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넷플릭스 <김씨네 편의점>을 정주행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초반에 잘 보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루즈해지는 느낌에 잠시 멈춘 적이 있다가 요즘 다시 시작 했는데요, 흔히 시트콤 형식의 시리즈들은 에피소드나 시즌이 길어질 수록 점점 특유의 레퍼토리나 패턴이 나오면서 다음 에피소드 줄거리가 예상되는 등 잠시 물리기도 합니다. 그런 드라마 중 하나인 <김씨네 편의점>은 시즌이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왜 그런지 중간에 잠시 쉬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시작했는데 요즘은 또 다시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김씨네 편의점>은 캐나다로 이민 온 한인 가족들에 대한 시트콤 입니다. 이민 1세인 미스터 김과 미세스 김. 이민 2세인 그들의 아들 정과 딸 재닛을 주축으로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그려냅니다.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스터 김과 미세스 김은 김씨네 편의점이라는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이름이 말 그대로 Kim's Convenience 입니다. 이 김씨네 부부는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들 이며 매주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고, 이 교회에서 만난 친구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실제 캐나다 교민들의 한인 사회가 교회를 주축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사실적으로 반영한 부분 같습니다. 이 시트콤을 보고 제가 아는 해외 교민들이 전부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던 것에 대한 의문이 어느 정도 풀렸습니다. 아는 이 아무도 없는 객지에서 자리를 빨리 잡기 위해서는 커뮤니티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 중에서도 타인에게 열려있고, 친절을 잘 베푸는 교회가 한인 교민 사회에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민 1세대인 부부는 영어도 어눌합니다. 한국식 악센트가 강하며 문법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반면 이들의 자녀 자넷과 김은 캐나다 사회에 잘 스며들어 있습니다. 특히 한인 문화와 서양 문화의 충돌로 이민 1세와 2세들의 갈등이 있는 점을 반영했는지, 이들 역시 큰 아들 정과 아버지 미스터 김은 크게 싸운 후 말도 잘 섞지 않고 만나지도 않는 서먹한 부자 관계를 보여줍니다. 어려서부터 반항이 심했는지 고등학교도 자퇴한 정은 렌트카 회사에 취직해 나름 정신차리고 자리를 잡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딸 자넷은 사진작가가 되고 싶은 예술학교 학생입니다. 그녀 역시 학교 친구와 자취를 하면서 캐나다 문화와 부모님의 한인 문화 사이에서 오빠 정 보다는 조금 더 중재적인 역할을 보여줍니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바로 비주류인 캐나다의 한인 사회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을 비롯해 요즘 들어 미국과 캐나다의 아시안 커뮤니티의 움직임이 눈에 띕니다. 이전부터 활발했던 흑인과 히스패닉 커뮤니티를 이어 영화계에서 아시안 커뮤니티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은 한명의 아시안으로써 굉장히 옹호합니다. 항상 너드 역이나 우스꽝스러운 조폭으로만 그려졌던 아시안의 이미지들이 점점 바뀌고 있는 듯 합니다. 물론 아시안이 주축으로 움직여야 하지만 그들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들도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기생충>에서 모두가 느꼈을 것입니다. 각설하고, <김씨네 편의점>은 굉장한 마이너리티의 사회를 보여주기에 그 마이너리티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공감화 호응을 얻어낼 것 같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도 어떠한 공감할 거리를 줄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민을 경험해 보지 않은 한국인들에게도 꽤나 많은 호응을 얻어내고 있다는 점을 보면 작품성이 꽤나 좋은 작품인 듯 합니다.

<김씨네 편의점>은 배우들이 대부분 어린 시절 이민을 갔거나, 그곳에서 태어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가끔식 나오는 한국어는 굉장히 어눌합니다. 물론 미스터 김과 미세스 김은 어눌한 한국식 영어를 구사하지만 실제 배우는 영어가 모국어인 캐나다인 입니다. 우연히 미스터 김 역의 Paul Sun-Hyung Lee의 인터뷰 영상을 본 적이 있는데, 미스터 김을 연기하기 전까지는 본인이 한국인임을 항상 부인하고 어떻게 해서든 캐나다인이 되려고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미스터 김을 연기하면서 스스로를 받아들이고 더 사랑할 수 있게 되었다며 아이러니하지만 많은 성장을 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주요 등장인물은 중국계인 아들 정을 빼고는 모두 한국계 배우가 연기했습니다. 드라마를 보다보면 간혹 한국인으로써 당혹스러울 만큼 어색한 부분이 등장하는데, 예를 들면 정의 몸에 있는 태극기 문양의 타투, 친구의 별명이 김치라는 점 등 한국인이라면 절대 하지 않는 모습들을 보여줍니다. 이 점에서 이 드라마의 제작진들 역시 언뜻 보면 한국계 같지만 자세히 보면 이들 역시 어느 정도 한국에 대한 편견이나 약간의 오리엔탈리즘이 곁들여 있는 외국인이라는 느낌도 듭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드라마의 대중성을 위해 선택한 설정이라는 점이라고 해도 납득이 되기는 합니다. 그만큼 꽤나 사실적이고 정감가는 드라마라는 이야기 겠지요. 마음 편히 놓고 쉬면서 넷플릭스를 보고 싶을 때 <김씨네 편의점>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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