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대문에 걸린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를 보았습니다.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이언 리드의 "I'm thinking of ending things"라는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합니다.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으로 유명한 찰리 코프만의 감독과 연출, 그리고 평소 애정하는 배우 토니 콜렛의 출연으로 주저없이 재생 버튼을 눌렀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가벼운 긴장을 얻고 싶어 선택한 영화지만 영화가 끝났을 때는 세상 난해한 기분을 지울 수 없어 잘못 만들어진 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로튼 토마토에서 신선도 89%로 상당히 높은 평가를 받은 영화이기에 분명 무언가를 놓친것이 분명하다 싶어 다시 한 번 영화에 대해 생각해 보고 배경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러자 그제서야 이해가 되면서 갑자기 영화가 재밌어 졌습니다. 해당 글은 스포일러가 있으니 영화를 먼저 보시고 해석을 찾아 주시길 바랍니다. 스포일러에 대해 상관이 없으신 분은 설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시는 것이 더 영화를 즐길 수 있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밝은색의 옷을 입은 여자

-줄거리-

우선 영화의 줄거리에 대한 설명먼저 시작하고자 하지만 다른 영화와는 달리 줄거리 설명이 크게 의미 있지는 않습니다. 영화는 여주인공이 남자친구 제이크와 자동차를 타고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면서 시작됩니다. 부모님에게 여자친구를 소개시켜줄 생각에 들뜬 제이크와는 달리 여자친구는 제이크와의 관계에 대해서 "이제 그만 끝낼까 해" 라고 계속 머릿속으로 되뇌이면서 생각이 많습니다. 눈보라가 휘몰아 치면서 집에 돌아갈 걱정이 많은 여자친구에게 제이크는 타이어 체인이 있다면서 안심시킵니다. 둘은 여러 주제에 대해서 심도있게 이야기를 하며 자동차 여행을 합니다.

눈보라를 헤치며 자동차 여행을 하는 제이크와 여자친구

여자와 제이크는 집 집에 도착했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부모님이 2층에서 내려오시질 않습니다. 집은 음산하지만 마치 그 분위기를 깨기라도 하는 듯 강아지가 지미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강아지가 눈을 털려고 몸을 흔들어대는데 좀처럼 멈추질 않습니다. 그 순간 제이크의 부모님이 내려와 여자를 맞이합니다. 제이크의 엄마는 여자에게 관심이 많습니다. 그녀의 그림 작품, 그녀의 논문, 제이크와 만나게 된 일. 그녀는 직업도 참 많습니다. 화가이자 양자 물리학에 대해 논문을 쓰고, 웨이트리스 일도 합니다.  제이크의 부모님은 어딘가가 어색합니다. 신경질적으로 웃기도 하고 말을 어눌하게 하기도 하고, 더듬기도 합니다. 여자가 제이크의 집에서 저녁을 보내는 동안 이상한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제이크의 부모님이 젊어졌다가 늙어지기도 하고, 제이크에게 낭독해줬던 직접 지은 시가 제이크 방에서 시집으로 발견됩니다. 제이크의 부모님에게 보여줬던 자신의 그림을 제이크의 집 지하실에서 발견하고, 아까 분명히 눈을 털며 여자 앞에서 몸을 흔들었던 강아지 지미가 이번에는 유골함으로 나타납니다. 

음산한 분위기의 제이크 부모님의 집

이 둘은 저녁식사를 마치고 나와 눈보라 속에서 차를 몰다가 아이스크림집을 발견합니다. 이런 눈보라속에서 영업을 하는 가게가 궁금해 추운 날씨임에도 아이스크림을 삽니다. 그곳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이상합니다. 궁금증에 산 아이스크림이지만 눈보라 속에서 아이스크림을 먹는 일은 그다지 즐겁지 않습니다. 다 먹지 못한 아이스크림을 버리러 제이크는 본인의 모교의 쓰레기통에 버리고 오겠다고 합니다. 여자는 마지못해 제이크를 따르지만 결국 제이크를 찾기 위해 그의 모교로 들어갑니다. 여자는 학교에서 다행히 한 청소부를 만납니다. 그리고 다행히 제이크를 찾아냅니다. 이 청소부는 영화가 진행되는 중간 청소하는 모습만 보여주면서 간간히 등장하다 갑자기 눈보라 속 자동차에서 나체로 등장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이상한 제이크의 부모님

그러다 갑자기 영화는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여자와 제이크를 닮은 남녀가 등장해 춤을 추더니 갑자기 늙은 변장을 한 제이크가 뮤지컬 처럼 노래를 부르며 노벨상을 받고 똑같이 늙은 변장을 한 여자친구, 부모님,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등 많은 사람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영화가 끝납니다. 

손님으로 갔지만 저녁 상까지 치우게 된 여자친구

-해석-

자, 여기까지의 줄거리를 보시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한가득입니다. 계속 등장하는 청소부는 누구이며, 여자주인공은 도대체가 이름이 루시인지, 루이자인지, 이본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정확히 이름이 등장하는 이는 제이크 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힌트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영화는 마치 여자가 주인공인 것처럼 서술합니다. 하지만 이는 모두 덫입니다. 주인공은 제이크입니다. 그리고 이 청소부가 바로 제이크 이지요. 여자는 모두 제이크의 상상입니다. 청소부 제이크가 젊은 시절의 자신과 아름다운 여자친구를 상상하는 영화입니다. 아마 스스로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삶을 상상하는 것이겠지요. 어려서 부모님의 기대를 받았지만 결국 청소부가 된 그는 청소를 하는 일이 곧 그의 세계입니다. 청소부 제이크를 놀리는 못된 여학생들이 바로 상상속 아이스크림 가게 직원이고, 랜덤하게 전화오는 여성의 이름이 곧 자신의 여자친구의 이름이 됩니다. 그녀의 직업이 화가일까, 학생일까, 웨이트리스일까 이것 저것 바꿔 보면서 상상해보고, 자신이 어릴적 감명깊게 읽은 시를 여자친구가 자신을 위해 지은 시인 것 마냥 상상해 봅니다. 자신이 지하실에서 그렸던 그림은 여자친구의 작품인 것 처럼 생각해보기도 합니다. 또, 부모님이 점차 늙어감에 따라 상황이 바뀌고, 그에 따라 여자친구의 상황도 바뀌겠지요. 

눈보라속에서 겨우 부모님 집에 도착한 제이크와 여자친구

청소일을 하며 늙어간 제이크는 결국 루시같은 아름다운 여자친구가 없습니다. 그저 겨울철 추운 날에도 걸레질을 해야 하는 겁니다. 상상으로는 부모님의 기대에 따라 노벨상도 타고 아름다운 여자친구도 만들고 주위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는, 마치 뮤지컬 같은 인생을 살고 싶지만, 자신의 인생이 마치 부모님의 농장에서 산채로 구더기에게 뜯겨 죽은 돼지와 다름 없이 느껴집니다. 농장에서는 죽음이 꼭 나쁜 것만도 아닙니다. 

 

제이크는 인생을 "이제 그만 끝낼까 해" 하고 생각해 봅니다. 

학교에서는 눈이 날리고 알 수 없는 춤을 추는 사람들

-결론-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는 관객들에게 전혀 친절하지 않은 영화 입니다. 원작 소설을 읽은 분들은 이해가 더 빨랐다고 합니다. 장르는 호러라고 나오지만 그보다는 그저 다크에 가깝다고 생각됩니다. 해석을 알기 전에는 너무 난해하고, 대사 하나하나의 내용에 집중하려고 했는데, 전혀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도대체 화가와 양자역학과 노인학의 상관관계가 뭐지, 왜 루시는 이 일을 한 번에 다 하는거지 뭐 이런 식의 해석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저 이는 제이크의 입맛 따라 그 때 그 때 바뀌는 상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얼핏 보면 이별을 생각하는 여자의 독백 같지만 실은 인생과의 이별을 생각하는 늙은 청소부의 이야기 입니다. 해석을 보니 비로소 로튼 토마토의 높은 평점이 이해가 됩니다. 모두들 해석을 보고 영화를 즐기시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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