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센스8을 다시 정주행 했습니다. 몇 년 전 굉장히 신선하게 본 드라마 였는데 문득 생각이 나서 다시 정주행 하게 되었습니다. 센스 8은 영화 매트릭스의 감독인 와쇼스키 자매의 작품으로 국내에는 배두나 배우의 출연으로 입소문을 탄 드라마 입니다.
줄거리는 한날 한시에 동시에 첫 숨을 들이키며 태어난 여덟명의 사람들이 서로의 감각과 생각을 공유하는 센세이트와 그들을 사냥하는 위스퍼의 서사를 그린 드라마 입니다. 호모 사피엔스와는 다른 종으로 세계 각국의, 전혀 다른 사람들이 어느 순간 부터 서로의 생각과 감각을 공유하게 되면서 각자의 삶에서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고, 본인을 사냥하는 위스퍼와의 두뇌싸움에서 승리해 그들을 처단하는 내용입니다. 세계 여덟개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이러한 컨셉 때문에 엄청난 제작비 탓에 시즌 3까지 나올 예정이었으나 시즌 2에서 중도에 급하게 마무리 지어버렸습니다. 때문에 한시간 내외의 다른 에피소드와는 달리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는 두시간이 넘습니다. 한동안 이 마지막 에피소드가 방영되기 전 시즌 3만 애타게 기다리다 한 참 후 시즌 3 대신 시즌 2의 마지막 에피소드로 스트리밍 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살짝 아쉽기도 했습니다만 전체 구성에 무리가 없는 마무리로 꽤나 재밌게 본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항상 넷플릭스 추천리스트 상위에 랭크되어 있는 드라마 입니다.
와쇼스키 형제에서 남매로, 이제는 자매로 알려진 이들의 고민이 꽤나 많이 반영되어 있는 듯합니다. 우선 등장인물 여덟명을 살펴 보자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사는 트랜스젠더 해커 노미, 시카고에 사는 경찰 윌, 멕시코의 액션배우 헤르난도, 나이로비의 버스운전사 카피우스, 베를린의 갱 볼프강, 뭄바이의 제약회사 직원 칼라, 아이슬란드 출신 디제이 라일리 그리고 한국의 대기업 딸 박선입니다. 각자 너무도 다른 상황에 처해 있고, 다른 능력을 갖고 있으며 사용하는 언어 역시 다르지만 이들은 서로의 머릿속에서 그 모든 능력과 감각을 공유하여 마치 1인 8역의 힘을 갖게 됩니다.
엄청난 로케이션과 함께 뛰어난 영상미 그리고 스토리라인을 보여주는 센스8은 와쇼스키 감독의 전작인 클라우드 아틀라스와 비슷한 영상미도 보여줍니다. 센스8에서 비춰지는 한국의 모습은 해외에서 제작된 영화중 개중에 가장 한국 스러운 모습도 보여줍니다. 물론 감독의 오리엔탈리즘에 심취한 듯한 영상과 설정이 간혹 보이기는 하지만 다른 영화에 비하면 봐줄만 합니다. 또한 한국을 배경으로 할때 등장하는 한국의 배우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주인공 배두나와 함께 이경영, 이기찬, 윤여정, 차인표, 손석구 등 속속이 등장하는 그들의 얼굴과, 영어로 연기하는 배우들의 색다른 모습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드라마를 딱 보아도 설정 부터가 제작비가 굉장히 많이 들어갔겠다 싶은 이 드라마는 그만큼 신선한 볼거리를 선사합니다. 꽤나 많은 사람들이 배두나가 출연한다고 해 시작했다가 문화충격을 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꽤나 진보적인 세계관을 보여줍니다.
센스8은 전체적으로 한 에피소드당 한시간 내외로 짧지 않은 에피소드지만 한 시즌에 12개 정도의 에피소드가 있기 때문에 정주행하기 많이 어렵지는 않습니다. 시즌 1에서는 모든 주인공들을 소개하고 세계관을 보여주느라 다소 느린 속도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꽤나 많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기도 합니다. 이를 비추어 봤을 때 센스 8이 꽤나 여러개의 시즌으로 방영될 예정이었다는 짐작이 되기는 합니다. 때문에 초반에 비해 후반부로 갈수록 급하게 마무리가 되는 느낌도 있습니다.
이번 휴가철 여행 대신 방구석 여행을 즐기기에는 세계 8개 이상의 도시가 등장하기에 꽤나 나쁘지 않은 드라마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