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씨들

2020년 개봉작 작은 아씨들을 보셨나요. 무려 그레타 거윅의 감독으로 탄생한 영화는 캐스팅 역시 빵빵합니다. 엠마왓슨, 시얼샤 로넌, 플로렌스 퓨, 앨리자 스캔런, 로라 던, 티모시 샬라메, 메릴 스트립의 출연으로 너무 보기 좋은 조합들도 보여줍니다. 감독과 배우에서 우선 한 표 먹고 들어가지만 내용이 작은 아씨들이라는 점에서 이건 꼭 봐야 하는 영화구나 하고 영화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작은 아씨들은 루이자 메이 올컷의 1868년 소설이 원작입니다. 모두들 어린 시절 명작 소설에서 접해본 소설일 겁니다. 하지만 흔히 1부 까지만 접해보고 2부의 내용은 잘 몰랐을 겁니다. 1부는 메그, 조, 베스, 에이미 그리고 로리의 어린 시절을 그리며, 로리의 선생님 존 브룩이 메그에게 청혼하고 끝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엔딩이 끝나는 구나 하고 알았을 겁니다. 하지만 2부에서는 이들이 어른이 되고 좀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보여줍니다. 어린시절 조와 로리는 각별한 사이였기에 이런 말괄량이 조라도 로리와 결혼하겠구나 했겠지만 로리는 에이미와 결혼합니다.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베스는 결국 2부에서는 죽고 말지요. 영화 작은 아씨들은 1부와 2부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넷플릭스에 최근에 업로드 되었으니 관람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1994년작도 있으니 이 점 헷갈리지 마시길 바랍니다. 

그림같은 모습의 작은 아씨들

영화 작은 아씨들은 그레타 거윅의 연출력을 감탄하면서 보게 된 영화입니다. 작은 아씨들은 리메이크 하기 어려운 작품임이 분명할 것입니다. 고전 명작 소설로 자리매김해 줄거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며, 이미 영화화 되었기 때문에 다른 시사점과 시선을 선보였어야지만 가능할 것입니다. 2020년 작의 작은 아씨들은 원작의 구성을 크게 벗어나지도 않습니다. 때문에 배우들의 연기, 영상미에 더 집중하여 볼 수 있었고, 다른 부분에 비해 뒤지지도 않았습니다.

 

-줄거리-

배경은 1800년대 미국의 혼란한 시기입니다. 노예해방 운동이 일어나고, 남북전쟁으로 나라가 어지러웠던 상황입니다. 이 당시의 화목한 가족 이야기 입니다. 네 명의 딸 메그, 조, 베스, 에이미는 각자 개성이 남다르고 사랑스러운 딸들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전쟁터에 나가있으므로 어머니와 네 딸이 함께 삽니다. 어머니는 마음이 따뜻해 크리스마스에도 이웃에게 본인의 아침식사를 내어주며 친절을 베풉니다. 본인도 비록 가난하지만 마치 부인은 친절과 사랑만큼 중요한게 없다고 생각하는 어머니이지요.

 

네 딸은 항상 생기 발랄합니다. 첫 째 딸 메그는 첫 째 답게 성숙합니다. 아름답고, 조신하며 사교계 진출을 앞두고 있습니다. 연기를 좋아해 배우가 되고 싶지만서도 당시 상황으로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둘 째 딸 조세핀은 조라고 불리길 더 좋아합니다. 말괄량이에 선머슴 같은 딸이고 성미도 급합니다. 하지만 글 쓰는 걸 너무도 좋아해 크리스마스 때면 직접 쓴 연극 각본으로 자매들과 함께 무대도 올립니다. 셋 째 딸 베스는 너무나 착하고 내성적이고 조용합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아름다운 피아노 곡을 치길 좋아합니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몸이 약합니다. 그래도 다른 자매들이 너무도 잘 챙겨줍니다. 막내 딸 에이미는 허영심이 많은 아이입니다. 그렇지만 그림에 재능이 있어 그림을 자주 그리곤 합니다. 

 

어느날 옆 집 대 저택에 누군가가 이사옵니다. 엄청난 부호처럼 보이지만 식구는 오직 둘 입니다. 무뚝뚝하고 말 수가 많이 없는 할아버지와 손자 로리. 로리는 부모님도 없고 형제도 없어 외롭지만 곧 네 자매들과 친해져 외로움을 달래게 됩니다. 할아버지도 네 자매들 앞에서만큼은 세상 따뜻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 중 피아노를 쳤던 자신의 딸과 닮은 모습의 베스를 굉장히 아낍니다. 베스를 위해 피아노 선물도 보냈지요. 로리네 저택에는 존 브룩이라는 로리의 가정교사도 있습니다. 가난하지만 젊고, 똑똑한 남자지요. 존 브룩은 아름다운 메그의 모습에 사랑에 빠지고 맙니다. 모두들 축하하는 분위기지만 마치 언니를 빼앗긴 것만 같아 조는 메그가 결혼하는 게 싫습니다. 또 한 사람, 메그의 결혼에 불만을 표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아버지의 누나이자 메그의 고모가 이지요. 고모는 결혼을 하지 않았지만 돈이 굉장히 많습니다. 실은 네 자매의 아버지도 한 때는 부자였으나 가나한 이들을 위해 선의를 베풀다가 점점 가난해지고 만 것이지요. 고모는 이런 마치 가족들이 탐탁지 않습니다. 게다가 당시 사회에서 여성은 일을 할 수 없었기에 딸만 있는 집에서 부자가 되려면 부자 남자와 결혼하는 방법 뿐이 없었기 때문에 가난한 교사 존 브룩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입니다. 더군다나 아름다운 메그라면 더욱 형편이 좋은 남자와 결혼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네 자매들에게 고모는 까칠한 캐릭터로 비춰지지만 실은 물심양면으로 네 자매 가족을 도와주는 사람이 바로 고모입니다. 좋은 남자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 상대로 에이미를 택합니다. 고모는 에이미를 데리고 프랑스로 가 그림 교육과 사교활동을 지원해줍니다. 

조와 결혼을 원했던 로리와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던 조

로리는 조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조는 결혼이라는 것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고모도 결혼 안하고 잘만 사는 걸요. 자신도 글을 써서 돈을 벌 수 있으니 결혼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로리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결혼의 의미와는 다릅니다. 결국 로리를 받아들이지 못한 조는  로리와 사이가 나빠집니다. 조는 뉴욕으로 떠나 학생을 가르치고 신문사에 짧은 글도 기고합니다. 

 

로리는 조에게 받은 상처를 방탕한 생활로 달랩니다. 여자들을 쫓아다니고, 대낮부터 고주망태가 되기 일쑤입니다. 다행히 프랑스에서 로리와 에이미가 재회합니다. 에이미는 부와 재능을 모두 갖춘 로리가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면서 게을러보여 한심합니다. 그러다 둘 사이 감정이 싹트고 로리는 에이미에게 프러포즈를 합니다. 

조는 과연 결혼을 했을까요

-결말-

작은 아씨들의 결말은 슬퍼보이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납니다. 병마를 이기지 못한 베스는 결국 이들 곁을 떠나고 맙니다. 모두들 상실감을 느끼지만 이게 인생 사는 이야기이지요. 원래 에이미 대신 조를 프랑스로 데려가기로 약속했던 고모는 조에게 미안했는지 자신의 저택을 조에게 유산으로 남깁니다. 조는 이 커다란 집에 학교를 만들기로 하지요. 전쟁에서 무사히 돌아온 아버지와 어머니, 생활고에 시달리지만 예쁜 아이 둘을 얻은 메그와 존 브룩 부부, 역시 결혼하고 아기를 낳은 에이미와 로리 부부, 그리고 뉴욕에서 만난 프레드와 함께 대 저택에서 함께 생활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모습으로 영화는 끝이납니다.

 

-추가-

영화에서는 조가 베스를 잃은 상실감을 달래기 위해 자신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신문사에 기고하는 것으로 내용이 시작됩니다. 편집장은 여자 주인공은 무조건 결혼을 해야 한다고 합니다. 여자 주인공은 결혼을 하지 않는 설정이었지만 돈을 위해 결혼을 시키겠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조와 존 브룩은 서로의 마음을 나누고 키스를 합니다. 

 

소설에서는 조는 결혼을 합니다. 루이자 메이 올컷이 밝힌 바에 따르면 조는 결혼을 안하길 원했으나 독자들의 끊임없는 요구에 어쩔 수 없이 결혼을 시켰다고 했습니다. 마치 조와 편집장과의 갈등이 이런 모습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하지만 이제 결혼정도는 여성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그레타 거윅 감독은 이런 질문을 던졌을 것 같습니다. 과연 조는 결혼을 했을까요? 결혼은 순전히 독자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한 장치였을까요? 아니면 당시 결혼을 하지 않고 독립적인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상을 반영한 걸까요? 그렇게 그레타 거윅이 만들어낸 작은 아씨들의 결말은 그 때 쓰지 못했던 루이자 메이 올컷을 대신해 써내려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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