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을 보셨나요. 중경삼림은 홍콩 왕가위 감독의 영화로 1994년 개봉하였고, 한국에서는 1995년 개봉한 영화 입니다. 영화는 1부와 2부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서로 다른 옴니버스 형식이지만 배경은 홍콩 시내 한 식당이 둘 다 나오면서 겹칩니다.

우선 1부는 금성무와 임청하가 나옵니다. 경찰 223으로 등장하는 금성무는 최근 메이라는 여인과 이별을 맞이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쉽사리 잊을 수 없어 계속 전화를 겁니다. 자신의 생일이자 메이와 이름이 같은 5월 1일이 유통기한인 파인애플 통조림을 잔뜩 사 의미부여를 하며 먹어치우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바에서 금발 머리의 여성을 만나게 됩니다. 임청하는 마약 브로커로 금발의 가발을 쓰고 레인코트를 입으며 또각또각 걸어다닙니다. 마약을 양복 곳곳에 숨겨 인도인들에게 입혀 그들을 해외로 보내는 일을 하는 임청하는 어찌된 영문인지 그 인도인들을 놓치고 맙니다. 결국 진정하러 들어간 바에서 경찰 223을 만나게 되는 거지요. 금발의 여인은 시시콜콜 질문을 던져대는 금성무에게 일일이 상대해 줄 여력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괜히 밉지는 않았나 봅니다. 결국 이야기를 나누고 덕분에 금성무는 전 여인을 잊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들이 홍콩 누비는 곳은 바로 청킹 맨션이라는 곳입니다. 과거는 고급 호텔로 지어졌지만 이미 노후화 된 건물을 찾는이가 없어 아랍사람과 인도인들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예전에 홍콩에 여행을 갔을 때 바로 이 청킹맨션에서 잠을 잔 적이 있습니다. 저렴한 숙소를 찾다보니 청킹 맨션까지 찾게 된 것이지요. 그 때 중경삼림을 알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 하나로도 예약을 하는데 망설이지는 않았습니다. 갓 어른이 되어서 간 첫 배낭여행지에서 앞 뒤로 배낭을 꼭 끓어안고 청킹맨션안에 들어가니 내가 홍콩이 아닌 인도 거리 한복판에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각종 향신료 냄새와 향냄새. 이를 뚫고 흔들리는 엘리베이터에 타니 키가 큰 아랍인들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저를 내려다 보기만 했습니다. 초조하게 숙소가 있는 층에 내리니 역시 인도인 사장이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쾌쾌한 냄새가 나는 도미토리 방에서 눈치를 보며 짐을 푸니 긴장이 풀리면서 이런 생뚱맞은 곳에 내 몸 하나 누일 곳이 생겨 안심이 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해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중경삼림의 2부는 양조위와 왕페이가 등장합니다. 양조위는 경찰 633으로 등장합니다. 승무원인 애인을 위해 매일 밤 식당에서 샐러드를 사가던 양조위는 애인이 떠나가면서 샐러드대신 블랙커피를 주문에 오밤중에 연거푸 마셔댑니다. 사촌오빠의 가게에서 일을 도와주던 왕페이는 그를 몰래 짝사랑하게 되지요. 그러던 어느날 식당에 찾아온 경찰의 전 애인인 승무원이 편지를 전해달라면서 편지를 남겨두고 갑니다. 양조위는 편지를 잠시만 보관해 달라하고 결국 편지를 받지 않습니다. 식당사람들은 이 편지를 모두 돌려보지요. 편지에는 비행기가 취소되었다는 말과 함께 양조위의 아파트 열쇠가 들어있었습니다. 호기심 가득한 왕페이는 이 열쇠로 양조위의 집에 몰래 들어갑니다. 이별의 상심으로 엉망이 된 그의 아파트를 치워주고 꾸며줍니다. 양조위는 상심으로 무감각하기는 하지만 어떤 변화를 알아채고 그의 전 애인이 돌아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다 결국 왕페이와 양조위가 그의 아파트에서 마주치게 됩니다. 다행히 양조위는 왕페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고 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합니다. 매일 캘리포니아 드림을 듣던 왕페이를 생각하며 바 캘리포니아에서 만나자고 한 것이지요. 양조위는 캘리포니아에서 한참을 기다리지만 결국 왕페이를 만나지 못합니다. 대신 식당 사장이자 왕페이의 사촌오빠로부터 그녀가 미국 캘리포니아로 떠났다는 말과 함께 편지 한장을 건네받습니다. 이 편지에는 비행기 티켓이 한 장 그려져 있지만 행선지가 비에 젖어 알 수가 없습니다. 날짜는 그 날로부터 1년후. 시간이 흘러 다시 그 식당이 배경으로 나옵니다. 이번에는 양조위가 식당을 열심히 수리하고 있습니다. 반쯤 내려간 셔터를 올리면서 등장한 왕페이는 승무원 옷을 입고 있습니다.  

이렇게 영화는 끝납니다.


중경삼림은 거의 30년이 다되가는 영화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젊은이들의 모습과 왕가위만이 그려낼 수 있는 영상미가 정말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그 당시의 감성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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