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을 보셨나요. 중경삼림은 홍콩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 1994년 개봉하였고, 한국에서는 1995년 개봉한 영화 입니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서로 다른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배경은 홍콩 시내 한 식당이 둘 다 나오면서 겹칩니다.

우선 1부는 금성무와 임청하가 나옵니다. 경찰 223으로 등장하는 금성무는 최근 메이라는 여인과 이별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쉽사리 잊을 수 없어 계속 전화를 겁니다. 자신의 생일이자 메이와 이름이 같은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잔뜩 사 의미부여를 하며 먹어치우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바에서 금발 머리의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임청하는 마약 브로커로 금발의 가발을 쓰고 레인코트를 입으며 또각또각 걸어다닙니다. 마약을 양복 곳곳에 숨겨 인도인들에게 입혀 그들을 해외로 보내는 일을 하는 임청하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 인도인들을 놓치고 맙니다. 결국 진정하러 들어간 바에서 경찰 223을 만나게 되는 거지요. 금발의 여인은 시시콜콜 질문을 던져대는 금성무에게 일일이 상대해 줄 여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괜히 밉지는 않았나 봅니다. 결국 이야기를 나누고 덕분에 금성무는 전 여인을 잊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들이 홍콩 누비는 곳은 바로 청킹 맨션이라는 곳입니다. 과거는 고급 호텔로 지어졌지만 이미 노후화 된 건물을 찾는이가 없어 아랍사람과 인도인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홍콩에 여행을 갔을 때 바로 이 청킹맨션에서 잠을 잔 적이 있습니다. 저렴한 숙소를 찾다보니 청킹 맨션까지 찾게 된 것이지요. 그 때 중경삼림을 알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 하나로도 예약을 하는데 망설이지는 않았습니다. 갓 어른이 되어서 간 첫 배낭여행지에서 앞 뒤로 배낭을 꼭 끓어안고 청킹맨션안에 들어가니 내가 홍콩이 아닌 인도 거리 한복판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각종 향신료 냄새와 향냄새. 이를 뚫고 흔들리는 엘리베이터에 타니 키가 큰 아랍인들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저를 내려다 보기만 했습니다. 초조하게 숙소가 있는 층에 내리니 역시 인도인 사장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쾌쾌한 냄새가 나는 도미토리 방에서 눈치를 보며 짐을 푸니 긴장이 풀리면서 이런 생뚱맞은 곳에 내 몸 하나 누일 곳이 생겨 안심이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해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중경삼림의 2부는 양조위와 왕페이가 등장합니다. 양조위는 경찰 633으로 등장합니다. 승무원인 애인을 위해 매일 밤 식당에서 샐러드를 사가던 양조위는 애인이 떠나가면서 샐러드대신 블랙커피를 주문에 오밤중에 연거푸 마셔댑니다. 사촌오빠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던 왕페이는 그를 몰래 짝사랑하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날 식당에 찾아온 경찰의 전 애인인 승무원이 편지를 전해달라면서 편지를 남겨두고 갑니다. 양조위는 편지를 잠시만 보관해 달라하고 결국 편지를 받지 않습니다. 식당사람들은 이 편지를 모두 돌려보지요. 편지에는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말과 함께 양조위의 아파트 열쇠가 들어있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왕페이는 이 열쇠로 양조위의 집에 몰래 들어갑니다. 이별의 상심으로 엉망이 된 그의 아파트를 치워주고 꾸며줍니다. 양조위는 상심으로 무감각하기는 하지만 어떤 변화를 알아채고 그의 전 애인이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결국 왕페이와 양조위가 그의 아파트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다행히 양조위는 왕페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매일 캘리포니아 드림을 듣던 왕페이를 생각하며 바 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지요. 양조위는 캘리포니아에서 한참을 기다리지만 결국 왕페이를 만나지 못합니다. 대신 식당 사장이자 왕페이의 사촌오빠로부터 그녀가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났다는 말과 함께 편지 한장을 건네받습니다. 이 편지에는 비행기 티켓이 한 장 그려져 있지만 행선지가 비에 젖어 알 수가 없습니다. 날짜는 그 날로부터 1년후.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식당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이번에는 양조위가 식당을 열심히 수리하고 있습니다. 반쯤 내려간 셔터를 올리면서 등장한 왕페이는 승무원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끝납니다.


중경삼림은 거의 30년이 다되가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젊은이들의 모습과 왕가위만이 그려낼 수 있는 영상미가 정말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그 당시의 감성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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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넷플릭스에서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 작년 시즌 2를 예고하는 결말로 시즌 1을 마감했던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많은 사람들이 기다려 왔습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1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고 시즌 2에 대해 소개한 후 감상을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즌 1은 엄브렐러 아카데미에 대한 소개가 주를 이룹니다. 한날 한시에 세계 각국에서 태어난 일곱명의 아이들을 한 남자가 입양합니다. 출생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아이들은 모두 초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엄청난 덩치와 파워 그리고 맷집을 가진 루서, 쇠붙이를 자유자재로 조정할 수 있는 디에고, 사람들의 정신을 조종할 수 있는 앨리슨, 망자와 대화가 가능한 클라우스, 시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파이브, 괴물로 변신 할 수 있는 벤, 그리고 막내 바냐. 그들은 어려서부터 아버지와 로봇으로 만들어진 어머니로부터 엄격한 교육과 보살핌을 받습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라는 팀을 만들어 세계를 구하고 다닙니다. 안타깝게도 벤은 일찍 죽지만 망자와 대화가 가능한 클라우스를 통해 계속 형제들과 함께 합니다. 다만 일곱째인 바냐만 초능력이 없고 정신이 불안정해 항상 약을 먹으며 형제들이 세상을 구하고 히어로가 되어 이름을 날릴 때 혼자 조용히 바이올린 연습을 합니다. 그러다 자신을 이해해주는 어느 남자를 만나 그를 따라갑니다. 이 때 바냐는 자신 역시 초능력이 있었음을 알게 됩니다. 그것도 아주 강력한 초능력이 있었죠. 이를 알고 있었던 아버지는 바냐를 가두고 약을 먹여 무력하게 했습니다. 또한 앨리슨으로 하여금 주문을 걸어 초능력을 못 쓰게 했죠. 여러 사건이 겹치면서 분노한 바냐는 스스로 그 능력을 통제할 수 없었고, 결국 엄청난 힘을 만들어 냅니다. 이 힘이 달을 파괴하고, 그 파편이 지구로 날라오면서 지구는 종말에 이르게 됩니다. 이 때 가까스로 파이브의 능력으로 모두가 과거로 시간 이동을 하면서 시즌 1은 마무리 됩니다.


시즌 2는 이 형제들이 모두 다른 시간대로 떨어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모두 동일한 건물에서 동일한 날짜와 시간에 떨어지지만 부작용으로 다른 연도에 떨어집니다. 1961, 1962, 1963년 도에 떨어집니다. 파이브가 마지막으로 떨어지면서 드디어 모두가 한 시간대에 존재할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형제들을 찾을 수 없자 각자의 삶을 찾아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루서는 보디가드이자 도박 복서로, 앨리슨은 인권 활동가와의 결혼으로 흑인 인권 운동을 합니다. 바냐는 떨어지자마자 교통사고를 당해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잊고 자신을 차로 친 가족들의 보살핌으로 함께 삽니다. 디에고는 정신병원에 수감되고, 클라우스는 사이비 종교를 만들어 교주가 됩니다. 모두들 각자의 삶에 만족한 듯 보이지만 막 도착한 파이브 만이 미래를 바꾸려 고군분투 합니다. 바로 그들이 속한 시간 대 속에서 열흘 후 다시 핵 폭탄 폭발로 세계 멸망이 다가온다는 사실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형제들을 힘들게 설득하여 미래를 바꾸고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물론 방해꾼들의 지속적인 등장으로 이 역시 쉽지는 않지만 결국 해피엔딩으로 1963년의 세계 멸망도, 2019년의 세계 멸망도 존재하지 않는 2019년으로 돌아가는데 성공합니다. 형제들의 아지트였던 집으로 돌아오니 황당하게도 또 다른 형제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고 그들은 잘못된 시간대로 왔음을 때닫고 시즌 2는 끝납니다.


시즌 2의 마지막 장면은 물론 시즌 3을 예고하는 듯 합니다. 죽었어야 할 아버지도 살아 있고, 예전에 죽었던 벤 역시 살아 있습니다. 게다가 상당히 반항적인 모습으로 있습니다. 이를 미루어 보아 아마 시즌 3에서는 다른 시간대의 형제들끼리 싸움이 있거나 아니면 이 오리지날 형제들이 원래의 시간대로 돌아가기 위한 고군분투가 보여질 것 같습니다. 더불어 어린나이에 일찍 죽었던 벤이 살아 있는 시간대로 오면서 아마 벤의 분량이 더 늘어날 것 같습니다. 시즌 1은 대부분 엄브렐러 아카데미의 등장인물을 소개하느라 바빴던 모양으로 미루어 보아 아마 긴 시즌을 염두에 두고 제작을 시작한 듯 합니다. 시즌 2에서는 큰 문제가 해결된 듯 보이나 또 다른 문제를 보여주고 끝이 나죠. 또한 미스터리했던 아버지의 과거가 조금더 보여지는 시즌인 듯 합니다. 아마 시즌 3 정도는 가야 더 본격적인 스토리 텔링이 가능할 듯 싶습니다. 


엄브렐러 아카데미는 배우 엘런 페이지의 캐스팅으로 보기 시작했으나 시종일관 연약한 모습으로 나오는 바냐는 크게 비중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잘못된 계산에 의해 14살의 모습에 갇혀버린 58살을 연기하는 파이브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분명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도 상당히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정신이 이상해 보이는 클라우스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루스와 앨리슨은 묘한 애정전선을 보여주는 듯 하지만 상황은 물론 둘다 소극적인 탓에 러브라인을 보기는 어렵습니다. 디에고는 시즌 2에서 시종일관 클린턴 암살 사건에 집착하는데 좀 지겨워 보일 지경입니다. 다만 디에고와의 짧은 러브라인을 보여주는 라일라는 새로운 초능력자의 등장을 알립니다. 아마 시즌 3에서 라일라의 등장을 조금 더 기대해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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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65일을 관람했습니다. 365 dni 혹은 365 days 로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된 영화에 대해서 줄거리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감상을 얘기해 보겠습니다. 


소설 원작이라고 하는 365일은 이탈리아 마피아 두목의 마시모가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맬 때 부터 환영으로 본 여자를 실제로 만나고 그녀를 납치해 앞으로 365일 동안 자신과 사랑에 빠지지 않으면 그 뒤에는 풀어 주겠다고 하면서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물론 여주인공 라우라는 처음에는 거부하지만 놀랍게도 만나지 두달 만에 그와 사랑에 빠지고 임신과 함께 결혼을 준비합니다. 하지만 영화의 마지막은 개연성이 전혀 없게도 라우라가 마시모의 적에 의해 죽고 끝납니다. 아마 2편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이 영화는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아마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와 비슷한 류의 영화로 여성의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불량식품 같은 의도로 만든 듯 합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전혀 개연성이 없지만 잘생긴 남자주인공과 몇 선정적인 장면들 때문에 일각에서는 관심을 받고 있고, 심지어 넷플릭스 상위 10위 안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물론 여성의 판타지라고 여겨질 만한 요소가 몇 있긴 합니다. 대뜸 나와 사랑에 빠지라고 하는 잘생긴 이탈리아 유명 가문의 남자, 마음껏 쇼핑을 해도 뭐라 한 마디 안하는 남자, 이탈리아의 오래된 고택, 화려한 진수성찬 뭐 여자들의 판타지라고도 할 법하지만 설정 자체가 말도 안됩니다. 무려 납치를 해놓고 사랑에 빠지라니요? 이 무슨 스톡홀롬 신드롬와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섞어 놓은 설정입니까.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나 트와일라잇 처럼 아무리 불량식품 같은 영화일지라도 최소한의 스토리 구성은 갖추고 있습니다. 그러나 365일은 허점이 가득한 스토리 라인으로도 유명합니다. 몇 개의 칼럼에서 소개된 365일의 스토리 허점에 대해서 소개해 보겠습니다. 


1. 마시모의 순간이동.

마시모와 라우라의 첫 만남은 길을 헤매던 라우라가 등 뒤에서 'Are you lost, baby girl?' 이라고 묻는 막시모의 깜짝 등장으로 만나게 됩니다. 아무것도 없는 길목에서 갑자기 등장한 건 한 번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생일날 남친에게 서운한 라우라가 낯선 밤 골목을 배회하다가 또 한 번 마주치고, 이 때 납치까지 당합니다. 물론 밤중에 화려하게 차려입고 혼자 골목을 돌아다녔으니 납치가 되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설정이기는 하지만 도대체 마시모는 어디서 튀어나온 걸까요?


2. 라우라의 직업

영화 초반 굉장히 필요 이상으로 심각한 거래를 하는 듯한 라우라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뚜렷한 라우라의 직업에 대한 설명이 없습니다. 다만 영화 후반에 갑자기 'preston'에 매니저 일을 제안 받았다고 합니다. 도대체가 'preston'이 무엇인지도 모르겠을 뿐더러 납치돼있는 동안 어덯게 일을 제의 받을까요. 영화에서는 라우라의 직업에 대해 확실한 언급이 없습니다. 다만 원작 소설 에서는 라우라의 직업이 고급 호텔 경영진 이라고 묘사 한다고 합니다.


3. 마시모가 총에 쏘이기 전 본 여자는 누구였을까

마시모와 마시모의 아버지가 총에 쏘이기 전 마시모는 망원경으로 해변의 여자를 보고 있습니다. 마시모는 망원경 속 여자에게 매우 관심이 있어 보입니다. 분명 라우라 처럼 생겼지만 영화 구성 상 라우라는 당시에 해변에 있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 여자는 누굴까요. 마시모의 아버지가 여자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 위해 설치한 장면이었을까요. 다만 이 여자가 라우라랑 너무 똑 닮아 관객으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합니다. 


4. 라우라는 요트에서 일부러 떨어진 걸까 실수로 떨어진 걸까

라우라와 마시모는 요트에서 말다툼을 벌입니다. 화가나 요트의 난간으로 다가가는 라우라와 그녀를 급하게 따라가 말리는 마시모의 모습을 보면 라우라는 분명 요트에서 일부러 떨어지려고 한 듯한 모습입니다. 그런데 라우라가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 정말 실수로 떨어진 듯 보입니다. 소리도 지르고 물에서 허우적 거리는 라우라를 마시모가 물에서 구해줍니다. 도대체 라우라는 일부러 떨어질 생각이 아니었다면 난간으로 왜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한 술 더 떠서 라우라는 마시모가 자신을 납치한 마시모가 자기 목숨을 구해줬다는 사실에 감동까지 합니다.



5. 라우라의 심장병

영화 초반부터 라우라가 심장이 안좋다는 이야기가 언급이 됩니다. 전남친은 뭐만 하면 라우라에게 심장이 안좋으니 화도 내지 말고 흥분도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하지만 무슨 심장병인지 뚜렷하게 언급되지는 않습니다. 라우라의 심장이 약하다는 것을 모른 마시모가 진정제가 너무 세서 라우라를 납치할 당시 늦게 깨어났다고 말한 이후로는 라우라의 심장에 대해서는 더이상의 설명이 없습니다.


6. 라우라의 헤어스타일

기분전환한다고 절친과 클럽에 가기 전에 메이크오버를 한 라우라는 갑자기 중간 길이의 흑발에서 짧은 단발의 금발로 변신합니다. 너무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딱 봐도 가발인 것이 티가 나  파티를 위해서 그날만 변신을 했겠거니 생각했다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금발을 유지하는 라우라에 대해 의문이 퍼집니다. 만약 가발이 아닌 진짜 머리라는 컨셉이라면 하루 몇 시간 만에 그 탈색머리가 나왔다고? 하는 반응도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조금 더 타당한 이유가 필요해 보입니다. 


7. 마시모는 라우라의 초상화를 어떻게 그렸을까

마시모의 집에 납치된 라우라는 집의 벽에 걸려있는 커다란 본인의 초상화를 보고 놀랍니다. 총을 맞을 때 부터 매일 같이 라우라의 얼굴이 보였다는 마시모는 어떻게 그 초상화를 그렸을까요. 마시모는 기억력이 뛰어난 훌륭한 화가일까요. 


영화 365일은 선정적인 장면만을 보여주기 위해 만들었다고 평해도 부족하지 않을 듯 합니다. 허점 투성이인 구성에 다음 편이 혹시라도 개봉한다면 조금 더 설명이 되었으면 좋겠지만 서도 애당초 납치범과 사랑에 빠진다는 컨셉이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무시할 수가 없습니다. 기대 이하인 영화지만 오히려 이런 허점을 찾는 재미가 또 있었던 영화입니다. 정말 시간이 많고 궁금하신 분들만 영화를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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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서 계속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올드가드를 봤습니다. 매드맥스를 보고 한동안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에서 빠져나오지 못 한 터라 꽤나 기대를 했던 올드가드는 다소 실망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올드가드의 줄거리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이유로 불멸의 존재가 된 네 명의 전사들이 함정에 빠져 제약회사의 생체 실험을 당하게 된 상황에서 자신과 같은 또 한의 불멸의 존재가 생기면서 서로 돕고,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내용입니다. 이 불멸의 존재는 기존에도 더 있었지만 어느 순간 더이상 불멸하지 못하고 죽기도 하는 시점이 찾아옵니다. 때문에 그렇게 잃게 된 친구도 있고, 마녀사냥으로 무쇠로 된 관 속에 갇혀 물에 빠져 사형을 당하게 된 동료를 찾지 못해 잃게 되기도 합니다. 


영화 올드가드는 원래 그래픽 노블이 원작입니다. 영화는 자칫하면 촌스러워질 수 있는 이런 초현실적인 설정을 아슬아슬하게 풀어간 듯 합니다. 주인공 앤디 역의 샤를리즈 테론의 액션과 연기를 좋아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꽤나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걸크러쉬를 강조한 듯해서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오는 장면도 몇 있었습니다. 이제 막 불멸의 존재가 된 나일 역시 아무리 아프가니스탄에 파견된 미군이라지만 그녀가 금방 자신의 존재를 받아들이고 다른 동료를 구하는 장면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입니다. 마치 울버린처럼 상처를 입어도 금방 치유가 되는 이 불멸의 존재들의 생체적 비밀을 풀어 신약을 만들고자 하는 어린 제약회사 CEO 역시 다소 억지스러운 광기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워낙 이질감 있는 설정을 조금 더 섬세하게 풀어주었으면 더 완성도 있는 영화가 되지 않았을 까 좀 아쉽습니다. 아무래도 코믹북을 원작으로 하다보니 원작의 설정을 그대로 가져오면서 원작과 영화를 다르게 설정해야 하다 보니 다소 무리한 구성을 하게 된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예를 들면 앤디가 들고 다니는 도끼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 생각했었는데, 코믹북에서는 앤디의 트레이드 마크로 등장하는 도끼를 보고 그제서야 도끼의 존재가 이해 되었습니다.


주인공 앤디는 아주 오래전부터 불멸의 존재가 되어 역사의 모든 전쟁과 갈등 속에 있어왔습니다. 영화에서는 잔다르크 시대부터 십자군 전쟁, 세계 1, 2차 대전 등 모든 굵직 굵직한 전쟁에 개입해 인간에게 평화를 가져다 주는 존재 입니다. 한 마디로 그는 인류의 수호신인 셈입니다. 그런 앤디가 점점 불멸의 능력을 잃어 약해지지만 영화 후반부에는 과거 마녀사냥으로 물 속에 빠져 죽고 살아나고를 반복한 찾지 못했던 동료 꾸인이 등장하면서 2편을 암시하는 장면이 나오기에 여러 시리즈로 제작되어 다음 편에서는 좀 더 설득력 있고 완성도 높은 스토리 라인을 가진 영화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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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센스8을 다시 정주행 했습니다. 몇 년 전 굉장히 신선하게 본 드라마 였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정주행 하게 되었습니다. 센스 8은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인 와쇼스키 자매의 작품으로 국내에는 배두나 배우의 출연으로 입소문을 탄 드라마 입니다. 


줄거리는 한날 한시에 동시에 첫 숨을 들이키며 태어난 여덟명의 사람들이 서로의 감각과 생각을 공유하는 센세이트와 그들을 사냥하는 위스퍼의 서사를 그린 드라마 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으로 세계 각국의, 전혀 다른 사람들이 어느 순간 부터 서로의 생각과 감각을 공유하게 되면서 각자의 삶에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본인을 사냥하는 위스퍼와의 두뇌싸움에서 승리해 그들을 처단하는 내용입니다. 세계 여덟개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컨셉 때문에 엄청난 제작비 탓에 시즌 3까지 나올 예정이었으나 시즌 2에서 중도에 급하게 마무리 지어버렸습니다. 때문에 한시간 내외의 다른 에피소드와는 달리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두시간이 넘습니다. 한동안 이 마지막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전 시즌 3만 애타게 기다리다 한 참 후 시즌 3 대신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로 스트리밍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만 전체 구성에 무리가 없는 마무리로 꽤나 재밌게 본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항상 넷플릭스 추천리스트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드라마 입니다.

와쇼스키 형제에서 남매로, 이제는 자매로 알려진 이들의 고민이 꽤나 많이 반영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선 등장인물 여덟명을 살펴 보자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는 트랜스젠더 해커 노미, 시카고에 사는 경찰 윌, 멕시코의 액션배우 헤르난도, 나이로비의 버스운전사 카피우스, 베를린의 갱 볼프강, 뭄바이의 제약회사 직원 칼라, 아이슬란드 출신 디제이 라일리 그리고 한국의 대기업 딸 박선입니다. 각자 너무도 다른 상황에 처해 있고, 다른 능력을 갖고 있으며 사용하는 언어 역시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의 머릿속에서 그 모든 능력과 감각을 공유하여 마치 1인 8역의 힘을 갖게 됩니다. 


엄청난 로케이션과 함께 뛰어난 영상미 그리고 스토리라인을 보여주는 센스8은 와쇼스키 감독의 전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비슷한 영상미도 보여줍니다. 센스8에서 비춰지는 한국의 모습은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중 개중에 가장 한국 스러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물론 감독의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한 듯한 영상과 설정이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영화에 비하면 봐줄만 합니다. 또한 한국을 배경으로 할때 등장하는 한국의 배우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주인공 배두나와 함께 이경영, 이기찬, 윤여정, 차인표, 손석구 등 속속이 등장하는 그들의 얼굴과, 영어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딱 보아도 설정 부터가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갔겠다 싶은 이 드라마는 그만큼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배두나가 출연한다고 해 시작했다가 문화충격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꽤나 진보적인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센스8은 전체적으로 한 에피소드당 한시간 내외로 짧지 않은 에피소드지만 한 시즌에 12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에 정주행하기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시즌 1에서는 모든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세계관을 보여주느라 다소 느린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꽤나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이를 비추어 봤을 때 센스 8이 꽤나 여러개의 시즌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다는 짐작이 되기는 합니다. 때문에 초반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급하게 마무리가 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번 휴가철 여행 대신 방구석 여행을 즐기기에는 세계 8개 이상의 도시가 등장하기에 꽤나 나쁘지 않은 드라마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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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미러 시리즈는 이미 넷플릭스에서 꽤나 유명한 시리즈 입니다. 디지털이 엄청나게 발전한 미래에서 일어나는 일들, 주로 디스토피아 적으로 서술해 나가는 시리즈로, 한 시즌 당 많은 에피소드는 아니지만, 각 에피소드가 한시간 내외의 짧은 단편 영화 같은 연출을 보여줍니다. 이 블랙미러 시리즈에서 단독적으로 하나의 영화를 냈습니다. 바로 밴더스내치 입니다. 밴더스내치는 여타 다른 블랙미러 시리즈와는 다릅니다. 블랙미러 시리즈 뿐만 아니라 여태껏 경험해 왔던 영화와도 다릅니다. 바로 영화 관람객이 단순히 관망하는 관람자의 입장이 아닌 직접 선택을 하고 영화의 결론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밴더스내치의 줄거리는 스테판이라는 어린 게임 프로그래머가 밴더스내치라는 책을 기반으로 게임을 만듭니다. 영화의 배경은 1984년으로 당시 유명한 게임 메이커가 만든 게임이라고는 팩맨 정도의 인터페이스를 갖춘 수준입니다. 여기서 스테판이 새로 만드는 게임은 스토리라인이 있는 게임으로 두개의 선택지를 정해진 시간 안에 선택해야 하고, 선택한 시나리오대로 게임이 흘러가는 형태입니다. 당시는 획기적인 게임 형식이기에 게임 회사의 막대한 지지를 받고 게임을 프로그래밍 해 가면서 벌어지는 일들 입니다. 영화에서 스테판은 아버지와 단 둘이 살고 있습니다. 밴더스내치는 다른 영화처럼 팔짱을 끼고 볼 수 없습니다. 어느 시점에서는 마우스나 리모콘을 들어 한 가지 선택지를 눌러야 합니다. 첫 선택은 어느 시리얼을 먹을 건지 하는 간단한 선택 부터 주어 집니다. 저는 다양한 선택지를 고를 경우에 또 다른 결과들이 모두 궁금해 선택할 수 있는 모든 선택지는 다 해봤습니다. 그 시리얼 같은 간단한 선택지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제작진이 이런 포맷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을 배려해 연습 삼아 준 선택지 같습니다. 선택지가 스토리라인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는 시점은 일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인지 정신이 불안한 스테판이 아버지와 함께 정신과 상담을 받으러 가면서 부터 입니다. 어떤 선택지를 고르느냐에 따라 어머니의 부재에 대한 스토리를 알 수도 있고, 다른 천재 프로그래머의 초대를 받아 그에 대한 스토리를 알 수도 있습니다. 선택지에 따라 스테판이 자살을 하기도 하고 그의 주변 사람을 살인하기도 합니다. 스테판이 만들어낸 게임이 호평을 받기도 하고, 혹평을 받기도 합니다. 또 어떤 결말은 스테판이 죽은 후 미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어떤 스토리 라인은 갑자기 말도 안되는 액션을 보여주어 헛웃음이 나오기도 합니다. 

워낙 스토리라인이 여러개 이고 결말 또한 달라서 제작진이 영화의 스토리로써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영화의 흐름을 조용히 따라갈 수 없어 머리에 딱히 남는 메시지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영화의 스토리 라인은 flow chart에 의해 결정됩니다. 이미 이 flow chart는 누군가가 그려 놓았습니다. 이로써 영화 제작진은 줄거리로써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의 간섭으로 인한 시나리오에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여러분도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어 직접 관람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여러 결말이 궁금하다면 여러번 플레이 해 볼 수도 있습니다. 아마 다른 엔딩이 궁금해 많은 사람들이 한 번이 아닌 여러번 플레이 해 봤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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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드 <프렌즈> 정주행을 끝냈습니다. 장장 몇 달이 걸렸는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미드 쉐도잉 이라던지 영어 공부의 교과서, 미드의 기본중의 기본이라 유명한 시트콤이지만 막상 이러한 유명세 때문에 미드 애호가 치고서는 꽤나 늦게 <프렌즈>를 보았습니다. <프렌즈>는 1994년 부터 2004년 까지 방영했습니다. 한 시즌에 스무개 이상의 에피소드에 총 10개의 시즌으로 이루어진 <프렌즈>는 전 세계 드라마를 통틀어 대중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은 드라마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프렌즈>의 유명세는 말하면 입만 아플 뿐이니 저는 제가 좋아했던 캐릭터와 설정, 에피소드등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스포일러가 어느정도 있지만 워낙 오래된 드라마라 딱히 비밀로 하기도 뭐해서 쭉 설명해 보고자 합니다.

<프렌즈>는 뉴욕 중심가에 사는 여섯 명의 친구들의 우정과 사랑 이야기 입니다. 그냥 일상을 그려내는데 어떻게 시즌 10개나 방영이 되었을까 의아하기도 합니다만 그만큼 인간의 인생사가 복잡하고 이야기가 많다는 점을 보여주지 않나 싶습니다. 물론 <프렌즈>식 농담과 레퍼토리가 익숙해지는 시즌 후반부로 갈 수록 그들의 농담이나 에피소드의 줄거리가 대충 예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뻔하다는 느낌보다는 편안함이 더 강했던 것 같습니다. 드라마의 배경은 요리사인 모니카의 아파트나 센트럴 퍼크라는 이름의 카페입니다. 모니카의 오빠인 고고학자 로스, 모니카의 집 앞 집에 사는 이웃이자 로스의 대학교 동창 챈들러, 챈들러의 룸메이트 조이, 모니카의 전 룸메이트 피비, 모니카의 현 룸메이트 레이철. 이들은 매일 같이 어울리며 끈끈한 우정을 보여줍니다. 

드라마는 결혼식장에서 도망친 레이철이 카페 센트럴 퍼크에서 우연히 모니카를 만나면서 시작됩니다. 어린시절 모니카와 레이철은 추억을 함께한 사이지만 인기 절정 퀸카였던 레이철과 굉장히 뚱뚱했던 모니카와는 어느 순간 연락이 끊겼던 것 같습니다. 시즌 1부터 10까지 쭉 끌고가는 이야기는 바로 레이철과 로스의 사랑입니다. 로스의 첫사랑 레이철의 등장과 함께 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엇갈리고를 반복합니다. 오죽하면 담배를 힘들게 끊은 챈들러가 레이철과 로스가 헤어졌을 때, 마치 챈들러의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의 아픔과 버금간다며 몰래 담배를 피워대고는 하죠. 이들의 뜨거운 감자는 로스와 레이철이 큰 싸움이 있고 잠시 헤어졌을 당시 로스가 다른 여자를 만난 사건입니다. 'We were on a break!!'라는 대사는 <프렌즈> 팬이라면 잘 아는 대사일 것입니다. 하지만 결국 이들은 딸을 낳게 되죠. 물론 결혼하지는 않습니다. 1994년에 방영된 드라마인데 요즘 한국 사회에서 조차도 상당히 앞서간 물결들이 보입니다. 비혼 출산을 비롯해, 여성 캐릭터들이 끊임없이 말하는 여자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들, 채식을 하는 캐릭터 피비, 동거, 자유로운 데이트 문화 등 방영한지 20년 이상이 지났음에도 전혀 진부해보이지 않는 설정이 돋보입니다. 

이제 시청 포인트들을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 째, 레이철의 패션. 요즘 복고풍의 패션이 유행으로 돌면서 <프렌즈>속 패션이 주목 받는데 특히 레이철의 패션과 헤어스타일은 방영 당시에도 엄청난 붐을 일으켰다고 합니다. 20년이 지난 지금 보아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패션에 역시 아메리칸 스윗허트의 위력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둘 째, 조이의 사랑. 조이는 잘생긴 무명 배우 지망생으로 등장합니다. 물론 시즌을 거듭할 수록 그도 굵직한 작품에 출연하면서 커리어를 쌓는 유명 배우가 되지요. 그는 여성들을 무척이나 사랑하는데, 카사노바로 보이기도 하면서 그가 여자 친구들을 아끼는 모습에 조이를 미워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감동했던 포인트는 임신한 피비가 엄격한 채식을 하다 입덧으로 고기를 먹고 싶어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생명을 사랑해서 채식주의자 생활을 이어오던 피비를 위해 조이는 피비가 출산할 때까지 대신 고기를 먹지 않아 피비 몫의 동물의 생명(?)을 지켜줍니다. 먹는걸 좋아하는 조이에게 이게 얼마나 큰 희생인지는 <프렌즈>를 보신 분이라면 공감할 듯 합니다. 둘 째, 챈들러의 직업. 챈들러의 직업은 친구들 모두 알지 못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뉴욕에서 개인 사무실까지 있는 챈들러는 꽤나 중요한 일을 하는 것 같은데 그 누구도 그의 직업을 알지 못합니다. 언뜻 보았을 때는 회계사 비슷한 것 같지만 관객도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 게다가 시즌 후반부에서 챈들러는 한 번 이직을 감행합니다. 넷 째, 로스의 이혼. 총 시즌을 통틀어 로스는 몇 번의 이혼을 할까요? 바로 세번입니다. 로스는 여자들에게 인기가 없어보이지만 그의 우유부단한 성격 때문인지 의외로 꽤나 활발한 연애 활동을 합니다. 그런 성격 때문일까요. 결혼과 이혼 역시 쉽게 합니다. 그중 제대로된 결혼생활이라고 할 만한 건 없습니다. 첫 번째 결혼은 부인이 레즈비언이라서, 두 번째 결혼은 결혼식장에서 신부의 이름이 아닌 엉뚱한 여자의 이름을 불러서, 세 번째 결혼은 술에 취해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억도 못할 결혼식을 올립니다. 실제 벌어진 일이라면 쫌 심각하지만 그나마 드라마라 웃픈 농담거리가 됩니다.  다섯 째, 피비의 똘끼. 피비는 꽤나 곱게 생긴 반면 스트릿 출신입니다. 꽤나 험난한 어린시절을 보내고 노숙 경험까지 있는 그녀의 직업은 마사지사로 카페 센트럴 퍼크에서 공연도 하는 가수입니다. 신기가 있다며 영혼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주는데, 그게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꽤나 독특한 취향을 갖고 있어 드라마 중간중간 웃음을 주기도 합니다. 여섯 째, 모니카의 과거. 앞서 잠깐 언급했듯 모니카는 학창시절 굉장히 뚱뚱했습니다. 음식을 너무 좋아해 뚱뚱했던 학창시절 챈들러가 음식이 그렇게 좋으면 요리사하면 되겠다는 비아냥 거린 농담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바람에 정말 요리사가 되었죠.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 다이어트를 한 그녀는 굉장히 날씬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되었습니다. 드라마를 보는 내내 아름다운 그녀의 모습을 보다 잊을만 하면 등장하는 그녀의 과거 장면에서 뚱뚱한 모습으로 특수분장을 하고 나오는 모니카의 모습은 웃음을 안겨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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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을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초반에 잘 보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루즈해지는 느낌에 잠시 멈춘 적이 있다가 요즘 다시 시작 했는데요, 흔히 시트콤 형식의 시리즈들은 에피소드나 시즌이 길어질 수록 점점 특유의 레퍼토리나 패턴이 나오면서 다음 에피소드 줄거리가 예상되는 등 잠시 물리기도 합니다. 그런 드라마 중 하나인 <김씨네 편의점>은 시즌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왜 그런지 중간에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시작했는데 요즘은 또 다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로 이민 온 한인 가족들에 대한 시트콤 입니다. 이민 1세인 미스터 김과 미세스 김. 이민 2세인 그들의 아들 정과 딸 재닛을 주축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그려냅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스터 김과 미세스 김은 김씨네 편의점이라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이름이 말 그대로 Kim's Convenience 입니다. 이 김씨네 부부는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 이며 매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이 교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캐나다 교민들의 한인 사회가 교회를 주축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부분 같습니다. 이 시트콤을 보고 제가 아는 해외 교민들이 전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것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객지에서 자리를 빨리 잡기 위해서는 커뮤니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타인에게 열려있고, 친절을 잘 베푸는 교회가 한인 교민 사회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민 1세대인 부부는 영어도 어눌합니다. 한국식 악센트가 강하며 문법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반면 이들의 자녀 자넷과 김은 캐나다 사회에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특히 한인 문화와 서양 문화의 충돌로 이민 1세와 2세들의 갈등이 있는 점을 반영했는지, 이들 역시 큰 아들 정과 아버지 미스터 김은 크게 싸운 후 말도 잘 섞지 않고 만나지도 않는 서먹한 부자 관계를 보여줍니다. 어려서부터 반항이 심했는지 고등학교도 자퇴한 정은 렌트카 회사에 취직해 나름 정신차리고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딸 자넷은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예술학교 학생입니다. 그녀 역시 학교 친구와 자취를 하면서 캐나다 문화와 부모님의 한인 문화 사이에서 오빠 정 보다는 조금 더 중재적인 역할을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바로 비주류인 캐나다의 한인 사회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비롯해 요즘 들어 미국과 캐나다의 아시안 커뮤니티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이전부터 활발했던 흑인과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이어 영화계에서 아시안 커뮤니티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한명의 아시안으로써 굉장히 옹호합니다. 항상 너드 역이나 우스꽝스러운 조폭으로만 그려졌던 아시안의 이미지들이 점점 바뀌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아시안이 주축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기생충>에서 모두가 느꼈을 것입니다. 각설하고, <김씨네 편의점>은 굉장한 마이너리티의 사회를 보여주기에 그 마이너리티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공감화 호응을 얻어낼 것 같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떠한 공감할 거리를 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민을 경험해 보지 않은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많은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는 점을 보면 작품성이 꽤나 좋은 작품인 듯 합니다.

<김씨네 편의점>은 배우들이 대부분 어린 시절 이민을 갔거나, 그곳에서 태어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끔식 나오는 한국어는 굉장히 어눌합니다. 물론 미스터 김과 미세스 김은 어눌한 한국식 영어를 구사하지만 실제 배우는 영어가 모국어인 캐나다인 입니다. 우연히 미스터 김 역의 Paul Sun-Hyung Lee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미스터 김을 연기하기 전까지는 본인이 한국인임을 항상 부인하고 어떻게 해서든 캐나다인이 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미스터 김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아이러니하지만 많은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주요 등장인물은 중국계인 아들 정을 빼고는 모두 한국계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간혹 한국인으로써 당혹스러울 만큼 어색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면 정의 몸에 있는 태극기 문양의 타투, 친구의 별명이 김치라는 점 등 한국인이라면 절대 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 이 드라마의 제작진들 역시 언뜻 보면 한국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 역시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약간의 오리엔탈리즘이 곁들여 있는 외국인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드라마의 대중성을 위해 선택한 설정이라는 점이라고 해도 납득이 되기는 합니다. 그만큼 꽤나 사실적이고 정감가는 드라마라는 이야기 겠지요. 마음 편히 놓고 쉬면서 넷플릭스를 보고 싶을 때 <김씨네 편의점>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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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넷플릭스 드라마를 추천해볼까 합니다. 영화는 아니지만 넷플릭스 정주행 드라마 추천 리스트에 들어 제가 주위 사람들에게 자주 추천하는 작품입니다. 바로 <오티스의 비밀상담소> 입니다. 이 드라마는 성 상담가 어머니를 둔 십대 청소년 오티스가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성 상담을 해주는 내용입니다. 오티스는 어머니가 성 상담가라는 사실을 부끄러워 하기는 하지만 어깨 너머로 들은 것이 워낙 많은지라 우연찮은 기회에 친구에게 성 상담을 해주게 됩니다. 그 장면을 놓치지 않고 포착한 메이브는 돈에 밝고 수완이 좋아 오티스에게 돈을 받고 성 상담을 해주게 하고 메이브 자신은 고객과 연결해주는 비밀 사업을 벌입니다. 메이브는 무책임한 엄마는 집을 나가고 감옥을 드나드는 오빠역시 집을 비워 혼자 꿋꿋하게 캠핑 촌에서 살아갑니다.  머리가 좋으나 공부 잘하는 것 만으로는 인생이 풀리지 않는 메이브는 특유의 반골기질로 친구가 많이 없지만 의외로 오티스와 쿵짝이 잘 맞습니다.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매 회 학교 친구 한 명 씩을 상담해주면서 그 친구의 비밀, 살아가는 인생사, 등을 담담하지만 위트있게 풀어 갑니다. 이 드라마는 워낙 개성있는 캐릭터가 많이 나오고, 캐릭터 하나하나가 다 매력이 철철 넘칩니다. 그 중에서도 제 최애 캐릭터는 바로 오티스의 절친 에릭 입니다. 눈빛 부터 말투, 패션 센스까지 매력이 넘칩니다. 어떤 고난에도 초 긍정적인 힘을 갖고 있습니다. 오티스와 메이브가 주 축이 되어 사업을 꾸리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현재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십대 청소년 들의 고민과 기쁨이 담겨 있습니다. 제 2의 <스킨스>라는 평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배경이 영국이고, 십대들의 이야기이며 다소 선정적인 장면들이 등장하기 때문이죠. <스킨스>도 좋은 작품이지만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조금 더 요즘 입맛에 맞다고 할 수 있습니다. 매력 많은 배우들과 캐릭터들, 그들의 패션센스, 귀여운 영상미, 탄탄한 스토리 라인을 두루두루 갖췄습니다. 십대 청소년들의 이야기라고 해서 허술한 드라마를 생각했다면 오산입니다. 매 에피소드마드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면서도 마냥 무겁지만은 않은 특유의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드라마를 보면서 내내 생각했던 것들은 캐릭터들의 개성 강한 패션센스와 당당한 자기 표현 등을 보고 있자면 내 일상이 괜시리 심심해 보이는 것만 같습니다. 드라마라는 특수성이 있기는 하지만 드라마 전반적으로 보여주는 영국의 그러한 개방성과 포용성이 한 편으로는 부럽기도 했습니다.

<오티스의 비밀상담소>는 현재 넷플릭스에 시즌 2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현재는 시즌 3을 제작중에 있다고 하니 곧 시즌 3의 새 소식이 들리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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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에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업로드 된걸 보고 최근에 다시 한 번 봤습니다. 몇 년 전에 본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이 상당히 인상깊었던 기억이 있어 또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2006년 개봉작으로 마르크 포르스터 감독, 윌 페럴 주연의 영화입니다. 윌 페럴이 주인공이지만 메기 질렌할, 엠마 톰슨, 더스틴 호프만, 퀸 라피타 등 화려한 출연진들이 등장합니다. 화려한 출연진 들에 비해 영화 줄거리는 잔잔한 로맨틱 코미디 입니다.

국세청 직원 해럴드 크릭(윌 페럴 역)은 매일 똑같은 일상을 보냅니다. 양치질 횟수를 세고, 버스정류장 까지의 발걸음 수를 세고, 매일 아침 8시 17분 버스를 타는 지루한 일상을 보내죠. 그러다 어느날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심지어 자신이 생각했던 것도 나레이션을 해 자신을 마치 소설 속 등장인물로 만들어버리는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보고자  문학 교수(더스틴 호프만 역)을 찾아갑니다. 해럴드 크릭이 죽을 것이라고 말하는 목소리의 근원을 찾고자 자신이 주인공인 소설의 장르가 비극인지 희극인지를 교수와 추리해 갑니다. 그러던 중 세금을 납부하지 않아 감사대상이 된 제빵사 아나 파스칼(메기 질렌할 역)를 만나게 됩니다. 당연히 국세청 직원을 싫어하는 아나를 만난 해럴드는 자신의 소설이 비극일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다 아나와 사랑에 빠지게 되고 어차피 자신은 죽을지도 모르는데 그녀에게 다가가기로 다짐한 후 당당히 아나를 찾아갑니다. 여기서 해럴드와 아나가 저녁 식사를 끝낸 후, 아나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해럴드의 장면은 꽤나 명장면입니다. 따뜻한 윌 페럴의 목소리와 아기자기한 아나의 집 배경이 어우러지고, 그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아나의 눈빛에서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한 편, 정말 해럴드 크릭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는 소설가 캐런(엠마 톰슨 역)은 작가의 벽에 부딪혀 도대체 해럴드를 어떻게 죽여야 할까 매일같이 고민합니다. 오랫동안 차기작이 없었던 그녀를 도와주러 온 페니(퀸 라피타)는 최선을 다해 캐런을 도와 해럴드를 죽일 방법을 찾겠다고 합니다. 물론 소설속에서 말이죠. 우연히 캐런의 인터뷰 영상을 보게 된 해럴드는 자신에게 들리는 목소리가 캐런의 목소리라고 문학교수에게 말합니다. 그러자 문학교수는 캐런은 그녀의 모든 소설에서 주인공을 죽여왔다고 합니다. 순간 소설의 장르가 비극으로 바뀌자 해럴드는 어떻게 해서든 캐런을 찾아내 그녀를 설득하려 합니다. 하지만 이미 해럴드의 완벽한 죽음을 찾아낸 캐런은 이미 소설 결말의 윤곽을 썼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소설의 주인공인 해럴드를 직접 본 후 차마 해럴드를 죽일 수 없었습니다. 캐런의 소설을 읽은 문학교수와 해럴드는 이 결말 만큼 완벽할 수는 없다고, 어차피 죽음이 닥쳐올 인생이지만 소설처럼 죽는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죽음은 없으니 해럴드도 자신이 죽는 결말의 소설을 써도 괜찮다고 받아들입니다. 문학 교수 역시 이 소설을 해럴드가 죽는 결말로 출간한다면 다시는 없을 걸작이라고 평합니다. 하지만 이미 실존하는 소설의 주인공의 존재를 알아버린 캐런이 과연 해럴드를 죽일 수 있을 까죠? 그녀는 밤새 고심해서 결국 해럴드를 살리는 결론을 써내려 갑니다. 물론 해럴드는 그 과정에서 온 몸이 성한 곳 없는 부상을 당해야 했지만 결국 그는 살아납니다. 이렇게 소설 <세금과 죽음>은 비극이 아닌 희극으로 마무리 짓게 되죠. 

영화 제목이 스트레인저 댄 픽션입니다. 소설보다 더 이상한. 의역하자면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죠. 그도 그럴 것이 갑자기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라면 정말 이상할만도 하죠. 영화의 구성은 마치 영화 트루먼 쇼와 비슷합니다. 영화의 주인공이 소설이 아닌 티비쇼의 주인공이라는 것만 다르지요. 트루먼과 해럴드 둘 다 자신이 주인공이 되면서 인생이 비극이 되고, 어떻게서든 그 소설, 혹은 드라마를 바꾸려고 합니다. 다만 트루먼은 쇼로부터 탈출하려고 하는 반면, 해럴드는 탈출보다는 소설의 끝이 희극으로 끝나도록 바꾸려고 합니다. 

영화 스트레인저 댄 픽션은 다소 차분한 장르입니다. 윌 페럴의 개그를 기대하셨다면 살짝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나름 그의 차분한 연기가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저는 영화에서 엠마 톰슨의 연기에 감탄 했습니다. 작가의 벽에 부딪힌 일류 작가 캐런 역을 완벽히 소화하면서 그녀의 연기 디테일에 계속 감탄 했습니다. 로맨스 영화라기에는 엄청 로맨틱 스럽지도 않은 영화이지만 오히려 힘을 뺀 이런 종류의 로맨스 장르를 보고 싶은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 보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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