잘 저어서 먹으면 됩니다. 이 간 밤의 식감이 아주 좋아요.
보늬밤은 왜 속껍질을 살릴까 하고 의아했습니다. 직접 요리해 보니 그 이유를 알겠어요. 밤을 오랫동안 끓이는 동안 속껍질이 있으면 밤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어요. 또 율피 특유의 식감이 있어요. 누가 발명한 레시피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천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꼭 보늬밤과 밤라떼 해 드셔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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