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에 입맞춤을

2020년에 들어 호주 산불, 판데믹, 폭우, 미국 화재, 태풍, 가뭄, 폭염 등 이상 기후가 세계 곳곳에서 너무도 많이 관측되었습니다. 이제는 지구를 돌보는 일에 대해 더 이상 미룰 수 없음을 세계인 모두가 피부를 통해 느꼈습니다. 덕분에 대중적으로 채식, 제로웨이스트 운동, 미니멀리즘 등 환경을 위한 행동들이 점점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같은 맥락으로 시청하게 되었던 환경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에 대해 소개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원제 'Kiss the Ground'인 '대지에 입맞춤을'은 위에 말했던 것 처럼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거나 태양열판을 사용하는 정도로는 이제 지구를 보호할 수 없다고 합니다. 그저 지구에 더이상의 해로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정도로는 지구의 회복을 도울 수 없다는 것입니다. 

 

지구 전반적인 문제인 온실 효과, 글로벌 워밍의 주된 이유로는 대기중에 과하게 분포한 이산화탄소 때문임은 이제 누구라도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입니다. 대기중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을 줄이는 것은 물론 필요한 행동이지만 이미 너무도 많이 있기 때문에 이를 수거하는 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점을 짚어냅니다. 다큐멘터리는 이산화탄소는 원래 해로운 것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체는 신체의 대부분이 탄소로 이뤄져 있으며 그중에서도 대지가 이산화 탄소를 품고 있어야 또한 건강한 땅이 된다고 합니다. 

 

핵심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대지로 끌어내는 것 입니다. 이 방법을 효과적으로 이뤄낼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름아닌 풀입니다. 식물은 대기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뿌리로 보내 대지에 모아줍니다. 식물이 계속 성장을 하는 한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고 대기에는 탄소가 축적됩니다. 반대로 풀이 전혀 없는 나지에서는 이산화탄소가 지속적으로 대기로 방출됩니다. 

 

이 사실을 바탕으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요? 대지를 갈아엎는 경운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대지 자체에 생명력을 길러주어 농양이나 살충제 사용을 금지하고, 여러 품종을 함께 심어야 합니다. 풀이 아닌 흙과 배설물 위에서 생활하는 가축들은 풀 밭에 풀어주어 방목하여 사육을 해야 합니다. 이산화탄소 공급원이라고 알려진 소들의 배설물이 풀 밭 위에서라면 그 무엇보다도 좋은 영양분이 되기 때문입니다. 

 

다큐멘터리를 본다면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 도 들 것입니다. 본인이 농업인이 아니라면 별로 상관 없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본다면,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재배한 식료품을 구매하는 것 만으로도 좋은 농법을 실천하는 농부들에게 큰 지지가 될 것입니다. 많은 생각과 걱정을 하게 했던 2020년을 돌아보면서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행동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건교사 안은영 개성강한 배우들  (0) 2020.09.26
에놀라 홈즈  (0) 2020.09.26
나의 문어 선생님  (0) 2020.09.25
매력적인 종이의 집 등장인물 시즌5는 언제  (0) 2020.09.16
작은 아씨들  (0) 2020.09.11

나의 문어 선생님

원제  My octupus teacher 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가 넷플릭스에 업로드 되었습니다. 왠 문어에 대한 다큐멘터리인가 싶어 호기심에 눌렀습니다. 자연다큐 중에서도 해양관련 다큐멘터리는 아무생각 없이 보기에도 좋아 자주 보는 편입니다. 가볍게 시작한 다큐멘터리인데 생각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감명깊게 보았기 때문에 후기를 남기게 되었습니다.

사람처럼 두 다리로 땅을 걷는 암컷 문어

이야기의 시작은 영상 감독일을 하는 영화감독의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자연다큐 작업을 하는 감독은 바쁜 일로 인해 번아웃을 느끼고 남아공의 고향집에서 휴식기를 가집니다. 해초가 숲을 이룬 깨끗한 바닷가에 위치한 고향집은 감독이 어린시절을 보낸 집이기도 합니다. 어려서부터 즐겨 다이빙을 했던 감독은 다시 바다에 들어가보기 시작합니다. 거대한 해초들이 숲을 이룬 이 지역은 풍부한 해초 덕에 굉장히 다양한 생명체들이 집으로 삼고 있는 곳입니다. 돌고래를 비롯해 상어, 각종 물고기와 조개류, 해파리 들이 많습니다. 

다양한 생명체의 보금자리가 되는 해초 숲

어느날 감독은 움직이는 조개 껍데기 무더기를 발견합니다. 가만히 보니 문어가 빨판으로 조개껍데기를 다리에 붙여 머리를 감싸 숨은 모습입니다. 이렇게 암컷 문어를 발견한 후로 감독은 매일같이 문어를 찾아 바닷속에 다이빙을 합니다. 문어는 처음에는 경계의 모습을 보이지만 그러면서도 호기심에 계속 감독을 지켜봅니다. 어느 날 문어는 조심스레 감독을 향해 다리 하나를 뻗습니다. 야생의 생물이 인간에게 이렇게까지 다가온다는 것은 상당히 경이로운 경험입니다. 감독과 문어는 점차 친해지면서 감독의 몸 위로 문어가 올라올 정도로 교감하게 됩니다. 문어는 감독에게 사냥하는 모습, 다리 두 개만을 남기고 사람처럼 걷는 모습, 물고기를 가지고 노는 모습 등 다양한 모습들을 보여주고, 감독은 이 모습들을 기록합니다. 

감독에게 다가오는 문어

물론 문어에게 시련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야생, 상어가 도사리는 바닷속에서 문어는 맛있는 먹잇감이기도 합니다. 후각이 좋은 상어에게 쫓기며 다리 하나를 뺏기기도 하지만 문어는 이 역시 살아남습니다. 높은 지능으로 상어를 따돌리기도 합니다. 몇 번의 위기도 있지만 감독은 자연의 섭리에 최대한 간섭하지 않기 위해 문어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문어는 연체동물 중 지능이 가장 높다고 합니다. 주변 사물에 맞춰 피부색을 바꾸기도 하고 먹물도 있어 아무런 보호막이 없지만 야생에서 잘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자연의 섭리에 따라 탄생하기도 하고 죽기도 합니다. 이 다큐멘터리 감독은 은 1년 남짓의 긴 시간동안 거의 매일같이 문어를 찾아가며 문어의 일생을 관찰하고 문어로부터 인생을 배우고 아픔을 치유받습니다. 이 발자취를 관객과 함께 공유하면서 자연다큐멘터리 임에도 감정적인 부분을 잘 담지 않았나 싶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에놀라 홈즈  (0) 2020.09.26
대지에 입맞춤을  (0) 2020.09.25
매력적인 종이의 집 등장인물 시즌5는 언제  (0) 2020.09.16
작은 아씨들  (0) 2020.09.11
청춘의 거친 삶 아비정전  (0) 2020.09.07

종이의 집 등장인물

드디어 종이의 집을 정주행 했습니다. 원제는 La Casa de Papel 로 말 그대로 종이의 집이라는 뜻이지요. 요상한 가면에 붉은 점프수트를 입고 지하에서 곡괭이질을 하는 장면을 본 터라 도저히 무슨 컨셉인지 알 수가 없었지요. 종이의 집은 현재 시즌 4까지 방영되었고, 시즌 5를 마지막으로 2021년 방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종이의 집 시즌 1과 2는 하나의 선상에 있으며 이야기가 마무리 되고, 시즌 3,4,5가 또 하나의 줄거리를 이룹니다. 원래 종이의 집은 스페인에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했다고 해요. 그래서 시즌 2에서 막을 내렸는데, 넷플릭스와 계약을 한 뒤 해외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되고 넷플릭스의 지원으로 시즌 3을 시작하게 됐다고 합니다. 그러한 연유에서 시즌 1, 2가 묶여있고, 시즌 3,4,5가 묶여 있습니다. 어느정도의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스포일러를 원하지 않는 분은 종이의 집을 시청하고 오셔서 마저 읽는 것을 추천합니다. 

도쿄

종이의 집은 잃을 것이 없는 범죄자들이 모여 교수라는 사람의 지휘 아래 조폐국을 터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여느 강도질과는 다르게 살인을 저지르지 않고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게 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민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 스페인 정부에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보아 스페인판 홍길동전 내지는 로빈후드 정도 될 것 같습니다. 특이한 점은 리더인 교수의 지시사항 때문에 강도들끼리 서로 사적인 질문을 해서는 안되며 본명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각자 도시의 이름으로 불리웁니다. 나레이션 장본인이자 주인공인 도쿄, 그녀의 애인이자 해커 리우, 교수의 형이자 강도들을 지휘하게 되는 베를린, 광부였던 모스크바, 그의 아들 덴버, 러시아에서 온 헬싱키와 오슬로, 그리고 위조지폐를 만드는 나이로비가 주 축을 이룹니다. 

리스본이 된 경찰이었던 라켈과 그를 신문하는 전 동료 시에라

-시즌 1, 2 줄거리-

조폐국을 터는 계획은 교수의 아버지가 계획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획 실패로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교수는 어린시절을 병원에서 보내 사회성이 조금 떨어지지만 머리가 비상합니다. 체스 플레이어이기에 몇 수 앞을 내다보는 일에 능숙합니다. 이 점을 이용해 스페인 경찰을 속이고 조폐국을 터는 일을 감행합니다. 총으로 인질을 협박하고 경찰이 나타나기 전 현금을 들고 튀는 여느 강도질과는 다릅니다. 이미 준비된 현금을 턴다면 많은 액수를 확보하지 못하지요. 그들의 계획은 인질을 붙잡아두고 시간을 벌어 스스로 조폐국에 갇히는 것입니다. 몇 일 간의 협박과 협상이면 조폐국의 기계를 돌려 돈을 더 찍어낼 수 있습니다. 탈출은 지하 땅굴을 파서 도망가는 계획을 짭니다. 똑똑한 경찰은 분명 이들이 지하 땅굴로 도망갈 것이라 예측할 것입니다. 이를 이용해 교수는 기계를 이용해 인질을 시켜 엄한 곳에 땅굴을 파게 합니다. 경찰은 진동을 감지하고 이 지점에 경찰을 배치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조용히 곡괭이를 이용해 다른곳에 땅굴을 팝니다. 인질을 붙잡아두면서 시간을 버는 동안 이들은 땅굴을 파고, 돈을 찍어냅니다. 

강도단에게 큰 위협이 된 간디아와 인질에서 강도단에 합류한 모니카이자 스톡홀롬

-시즌 3,4 줄거리-

무사히 탈출에 성공한 이들은 유럽이 아닌 곳에 흩어져 조용히 자신만의 시간을 즐깁니다. 리우와 도쿄는 조용한 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과 도시를 그리워한 도쿄는 홀로 섬을 나가기로 결심합니다. 리우는 그녀와 연락을 취하기 위해 위성전화를 그녀에게 쥐어주고 보냅니다. 하지만 그 위성전화는 안전하지 못했고, 결국 리우가 잡히고 맙니다. 도쿄는 리우를 구하기 위해 교수에게 연락을 취합니다. 교수는 리우를 되찾기 위해 스페인 은행을 터는 계획을 구상합니다. 시즌 2가 끝나며 베를린이 죽지만 회상하는 장면에서 베를린이 등장하니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인질이었던 모니카와 교수와 접선을 했던 경찰 라켈이 합류하면서 새로운 캐릭터들이 등장합니다. 시즌 3과 4에서는 넷플릭스의 제작지원을 받아서 훨씬 더 스케일이 커집니다. 조폐국을 털면서 억만장자가 된 이들이 벌이는 범죄 스케일이 커지는 것과도 맞물려 재밌습니다.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캐릭터 나이로비

-시즌 5에 대한 기대-

시즌 4는 나이로비의 죽음으로 끝납니다. 등장하는 캐릭터 중 나이로비가 가장 인간적이고 이성적이었기 때문에 너무나 슬프고 마음이 아픈 장면이었지요. 아직 이들의 탈출 계획을 보여주지 않아 과연 어떻게 탈출할지, 과연 성공할 지 잘 모르겠습니다. 금괴를 녹여 쌀알처럼 만드는 게 탈출할 수 있는 핵심이라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이야기를 이어나갈 지 궁금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대지에 입맞춤을  (0) 2020.09.25
나의 문어 선생님  (0) 2020.09.25
작은 아씨들  (0) 2020.09.11
청춘의 거친 삶 아비정전  (0) 2020.09.07
아름다운 시간 화양연화의 결말  (0) 2020.09.07

작은 아씨들

2020년 개봉작 작은 아씨들을 보셨나요. 무려 그레타 거윅의 감독으로 탄생한 영화는 캐스팅 역시 빵빵합니다. 엠마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앨리자 스캔런, 로라 던, 티모시 샬라메, 메릴 스트립의 출연으로 너무 보기 좋은 조합들도 보여줍니다. 감독과 배우에서 우선 한 표 먹고 들어가지만 내용이 작은 아씨들이라는 점에서 이건 꼭 봐야 하는 영화구나 하고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1868년 소설이 원작입니다. 모두들 어린 시절 명작 소설에서 접해본 소설일 겁니다. 하지만 흔히 1부 까지만 접해보고 2부의 내용은 잘 몰랐을 겁니다. 1부는 메그, 조, 베스, 에이미 그리고 로리의 어린 시절을 그리며, 로리의 선생님 존 브룩이 메그에게 청혼하고 끝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엔딩이 끝나는 구나 하고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2부에서는 이들이 어른이 되고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어린시절 조와 로리는 각별한 사이였기에 이런 말괄량이 조라도 로리와 결혼하겠구나 했겠지만 로리는 에이미와 결혼합니다.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베스는 결국 2부에서는 죽고 말지요. 영화 작은 아씨들은 1부와 2부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넷플릭스에 최근에 업로드 되었으니 관람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1994년작도 있으니 이 점 헷갈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림같은 모습의 작은 아씨들

영화 작은 아씨들은 그레타 거윅의 연출력을 감탄하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작은 아씨들은 리메이크 하기 어려운 작품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고전 명작 소설로 자리매김해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며, 이미 영화화 되었기 때문에 다른 시사점과 시선을 선보였어야지만 가능할 것입니다. 2020년 작의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구성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에 더 집중하여 볼 수 있었고, 다른 부분에 비해 뒤지지도 않았습니다.

 

-줄거리-

배경은 1800년대 미국의 혼란한 시기입니다. 노예해방 운동이 일어나고, 남북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러웠던 상황입니다. 이 당시의 화목한 가족 이야기 입니다. 네 명의 딸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각자 개성이 남다르고 사랑스러운 딸들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쟁터에 나가있으므로 어머니와 네 딸이 함께 삽니다. 어머니는 마음이 따뜻해 크리스마스에도 이웃에게 본인의 아침식사를 내어주며 친절을 베풉니다. 본인도 비록 가난하지만 마치 부인은 친절과 사랑만큼 중요한게 없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이지요.

 

네 딸은 항상 생기 발랄합니다. 첫 째 딸 메그는 첫 째 답게 성숙합니다. 아름답고, 조신하며 사교계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기를 좋아해 배우가 되고 싶지만서도 당시 상황으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둘 째 딸 조세핀은 조라고 불리길 더 좋아합니다. 말괄량이에 선머슴 같은 딸이고 성미도 급합니다. 하지만 글 쓰는 걸 너무도 좋아해 크리스마스 때면 직접 쓴 연극 각본으로 자매들과 함께 무대도 올립니다. 셋 째 딸 베스는 너무나 착하고 내성적이고 조용합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곡을 치길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몸이 약합니다. 그래도 다른 자매들이 너무도 잘 챙겨줍니다. 막내 딸 에이미는 허영심이 많은 아이입니다. 그렇지만 그림에 재능이 있어 그림을 자주 그리곤 합니다. 

 

어느날 옆 집 대 저택에 누군가가 이사옵니다. 엄청난 부호처럼 보이지만 식구는 오직 둘 입니다. 무뚝뚝하고 말 수가 많이 없는 할아버지와 손자 로리. 로리는 부모님도 없고 형제도 없어 외롭지만 곧 네 자매들과 친해져 외로움을 달래게 됩니다. 할아버지도 네 자매들 앞에서만큼은 세상 따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중 피아노를 쳤던 자신의 딸과 닮은 모습의 베스를 굉장히 아낍니다. 베스를 위해 피아노 선물도 보냈지요. 로리네 저택에는 존 브룩이라는 로리의 가정교사도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젊고, 똑똑한 남자지요. 존 브룩은 아름다운 메그의 모습에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모두들 축하하는 분위기지만 마치 언니를 빼앗긴 것만 같아 조는 메그가 결혼하는 게 싫습니다. 또 한 사람, 메그의 결혼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누나이자 메그의 고모가 이지요. 고모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돈이 굉장히 많습니다. 실은 네 자매의 아버지도 한 때는 부자였으나 가나한 이들을 위해 선의를 베풀다가 점점 가난해지고 만 것이지요. 고모는 이런 마치 가족들이 탐탁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시 사회에서 여성은 일을 할 수 없었기에 딸만 있는 집에서 부자가 되려면 부자 남자와 결혼하는 방법 뿐이 없었기 때문에 가난한 교사 존 브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메그라면 더욱 형편이 좋은 남자와 결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네 자매들에게 고모는 까칠한 캐릭터로 비춰지지만 실은 물심양면으로 네 자매 가족을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고모입니다. 좋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상대로 에이미를 택합니다. 고모는 에이미를 데리고 프랑스로 가 그림 교육과 사교활동을 지원해줍니다. 

조와 결혼을 원했던 로리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조

로리는 조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조는 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고모도 결혼 안하고 잘만 사는 걸요. 자신도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으니 결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로리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결혼의 의미와는 다릅니다. 결국 로리를 받아들이지 못한 조는  로리와 사이가 나빠집니다. 조는 뉴욕으로 떠나 학생을 가르치고 신문사에 짧은 글도 기고합니다. 

 

로리는 조에게 받은 상처를 방탕한 생활로 달랩니다. 여자들을 쫓아다니고, 대낮부터 고주망태가 되기 일쑤입니다. 다행히 프랑스에서 로리와 에이미가 재회합니다. 에이미는 부와 재능을 모두 갖춘 로리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게을러보여 한심합니다. 그러다 둘 사이 감정이 싹트고 로리는 에이미에게 프러포즈를 합니다. 

조는 과연 결혼을 했을까요

-결말-

작은 아씨들의 결말은 슬퍼보이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병마를 이기지 못한 베스는 결국 이들 곁을 떠나고 맙니다. 모두들 상실감을 느끼지만 이게 인생 사는 이야기이지요. 원래 에이미 대신 조를 프랑스로 데려가기로 약속했던 고모는 조에게 미안했는지 자신의 저택을 조에게 유산으로 남깁니다. 조는 이 커다란 집에 학교를 만들기로 하지요. 전쟁에서 무사히 돌아온 아버지와 어머니,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예쁜 아이 둘을 얻은 메그와 존 브룩 부부, 역시 결혼하고 아기를 낳은 에이미와 로리 부부, 그리고 뉴욕에서 만난 프레드와 함께 대 저택에서 함께 생활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납니다.

 

-추가-

영화에서는 조가 베스를 잃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신문사에 기고하는 것으로 내용이 시작됩니다. 편집장은 여자 주인공은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자 주인공은 결혼을 하지 않는 설정이었지만 돈을 위해 결혼을 시키겠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조와 존 브룩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키스를 합니다. 

 

소설에서는 조는 결혼을 합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이 밝힌 바에 따르면 조는 결혼을 안하길 원했으나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시켰다고 했습니다. 마치 조와 편집장과의 갈등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제 결혼정도는 여성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 같습니다. 과연 조는 결혼을 했을까요? 결혼은 순전히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장치였을까요? 아니면 당시 결혼을 하지 않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상을 반영한 걸까요? 그렇게 그레타 거윅이 만들어낸 작은 아씨들의 결말은 그 때 쓰지 못했던 루이자 메이 올컷을 대신해 써내려간 듯 합니다. 

 

영어 제목으로는 Days of being wild. 거친 나날들 정도로 번역 할 수 있을까요. 아비정전은 아비의 이야기 정도의 뜻인데, 영어 제목이 더 무언가를 설명해주는 것 같아 마음에 들기도합니다.

"물론이지, 내 생각에 한숨도 못 잤을 테니까."
"1960년 4월 16일 3시"

아비는 소위 나쁜 남자 입니다. 여자들에게 거침없이 다가 그녀들의 마음을 빼앗지만 조금이라도 자신을 옭아매는듯 하면 거리낄 것 없이 바로 내칩니다. 하지만 아비의 작업 멘트를 보면 그 누구도 넘어가지 않을리 없을것 같습니다. 매점에서 일하는 듯 한 소여진을 본 아비는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밤 꿈에서 당신은 나를 보게 될 거예요.". 소여진은 어이가 없지만 덤덤한척 다음날 아비에게 말합니다. "어젯밤 꿈에 당신을 보지 않았어요." 여기에 아비는 이렇게 대꾸합니다. "당연하죠. 당신은 어젯 밤 내 생각에 한 숨도 못 잤을 테니까." 또 어느 날 아비는 소여진에게 시계를 보라며 붙잡아두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1960년 4월 16일 3시 1분전. 이 시간을 당신은 평생 기억하게 될거예요. 이미 과거가 되어버려 지울 수도 없어요." 소여진은 정말 그 시간을 잊지 못합니다.

아비에게 결혼하자고 하는 소여진

이렇게 가까워진 아비와 소여진. 아비의 아파트에서 시간을 보내던 소여진이 아비에게 같이 살아도되냐 묻습니다. 결혼도 하자고 합니다. 아비는 결혼 생각이 없습니다. 여기에 화가 난 소여진은 아파트를 나서면서 다시는 이 아파트에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아쉬운 사람은 소여진입니다. 아비는 이미 다른 여자를 만나고, 소여진은 매일 밤 아비의 아파트 아래에서 서성이며 흐느낍니다. 항상 야간 순찰을 돌던 경찰은 아파트에 올라가지는 않고 울기만 하는 소여진을 위로해 줍니다. 대화 상대가 필요하다는 소여진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하고 함께 밤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마 경찰은 소여진에게 관심이 있지만 소여진의 마음에는 그가 들어설 자리가 없어보입니다. 

아비를 잊지 못하는 소여진과 그녀를 위로하는 경찰

아비는 친구에게 발 없는 새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발이 없는 새는 태어나자마자 날개를 부지런히 움직여 날아다녀야 합니다. 이 새가 날갯짓을 멈추는 순간은 바로 죽는 순간이라고 합니다. 발 없는 새 아비는 태어나자마자 입양되었습니다. 양어머니는 돈이 많아 아비가 일을 안해도 풍족하게 살 수 있도록 해주지만 그를 자유롭게 놓아주지 못합니다. 그에게 친 어머니에 대해 알려주지도 않지요. 서로가 서로를 옭아매고 상처주는 관계를 끝내기 위해 양어머니는 아비에게 친어머니의 행방을 알려줍니다. 친어머니를 찾아 필리핀까지 찾아간 아비는 가정부로부터 어머니가 집에 안계신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아비는 알고 있습니다. 친어머니가 자신을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아비와 그의 새로운 여자 미미

아비의 새로운 여자 미미는 자기 멋대로인 아비에게 샘통도 나지만 그를 너무나 사랑합니다. 말도없이 필리핀으로 떠나간 아비가 너무도 그리워 그를 찾기 위해 아비의 전 여자 소여진에게, 아비의 양어머니에게 찾아갑니다. 그런 그를 쫓아다니는 아비의 친구가 있습니다. 무엇이든 아비가 하면 다 멋있어 보이고, 여자도 전부 아비를 사랑합니다. 그런 친구는 미미를 사랑하지만 미미의 눈에는 아비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미미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 친구는 아비가 자신에게 줬던 차를 판 돈을 미미에게 쥐어주며 필리핀으로 가 아비를 찾으라고 합니다. 거기서도 아비를 찾지 못하면 그때는 자신에게 돌아와 달라고 애처로운 부탁을 합니다. 

이비를 잊지 못하고 찾아오는 소여진

아비는 친어머니로부터 또 한 번 더 버림을 받았다는 사실에 비관합니다. 술에 떡이 되어 위험한 밤거리에 아랑곳 않고 길바닥에 드러누워버립니다. 그런 그를 누군가가 도와 자신의 호텔방으로 데려옵니다. 선원이라고 하는 이는 아비와 밤새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기차역에 볼일이 있다는 아비를 따라갔다가 사고를 친 아비와 함께 도망자 신세가 됩니다. 도망가는 길에 탄 12시간 짜리 기차를 타며 아비는 이 선원이 자신의 아파트를 순찰하던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알아챕니다. 또 그가 소여진을 위로해주었다는 사실을 알고 혹시라도 그녀를 또 마주치면 이미 자신은 그녀를 다 잊었다고 전해달라 합니다. 아비가 소여진을 잊지 않았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이죠. 결국 자신을 쫓아온 갱에게 총을 맞은 아비는 그렇게 필리핀의 달리는 기차 속에서 죽습니다. 

Xabier Cugat의 음악에 맞춰 춤추는 아비

스스로 발 없는 새라 생각하는 아비는 언제든 죽을 수 있다면서 왜 죽을 걱정을 하냐고 합니다.  본인이 날개짓을 멈춘다면 바로 죽을 거라는 사실을 아는 아비입니다. 자신을 사랑해 주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자신이 사랑을 줄 여유는 없습니다. 날개짓 하기에도 벅차거든요. 

필리핀의 거리를 배회하는 아비

1990년 개봉한 이 영화는 당시의 청춘스타들을 대거 출연시켰습니다. 장국영, 장만옥, 유가령, 유덕화, 양조위의 출연으로 관객들은 상당히 큰 기대를 하고 봤으나 국내에서는 흥행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당시의 홍콩 느와르, 액션 영화를 생각했던 관객의 기대와 달리 아비정전은 청춘의 삶과 감정을 다룬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비정전은 왕가위 감독의 세계관을 시작이 되는 영화나 마찬가지 입니다. 영화 마지막 즈음 아비가 이미 죽고 난 뒤 소려진의 일상과 필리핀에 막 도착한 미미를 잠시 비춥니다.

나갈 채비를 하는 양조위의 모습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허리도 곧게 못 피고 앉을 만큼 천장이 낮은 방에서 양조위가 멋진 정장을 차려입고, 머리를 빗으며 나갈 채비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양조위가 등장하는 장면은 이게 전부입니다. 이 결말로 미루어 보아 분명 양조위가 나오는 2편이 제작될 예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원래 2부작으로 계획된 영화였지만 해당 영화의 흥행 실패와 제작사의 파산으로 2부 제작은 무산되었다고 합니다. 왕가위는 후에도 아비정전 2편은 없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 이후에 나오는 영화들이 전부 아비정전의 속편의 성격을 띄고 있습니다.

 

hoenytipjoey.tistory.com/72

 

아름다운 시간 화양연화의 결말

화양연화를 보셨나요. 왕가위를 미쟝센 영화의 대가로 끌어올려준, 아름다운 연출의 화양연화.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노래 Yumeji' Theme 이 흘러나오면서 영상은 느릿하게 흘러가는 그 ��

hoenytipjoey.tistory.com

앞서 다룬 적이 있는 화양연화는 아비정전의 2부라는 힌트가 있습니다. 여주인공에게 계속 같은 이름이 사용된다는 점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장만옥이 연기한 소여진과 화양연화에서 등장하는 집주인과 식모의 모습이 아비정전에서 양어머니와 그녀의 식모의 모습과 똑같습니다. 이 점을 생각해 보면 운명의 장난인지, 소여진이 알고 그 집엘 찾아갔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결혼한 후에도 아비와 엮이게 됩니다. 아비의  집에서 살게 된 그녀, 그런 그녀를 다급하게 뒤따라오는 차오역의 양조위. 어쩌면 이 둘이 이뤄질 수 없다는 사실은 전작 아비정전에서부터 짐작할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왕가위의 다른 작품인 2046이라는 영화 역시 아비정전과 화양연화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과 평이 있습니다. 화양연화에서 첸 부인과 차오씨가 만나던 호텔방이 바로 2046호 였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왕가위의 영화는 단 한 편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여러 편에 걸쳐 다채롭게 변주됩니다. 이런 점에 주목해서 영화를 즐긴다면 훨씬 더 재밌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화양연화를 보셨나요. 왕가위를 미쟝센 영화의 대가로 끌어올려준, 아름다운 연출의 화양연화. 영화를 직접 보지는 않았더라도 노래 Yumeji' Theme 이 흘러나오면서 영상은 느릿하게 흘러가는 그 장면을 본다면 분명히 익숙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광고나 다른 영화에서 굉장히 많이 오마쥬 된 장면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화양연화를 보고서야 아 이게 전부 오마쥬였구나, 오리지널이 여기 있구나 했습니다. 

화양연화의 포스터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화양연화의 뜻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한 순간"을 뜻합니다. 영어 제목으로는 "In the mood for love" 라고 되어 있습니다. 제목과 포스터에서 볼 수 있듯이 아름다운 사랑의 순간에 관한 영화입니다. 포스터는 어딘가 모르게 슬퍼 보이지요. 슬픈 사랑의 이야기 입니다.

실제 영화에서는 이렇게 둘이 행복하게 국수집에서 마주 앉는 장면은 없습니다.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는 첸씨 부부와 차우씨 부부가 한 건물로 이사오면서 벌어집니다. 첸 부인은 집을 보러 왔다고 한 집의 현관문을 두드립니다. 집을 보고 이사오기로 결정한 후 나오는 그녀와 이제 막 집을 보러 온 차우씨가 마주칩니다 집주인은 차우씨에게 방금 막 첸 부인에게 집이 나갔다며 옆집에서도 세입자를 구할 수 있으니 알아보라고 합니다. 이렇게 첸 부인과 차우씨는 옆 집에 사는 이웃이 됩니다. (이 장면이 왕가위의 영화 세계관에서 상당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팬들 사이에서 화양연화가 아비정전의 후속편으로 일컬어지는데, 바로 집 주인과 식모의 모습으로 미루어 짐작했을 때, 아비를 잊지 못한 소여진이 아비에게 돌아왔고, 첸씨는 소여진의 마음으로 들어가고 싶지만 이미 주인이 차지하고 있어 방이 없다는 구성으로, 소여진과 첸씨는 이뤄질 수 없다는 걸 알 수 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일본회사에서 일하는 남편 첸씨는 자주 일본 출장을 다닙니다. 때문에 부인에게는 좋은 핸드백, 남들이 탐내는 일제 밥솥 등을 잘 사다주는 좋은 남편이지만 밥먹듯이 가는 출장때문에 첸 부인을 홀로 남겨두는 일들이 부지기수입니다. 매일 근사하게 차려입고 좋은 회사에서 비서로 일하지만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은 공허해 혼자서라도 영화를 한 편 보고 들어옵니다. 저녁은 혼자 해먹기 싫고, 남들이 해 놓은 밥을 먹기에도 체면이 안서 밖에서 국수를 포장해와 집에서 먹습니다. 

 

차우씨는 신문사에서 성실히 일하는 기자입니다. 아내역시 맞벌이로 일하는데 아내가 너무도 바빠 차우씨도 홀로 저녁을 먹습니다. 그 역시 국수 가게에서 밥을 먹고 들어갑니다. 보온통을 들고 국수가게로 걸어가는 첸 부인과 이미 국수를 다 먹고 가게를 나오는 차우씨는 자주 마주칩니다. 이 장면에서 바로 Yumeji' Theme이 흘러 나오고 배우들은 슬로우모션으로 움직입니다. 

그들과는 다르다지만 왜 둘이 함께 택시안에 있을까요

이 두 사람은 좁은 아파트에서 오며가며 마주칠 일은 많지만 서로 딱히 친해질 일은 없어보입니다. 그러다 어느날 레스토랑에 마주앉은 두 사람. 차우씨가 첸 부인에게 묻습니다. 곧 아내 생일이 다가오는데 아내 생일 선물로 당신의 핸드백이 좋아 보인다면서 어디서 샀는지 묻습니다. 그에 첸 부인은 남편이 외국에서 사온거라 홍콩에는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도 차우씨의 넥타이를 선물로 주고 싶은데 어디서 샀는지 묻습니다. 차우씨는 이에 이것 역시 부인에게 외국에 여행갔을 때 선물 받은 것이라 홍콩에 없다고 합니다. 실은 차우씨는 아내에게 첸 부인과 같은 핸드백이 있는 걸 압니다. 첸 부인 역시 남편이 차우 씨와 똑같은 넥타이가 있는 것을 알지요. 바로 이 둘이 자신의 배우자가 서로 만나고 있는 사이임을 알아차립니다. 여기서 첸 부인과 차우씨는 화를내지 않습니다. 우아하게 생각합니다. 어떻게 둘이 만나게 되었는지 서로 재연해 보기도 하고 배우자가 바람핀 사실을 실토했을 때 어떻게 반응할 지 연습도 합니다. 

항상 아름답게 치파오를 차려입는 첸 부인

일을 그만두고 무협소설을 쓰기로 한 차우씨는 호텔 방 2046호를 빌려 소설을 씁니다. 혼자서는 써지지 않지만 평소 무협소설을 즐겨 읽는 첸 부인의 도움을 받아 쓰게 되면서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도 많아집니다. 서로에 대한 감정이 싹트지만 첸 부인은 애써 무시하면서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고 합니다. 첸 부인과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차우 씨는 둘 사이의 이별 연습을 하기로 합니다. 이 때 첸 부인은 무너지면서 서럽게 눈물을 흘립니다. 그녀 역시 차우씨를 사랑했다는 것을 깨 닫게 됩니다. 하지만 그들은 딱 여기까지입니다. 그들과는 다르기 위해 애쓰는 것인지 몰라도 슬픈 사랑으로 덮어버리고 맙니다.

본인이 세들어 살던 집을 사 다시 살게 된 첸 부인

시간이 흘러 차우씨도 호텔방을 떠나고, 첸 부인 역시 이사나간지 오래입니다. 그러다 이민가는 집주인을 찾아온 첸 부인. 이전에 살았던, 그와의 기억이 있는 집으로 돌아와 삽니다. 이웃과 잘 지내던 시절도 갔습니다.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릅니다. 또 시간이 흘러 본인이 살던 집을 차우씨가 찾아옵니다 그는 새로운 집 주인으로부터 옆 집에 아들과 혼자사는 여자가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첸 부인이라는 것을 차우씨는 알지 못하지요.

 

영화의 끝은 캄보디아 앙코르 왓트에서 막을 내립니다. 옛날에는 비밀이 생기면 나무에 구멍을 파 비밀을 얘기하고 진흙으로 메꿨다는 이야기를 들은 차우씨는 자신의 비밀을 앙코르와트의 구멍에 이야기하고 흙으로 막아버립니다. 아름답지만 슬픈 사랑이야기.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던 비밀이야기. 화양연화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자 슬픈 순간의 역설을 말하는 영화입니다.

 

아름답고 따뜻하면서 슬픈 색감입니다.

-추가-

화양연화는 삭제 장면이 상당히 많은 영화라고 합니다. 조금만 인터넷 서치를 해보면 왕가위 감독의 코멘터리가 있는 삭제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삭제 장면이 상당히 많은 내용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몇 장면을 보니 마치 또 다른 영화를 한 편 본 듯한 기분이 듭니다. 영화 본편에서는 둘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나오지 않습니다. 자꾸 그들과 다르다고 못 박는 첸 부인 때문에 어쩌면 둘 사이에 아무일도 안 일어났을 것이라는 해석도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그러나 삭제 장면에서는 둘이 호텔 방에서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나와버려 영화 내용에 못을 박습니다. 차라리 삭제 장면을 보지 말걸 하는 후회도 들었습니다. 아름답고 모호하게 묘사되는 연출 방식이 더 좋았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또 다른 결말을 본다는 생각으로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또 다른 삭제 장면에서는 차우씨의 새로운 애인도 등장합니다. 싱가포르 여가수와 만나던 차우씨는 콧수염도 기르고 나팔바지도 입는 등 어수룩한 모습에서 멋있는 남자로 변했습니다. 첸 부인을 잊지 못하는 마음에 지금의 애인인 여가수에게 상처도 주는 나쁜 남자가 되지요. 첸 부인 역시 치파오를 더이상 입지 않고 서양식 복식을 입습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재회장면도 나옵니다. 비밀을 묻는 장면에 등장했던 앙코르와트에서 재회를 합니다. 하지만 여기서는 첸 부인은 남편을 따라 아들과 캄보디아에 왔습니다. 바람을 피웠던 남편의 과거를 묻고 다시 내조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는 화양연화의 여운이 컸다면 삭제장면을 굳이 찾아보는 것을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아름다운 기억은 그대로 묻는게 좋을 때도 있으니까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작은 아씨들  (0) 2020.09.11
청춘의 거친 삶 아비정전  (0) 2020.09.07
난해한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해석해보기  (0) 2020.09.06
인셉션 결말 해석과 논란 종결  (0) 2020.08.27
이지 걸. 여름날의 기억  (0) 2020.08.19

넷플릭스에 대문에 걸린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보았습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이언 리드의 "I'm thinking of ending things"라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으로 유명한 찰리 코프만의 감독과 연출, 그리고 평소 애정하는 배우 토니 콜렛의 출연으로 주저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긴장을 얻고 싶어 선택한 영화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는 세상 난해한 기분을 지울 수 없어 잘못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89%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은 영화이기에 분명 무언가를 놓친것이 분명하다 싶어 다시 한 번 영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배경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자 그제서야 이해가 되면서 갑자기 영화가 재밌어 졌습니다. 해당 글은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먼저 보시고 해석을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스포일러에 대해 상관이 없으신 분은 설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시는 것이 더 영화를 즐길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밝은색의 옷을 입은 여자

-줄거리-

우선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설명먼저 시작하고자 하지만 다른 영화와는 달리 줄거리 설명이 크게 의미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남자친구 제이크와 자동차를 타고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면서 시작됩니다. 부모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줄 생각에 들뜬 제이크와는 달리 여자친구는 제이크와의 관계에 대해서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라고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이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면서 집에 돌아갈 걱정이 많은 여자친구에게 제이크는 타이어 체인이 있다면서 안심시킵니다. 둘은 여러 주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이야기를 하며 자동차 여행을 합니다.

눈보라를 헤치며 자동차 여행을 하는 제이크와 여자친구

여자와 제이크는 집 집에 도착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부모님이 2층에서 내려오시질 않습니다. 집은 음산하지만 마치 그 분위기를 깨기라도 하는 듯 강아지가 지미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강아지가 눈을 털려고 몸을 흔들어대는데 좀처럼 멈추질 않습니다. 그 순간 제이크의 부모님이 내려와 여자를 맞이합니다. 제이크의 엄마는 여자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그녀의 그림 작품, 그녀의 논문, 제이크와 만나게 된 일. 그녀는 직업도 참 많습니다. 화가이자 양자 물리학에 대해 논문을 쓰고, 웨이트리스 일도 합니다.  제이크의 부모님은 어딘가가 어색합니다. 신경질적으로 웃기도 하고 말을 어눌하게 하기도 하고, 더듬기도 합니다. 여자가 제이크의 집에서 저녁을 보내는 동안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제이크의 부모님이 젊어졌다가 늙어지기도 하고, 제이크에게 낭독해줬던 직접 지은 시가 제이크 방에서 시집으로 발견됩니다. 제이크의 부모님에게 보여줬던 자신의 그림을 제이크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하고, 아까 분명히 눈을 털며 여자 앞에서 몸을 흔들었던 강아지 지미가 이번에는 유골함으로 나타납니다. 

음산한 분위기의 제이크 부모님의 집

이 둘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 눈보라 속에서 차를 몰다가 아이스크림집을 발견합니다. 이런 눈보라속에서 영업을 하는 가게가 궁금해 추운 날씨임에도 아이스크림을 삽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이상합니다. 궁금증에 산 아이스크림이지만 눈보라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은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다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을 버리러 제이크는 본인의 모교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겠다고 합니다. 여자는 마지못해 제이크를 따르지만 결국 제이크를 찾기 위해 그의 모교로 들어갑니다. 여자는 학교에서 다행히 한 청소부를 만납니다. 그리고 다행히 제이크를 찾아냅니다. 이 청소부는 영화가 진행되는 중간 청소하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간간히 등장하다 갑자기 눈보라 속 자동차에서 나체로 등장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제이크의 부모님

그러다 갑자기 영화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여자와 제이크를 닮은 남녀가 등장해 춤을 추더니 갑자기 늙은 변장을 한 제이크가 뮤지컬 처럼 노래를 부르며 노벨상을 받고 똑같이 늙은 변장을 한 여자친구, 부모님,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등 많은 사람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영화가 끝납니다. 

손님으로 갔지만 저녁 상까지 치우게 된 여자친구

-해석-

자, 여기까지의 줄거리를 보시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한가득입니다. 계속 등장하는 청소부는 누구이며, 여자주인공은 도대체가 이름이 루시인지, 루이자인지, 이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이름이 등장하는 이는 제이크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는 마치 여자가 주인공인 것처럼 서술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덫입니다. 주인공은 제이크입니다. 그리고 이 청소부가 바로 제이크 이지요. 여자는 모두 제이크의 상상입니다. 청소부 제이크가 젊은 시절의 자신과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상상하는 영화입니다. 아마 스스로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상상하는 것이겠지요. 어려서 부모님의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청소부가 된 그는 청소를 하는 일이 곧 그의 세계입니다. 청소부 제이크를 놀리는 못된 여학생들이 바로 상상속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이고, 랜덤하게 전화오는 여성의 이름이 곧 자신의 여자친구의 이름이 됩니다. 그녀의 직업이 화가일까, 학생일까, 웨이트리스일까 이것 저것 바꿔 보면서 상상해보고, 자신이 어릴적 감명깊게 읽은 시를 여자친구가 자신을 위해 지은 시인 것 마냥 상상해 봅니다. 자신이 지하실에서 그렸던 그림은 여자친구의 작품인 것 처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또, 부모님이 점차 늙어감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 그에 따라 여자친구의 상황도 바뀌겠지요. 

눈보라속에서 겨우 부모님 집에 도착한 제이크와 여자친구

청소일을 하며 늙어간 제이크는 결국 루시같은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그저 겨울철 추운 날에도 걸레질을 해야 하는 겁니다. 상상으로는 부모님의 기대에 따라 노벨상도 타고 아름다운 여자친구도 만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마치 뮤지컬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만, 자신의 인생이 마치 부모님의 농장에서 산채로 구더기에게 뜯겨 죽은 돼지와 다름 없이 느껴집니다. 농장에서는 죽음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제이크는 인생을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는 눈이 날리고 알 수 없는 춤을 추는 사람들

-결론-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관객들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은 영화 입니다. 원작 소설을 읽은 분들은 이해가 더 빨랐다고 합니다. 장르는 호러라고 나오지만 그보다는 그저 다크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해석을 알기 전에는 너무 난해하고, 대사 하나하나의 내용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전혀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대체 화가와 양자역학과 노인학의 상관관계가 뭐지, 왜 루시는 이 일을 한 번에 다 하는거지 뭐 이런 식의 해석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이는 제이크의 입맛 따라 그 때 그 때 바뀌는 상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얼핏 보면 이별을 생각하는 여자의 독백 같지만 실은 인생과의 이별을 생각하는 늙은 청소부의 이야기 입니다. 해석을 보니 비로소 로튼 토마토의 높은 평점이 이해가 됩니다. 모두들 해석을 보고 영화를 즐기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청춘의 거친 삶 아비정전  (0) 2020.09.07
아름다운 시간 화양연화의 결말  (0) 2020.09.07
인셉션 결말 해석과 논란 종결  (0) 2020.08.27
이지 걸. 여름날의 기억  (0) 2020.08.19
마담 싸이코  (0) 2020.08.13

인셉션은 2010년 개봉한 이미 개봉한지 10년이 넘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탄탄한 스토리라인과 어색하지 않은 CG 그리고 훌륭한 액션씬은 아직까지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개봉 당시 결말에 대해서 이런 저런 논란이 많았지만 개봉 8년만에 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이 입을 열어 논란을 종결시켰습니다. 인셉션의 줄거리에 대해 설명하고 결말 해석에 대해 설명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꿈의 시작

인셉션은 사전적 의미로는 시작, 개시의 의미를 갖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조금 다릅니다. 바로 꿈 속에 다른 생각을 심는 것을 말합니다. 코브와 아서는 주요 인사의 꿈속에 들어가 그들의 생각과 정보, 비밀을 캐내는 일을 합니다. 그러다 사이토의 제안으로 반대로 생각을 심어 놓는 일을 하게 됩니다. 사이토의 경쟁사인 피셔의 회사를 작게 나누고자 하는 생각을 피셔에게 심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임종을 앞둔 아버지와의 관계를 이용하기로 합니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고 어렵기 때문에 꿈을 한 번 꾸는 것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꿈을 꿀 때마다 시간이 곱절로 늘어나 흐르게 되는데, 현실에서는 10시간이, 꿈 속에서는 일주일, 그 꿈 속에서는 6개월, 또 그 꿈 속에서는 10년이 흐르게 됩니다. 모두들 하고 싶어하지 않지만 코브는 이 일을 해야하는 이유가 너무도 많습니다. 미국에 아이 둘을 두고 왔는데, 부인을 죽였다는 죄목 때문에 미국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이토는 이 일을 성사시키면 현상수배범 목록에서 코브를 빼준다고 약속합니다. 이 일을 도와줄 임스와 유수프 그리고 아리아드네까지 합류해 일을 진행하기로 합니다. 

코브의 과거

코브의 꿈 속에서는 이미 죽은 아내 맬이 자꾸 등장합니다. 이 둘은 과거 심연 속의 꿈을 실험해보고자 림보까지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서 50년의 세월을 보냈고, 꿈 속에 안주하기 시작한 아내 맬은 현실로 돌아가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맬의 생각을 바꾸기 위해 코브는 아내에게 인셉션, 즉 생각을 심는 일을 벌이게 됩니다. 이 일로 아내는 꿈을 인지하고 현실로 돌아가기로 결정합니다. 이 림보 속에서 코브와 맬은 기차 선로에 머리를 대고 죽어 꿈에서 깨어나지만 현실에서도 꿈과 혼동하는 맬은 결국 현실로 또 돌아가야 한다며 호텔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맙니다.  이런 과거를 갖고 있는 맬은 이들의 작전 속에서도 차질을 빚지만 결국 아리아드네의 도움으로 기억속의 아내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꿈.

우선 꿈을 꾸기 위해서는 잠을 자야 합니다. 적어도 10시간이 확보 되어야 충분한 꿈을 꾸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마침 LA로 가는 10시간이 넘는 비행을 하는 피셔를 따라 비행기 속에서 모두 잠에 빠집니다. 비가 오는 어느 도시에 도착한 그들은 피셔를 납치해 아버지가 숨겨둔 유서가 있다는 금고의 비밀번호를 말하도록 합니다. 피셔의 삼촌으로 변장해 가면서 까지 삼촌을 인질로 삼아 피셔를 협박합니다. 무슨 영문인지 알 수가 없는 피셔는 아무 숫자나 말합니다. 그러나 계획과 다르게 피셔의 무의식은 이들 무리를 계속 공격하게 되고 설상 가상으로 코브의 무의식까지 겹쳐 난데없이 기차가 들이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이토는 치명적인 총상을 입게 되고, 약물을 통한 꿈을 꾸기 때문에, 이 꿈에서 죽으면 림보라고 불리는 꿈 속의 아주 깊은 심연에 빠져 영영 깨어날 수 없는 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피셔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존재들을 피해 도망다니면서 이들은 또 다시 두 번째 꿈을 꾸고, 밴을 운전하는 유수프는 적절한 타이밍에 그들을 깨우기 위해 벤을 강으로 떨어뜨립니다. 이들이 킥이라고 부르는 것은 어딘가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으로 바로 잠에서 깨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벤이 강에서 떨어지는 짧은 시간 동안 꿈 속의 시간은 더 빠르게 흐르기 때문에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꿈.

두 번째 장소는 호텔입니다. 여기서도 계속 피셔의 무의식의 공격을 받습니다. 더이상 진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코브는 아예 피셔에게 이 상황이 꿈이라는 사실을 알리면서, 본인은 피셔의 생각을 훔치려는 자로부터 피셔를 보호하기 위한 경호원이라고 말합니다. 실은 삼촌 역시 납치당한 연기를 한 것이라며 삼촌의 진실을 알기 위해서는 또 다시 꿈에 빠져야 한다고 설득을 합니다. 이 두 번째 꿈에서는 아서만 남고 모두가 잠에 듭니다. 아서역시 남아서 적절한 타이밍에 꿈에 빠진 이들을 깨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꿈.

이들은 모두 아버지의 금고가 있는 눈 덮힌 설원에 도착했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코브의 무의식속 아내 맬이 등장해 피셔를 죽여 버립니다. 피셔가 죽었으니 계획이 실패했지만 이들은 또 한 번의 꿈을 더 꾸어 일을 해결해 보기로 합니다. 총상이 심해 죽은 사이토 역시 데려올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네 번째 꿈.

이 꿈은 코브의 꿈입니다. 코브가 과거 부인 맬과 함께 만들어낸 세계에서 코브와 아리아드네는 피셔와 사이토를 찾으러 갑니다 피셔는 무사히 찾았지만 맬이 순순히 피셔와 코브를 보내주려 하지 않습니다. 이 때 깨어날 시간임을 알리는 노래가 들리고, 아리아드네와 피셔는 먼저 깨어납니다. 

킥과 현실

세 번째 꿈에서는 임스가 설치한 폭발물로 잠에 든 모두가 건물에서 떨어지면서 네 번째 꿈에서 깨어납니다.

첫 번째 꿈에서는 벤이 강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두 번째 꿈에서는 무중력 상태가 됩니다. 중력이 없으니 킥도 만들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아서의 임기응변으로 엘리베이터 바깥에 폭탄을 터뜨려 순간적으로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게 만들어 중력을 만들어 세 번째 꿈에 있는 사람들도 깨웁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꿈에서는 벤이 강물에 떨어지는 순간 그 충격으로 또 모두가 깨어납니다. 코브만이 꿈에 남아서 사이토를 데려오고자 합니다. 이 부분은 영화의 첫장면이기도 합니다. 깊은 꿈 속의 심연은 바닷가로 이뤄져 있습니다. 마치 그곳에 조난된 것처럼 깨어난 코브는 알 수 없는 사람들에게 이끌려 한 노인 앞에 다다릅니다. 이 노인은 코브가 지니고 있는 팽이를 보면서 아주 예전에 꿈 속에서 본 적이 있다고 합니다. 이 노인은 본인이 꿈속에 있다는 것을 모릅니다. 아주 오랜시간동안 심연의 꿈 속에 살면서 다 늙었고, 그를 데리러 코브가 왔다는 것을 알아챈 노인은 총으로 손을 뻗습니다. 다음 장면이 나오지는 않지만 잠에서 깨어나기 위해서는 아마 총을 머리에 겨눠 자살했을 것입니다. 모두들 무사히 잠에서 깨어나고 비행기에서 내립니다. 코브는 무사히 입국 심사대를 통과해 아버지를 만나 집으로 돌아갑니다. 팽이를 한 번 돌리고 그토록 보고 싶어했던 아이들을 만나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토템

이 마지막 장면이 바로 논란의 장면입니다. 이 팽이는 토템으로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코브는 영화 초반에 아리아드네에게 이 팽이를 보여주면서 아내의 토템이라면서 꿈 속에서는 팽이가 절대 멈추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팽이가 계속 돌아가고 화면이 끝나기 때문에 관객으로 하여금 현실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결국은 꿈이었나 하는 물음표를 남기며 충격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팽이가 비틀거린다 하는 식의 허술한 의견까지 등장하면서 이에 대해서 여러 추측이 난무 했으나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직접 해명한 부분과 영화 스토리 구성상의 해석으로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째, 팽이는 맬의 토템이지 코브의 토템이 아닙니다. 그러면 코브의 토템은 무엇일까요? 바로 그의 토템은 반지입니다. 맬과의 결혼반지를 토템으로 삼은 코브가 얼마나 맬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꿈 속에서 코브는 반지를 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반지를 끼고 있지 않습니다. 현실에는 맬도 없으니 반지는 곧 맬이라고 해석해도 무난할 것 같습니다. 

 

둘 째, 마이클 케인이 나온다면 현실이다. 이 점은 크리스토퍼 놀란이 직접 말한 부분입니다. 코브의 아버지로 나오는 배우 마이클 케인이 인셉션의 대본을 읽고 이해가 안된다며 직접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에게 물어보았다고 합니다. 그러자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깔끔하게, 당신이 나오면 현실, 아니면 꿈. 이라고 답했다고 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름다운 시간 화양연화의 결말  (0) 2020.09.07
난해한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해석해보기  (0) 2020.09.06
이지 걸. 여름날의 기억  (0) 2020.08.19
마담 싸이코  (0) 2020.08.13
중경삼림  (0) 2020.08.09



넷플리스에 영화 이지걸이 스트리밍 되었습니다. 이지걸은 프랑스 영화로 16살의 나이마의 여름방학을 그려내는 영화입니다.


프랑스 칸에서 사는 16살의 나이마. 나이마가 사는 곳은 유명한 관광지이기 때문에 여름에는 관광객들로 들끓습니다. 아마 그 때문에 여름날의 설레임이 더 배가 되었을 듯 합니다. 어머니는 그런 관광객들을 위해 호텔에서 일하고, 나이마는 칸에 방문하는 화려한 배우들을 봐서 그런지 배우가 되길 희망합니다. 절친 도도와 함께 대사를 연습하면서 꿈속에서 사는 순수한 소녀 나이마에게 한 여름날 한 손님이 찾아오면서 변화가 생깁니다.


22살의 소피아는 나이마의 사촌언니입니다. 파리에서 살던 소피아는 여름을 보내기 위해 칸의 나이마의 집에서 함께 살게됩니다. 어린 나이이지만 비싼 명품을 잔뜩 갖고 있는 소피아는 나이마에게 샤넬백을 선물로 건넵니다. 엉덩이 위에 현재를 살라는 Carpe Diem을 새겨넣은 소피아는 도대체 파리에서 무슨 일을 하길래 명품이 이리도 많은걸까요. 


소피아는 길거리에서 남자들이 추파를 던지던 창녀라고 욕을 하던 아랑곳 않습니다. 그런 남자들에게 열을 내는 나이마와는 다르게 소피아는 오히려 나이마를 다그칩니다. 이제 막 첫 연애를 끝낸 나이마에게 남자로부터 배운게 없냐면서 충고를 합니다. 소피아는 남자로부터 원하는게 뭘까요.


소피아는 그렇게 길거리의 남자들에게는 초연하지만 요트위해서 생활하는 부유한 남자들이 눈에 밟힙니다. 어느날 밤 그 요트로 초대를 받습니다. 요트의 주인 필리프는 친구 앙드레와 함께 칸에서 휴양을 보내는 중입니다.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부자가 됐는지는 어슴푸레 짐작만 할 수 있습니다. 필리프는 골동품을 수집하고, 앙드레는 그런 골동품과 부자들을 연결해주는 일을 하는 듯 합니다. 


나이마는 도도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 부유한 중년들과의 자리가 싫지 않습니다. 처음 접해보는 세계여서 그런듯 합니다. 부유한 친구를 둔다는 것은 마다할 일은 아닙니다.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아마 필리프와 앙드레가 동등한 친구라기 보다는 수직적인 상사와 고용인 관계인걸 알아채서 그런걸까요. 무슨 일이든 필리프가 요청하면 앙드레는 군말않고 합니다. 나이마와 소피아를 성가셔하던 요트에서 일하는 직원이 실수를 한 나이마를 다그치자 항상 상냥해보이던 앙드레가 등장해 자신의 손님에게 사과하라며 직원을 매섭게 혼냅니다. 이 요트는 계급이 너무 뚜렷합니다.


골동품일로 알게된 부자 친구 칼립소의 집에 초대받은 나이마, 소피아, 앙드레, 필리프. 함께 식사를 하다 소피아는 칼립소로부터 질문을 받습니다. 나이가 22살 밖에 안됐고 이미 예쁘면서 왜 그렇게 성형수술을 많이했냐고 묻습니다. 기분나쁘면 미안하다고 하지만 명백히 소피아를 공격하기 위한 질문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 소피아는 그에 오히려 고맙다고 답합니다. 자신에게 예쁘다고 해줬기 때문이지요. 화제를 돌리려는듯 소피아는 바다를 보니 마르그리트 뒤라스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이에 칼립소를 비롯해 필리프까지 비웃듯이 웃습니다. 칼립소는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어떤 작품을 제일 좋아하냐고 꼬치꼬치 캐묻습니다. 마치 소피아는 그런 작품을 알 리가 없다는 투로 말이지요.


나이마는 어느새 그들의 삶을 선망합니다. 엄마도 나이마의 변화에 대해 눈치를 채고 걱정을 합니다. 함께 오디션을 보기로했던 도도와의 약속도 깨버린채 앙드레에게 당신의 삶을 살고 싶다고 말합니다. 그런 앙드레는 오히려 자신의 삶이 좋지 않다고 말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필리프의 삶은 진실되지 않은 것 같거든요.


필리프는 아름다운 물건을 대하듯 소피아를 대합니다. 그녀의 아름다움을 모두 취하고는 그녀를 도둑으로 몰아세우며 요트에서 쫓아내버립니다. 물론 필리프는 도둑맞은 물건이 없습니다. 그저 본인이 편리한 방법으로 소피아와의 관계를 끝내버린 것입니다. 관계라고 할 것도 없을 듯 합니다. 


나이마의 여름방학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소피아는 다시 파리로 돌아갔고, 나이마는 엄마가 일하는 호텔에서 요리사로 인턴을 시작합니다. 필리프에게 선물로 받았던 값비싼 물건들은 팔아버리지만 소피아에게 선물받았던 샤넬백은 기념이라면서 둡니다. 아마 다시는 잊지 못할 여름날을 기억하기 위한 것이겠지요.




이 영화는 여성 감독 레베카 즐로토브스키가 제작했습니다. 재밌는 점은 각본에 소피아 역의 자히아 드하르가 참여했다는 점입니다. 자히아 드하르는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인으로 과거 유명 축구선수와의 스캔들에도 휘말린 배우라고 합니다. 처음 모델로 데뷔하고 패션 디자이너일까지 한다고 합니다. 


과거 치마 폭이 짧은 여성이 계단을 올라가는 모습의 짤을 지나가다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이 짤의 장본인이 바로 자히아 드하르라고 합니다. 때문에 구글 자히아 드하르 연관검색어에 '자히아 드하르 계단'이 을 볼 수 있습니다. 여배우로써는 살짝 민망한 사건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난해한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해석해보기  (0) 2020.09.06
인셉션 결말 해석과 논란 종결  (0) 2020.08.27
마담 싸이코  (0) 2020.08.13
중경삼림  (0) 2020.08.09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0) 2020.08.03


작년에 개봉한 마담 싸이코가 넷플릭스 스트리밍을 시작했습니다. 영어 원제는  Greta로 여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영화는 뉴욕의 지하철에서 누군가 두고내린 가방을 발견한 프랜시스(클로이 모레츠 역)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상당히 고가의 가방으로 보이는데, 미국의 경우 이런 소지품을 발견했을 경우 훔쳐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나, 타지에서 올라온 순수한 프랜시스는 기꺼이 가방의 주인을 찾아주기로 합니다. 지하철의 분실물센터는 문을 닫아 프랜시스는 가방을 집까지 가져가 다음날 주인에게 직접 가져다주려고 합니다. 프랜시스의 룸메이트이자 절친인 에리카(마이카 먼로)는 뉴욕의 지하철에서 주인없는 가방을 발견했다면 폭탄테러임을 의심하고 손도 대지 않는 법이라며 정 많은 프랜시스가 한심해 보여 가방에 든 현금을 사용하라고 하지만 프랜시스는 그런 철부지 에리카가 한심해보입니다. 


가방속 신분증의 주소까지 찾아가니 나이가 들었지만 우아한 여성이 문을 열어줍니다. 프랑스에서 온 여자 그레타(이자벨 위페르)는 정말 고맙다며 프랜시스에게 차를 대접하고 함께 음악을 들으며 피아노도 쳐 줍니다. 돈도 많고, 지적이며 우아해 보이는 그레타 이지만 지독한 외로움은 처음 만난 프랜시스에게도 느껴졌나 봅니다. 프랜시스가 느꼈을 감정은 동정심이었을까요, 그레타에 대한 선망이었을 까요. 이 둘은 절친한 친구가 됩니다. 함께 그레타의 반려견을 고르러 가기도 하고, 집에서 요리도 해먹으며 시간을 보냅니다. 먼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딸의 부재를 느끼는 그레타와 돌아가신 어머니의 품을 그리워하는 프랜시스는 서로에게 맞는 짝이라고 생각하며 더없는 친구가 됩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레타의 집에서 함께 저녁을 만들며 시간을 보내던 프랜시스가 그레타의 선반을 열어보고 깜짝 놀라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그레타에게 찾아주었던 가방이 선반에 가득 차 있고, 모든 가방에는 같은 소지품이 들어있었으며, 가방 마다 그 가방을 찾아주었던 사람의 이름이 쪽지로 붙어 있었죠. 무언가 이상함과 공포를 감지한 프랜시스는 그레타의 재차 묻는 저녁도 마다한채 몸이 안좋다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에리카의 말이 맞았다면서 프랜시스는 다시 에리카와 어색함을 풀고 사이좋은 친구가 됩니다.


이상한 사람을 떨궈냈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레타로부터 끊임없는 전화와 메시지가 옵니다. 재차 무시하던 프랜시스는 본인이 일하는 레스토랑까지 찾아온 그레타를 보고 보통 사람이 아니구나 합니다. 본인만 괴롭히는 것이 아닌 프랜시스의 절친 에리카까지 끈질기게 쫓아가며 스토킹 사진을 보냅니다. 경찰에 신고를 해봐도 직접적으로 해하는 것이 아니니 할 수 있다는 것이 없다는 답변만 듣습니다. 심지어 파리에서 공부하고 있다던 그레타의 딸 니콜라는 파리에는 간 적도 없으며 몇 년 전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되고, 그레타가 프랑스인이 아닌 헝가리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프랜시스의 스트레스는 극도로 심해집니다.


더욱더 심하면 심해졌지 덜해지지 않는 그레타의 스토커 짓에 에리카와 프랜시스는 묘책을 만듭니다. 그레타를 거부해 그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대신 순응적으로 대응하면서 여행을 잠시 떠날 거라고 거짓말을 합니다. 이 묘책이 먹혔는지 그레타는 순순히 알았다고 하면서 따뜻한 포옹을 하고 다시 만나자며 헤어집니다. 프랜시스는 더이상 이어지지 않는 그레타의 스토킹에 신나게 자전거도 타며 뉴욕 거리를 활보합니다. 집에서도 여유롭게 커피를 마시며 잡지를 읽으며 스트레스가 없는 일상을 즐깁니다.


하지만 그레타는 마담 싸이코 입니다. 순수한 프랜시스의 묘책 따위 먹혀들리가 없죠. 프랜시스의 집에 몰래 들어와 짐도 싸지 않은채 여유를 부리는 프랜시스를 보고 거짓말임을 알아챕니다. 그리고 프랜시스의 커피에 약을 타 그녀를 잠재웁니다. 그레타는 프랜시스를  납치해 본인의 집으로 데려갑니다. 피아노 뒤에 있는 비밀의 방 속 상자에 그녀를 가두어 둡니다. 다시 온순해지기로 약속한 프랜시스는 가까스로 방에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그레타는 프랜시스를 마치 어린 딸을 대하듯이 예쁘게 입혀놓고 요리도 가르쳐 줍니다. 이 때 프랜시스는 탈출 기회를 엿보다 그레타를 기절시키고 도망가려하죠. 하지만 그레타의 집은 꽁꽁 잠겨 있어 어디서도 탈출구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지하실에서 갇혀있는 어떤 젊은 여자까지 목격하고 그레타가 놓은 약에 다시 기절합니다.


다시 방에 갇혀버린 프랜시스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된 것은 한참 뒤입니다. 프랜시스의 아빠는 사설탐정을 고용해 프랜시스를 구하려 하지만 그 역시 그레타에게 당하고 맙니다. 프랜시스는 계속 감금되어 있는데, 방 밖에서 또 다른 여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자신의 전철을 밟듯이 이 젊은 여자는 그레타의 덫에 걸린 듯 합니다. 프랜시스는 그 여자에게 날리는 경고이자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칩니다.


이 여자와 차를 마시던 그레타는 갑자기 기절합니다. 이 여자는 바로 에리카로 변장을 하고 그레타의 가방을 찾기 위해 뉴욕의 지하철을 쥐잡듯이 뒤졌던 것입니다.


영화 마담 싸이코는 심리 스릴러 입니다. 그만큼 심장 쫄릴듯한 긴장감을 유발하는 영화인데, 마담 싸이코의 관전포인트는 다름아닌 흐름이 계속 바뀌어 어떤 결말이 날 지 예측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시작은 젊은 여성과 성숙한 여성이 우정을 쌓는 내용처럼 보이나 그레타가 술래가 되었다가, 프랜시스가 술래가 되었다가, 에리카가 술래가 되어 결국 누가 이길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영화를 몰입하게 만든 주요한 요소인 듯 합니다.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인셉션 결말 해석과 논란 종결  (0) 2020.08.27
이지 걸. 여름날의 기억  (0) 2020.08.19
중경삼림  (0) 2020.08.09
엄브렐러 아카데미 시즌 2  (0) 2020.08.03
365 dni  (0) 2020.07.28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