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콤부차. 거품은 발효로 생긴 탄산이 아니라 병에 따르면서 생긴 겁니다...

그간 스코비 없이 콤부차 만들기를 대략 네 번 정도 도전했습니다. 옆에서 콤부차를 병 째로 마시고 싶다는 이들의 요구를 물리치고 시판 콤부차인 아임얼라이브 콤부차와 브루구루의 콤부차를 도대체 몇 병을 까서 홍차에 들이부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세달을 기다려도, 시큼시큼한 냄새는 나고 걸쭉한 덩어리가 생기기는 해도 단단한 스코비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뭔가 처음부터 내 손으로 직접 만들고 싶다는 이유와 주변에 콤부차를 직접 만들는 사람이 없어 스코비를 얻을 곳이 없다는 변명이 함께해 시판 콤부차로 수차례 도전을 했지만 제가 경험 끝에 내린 결론은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는 콤부차로는 정제가 되어서인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코비를 만들 수 없다는 것입니다. 유튜브로 How to make kombucha from scratch, without scoby 즉, 스코비 없이 처음부터 콤부차 만들기, 스코비 만들기를 수차례 검색해보고 영상을 보아도 외국의 그들에게는 GT's 브랜드의 살아있는 콤부차 효모균을 갖고 있는 콤부차가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해당 브랜드의 콤부차가 콤부차의 효모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가만히만 두어도 병 안에서 스코비가 생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없지요. 직구를 하려해도 그 가격이면 스코비를 사겠다는 결론에 도달해 결국에는 인터넷에서 스코비를 구매했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해도 스코비를 판매하는 판매자를 국내에서 찾기 어려웠던 것 같은데, 네이버 쇼핑몰에도 등장하기 시작한 것을 보니 분명 국내에도 수요가 늘었나 봅니다. 

아직 국내에는 들어오지 않은 GT's 의 콤부차

각설하고, 주문한 스코비가 집에 도착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콤부차 만들기에 성공할 것이다라는 다짐으로 콤부차를 제조했습니다. 콤부차 만들기는 이전에 포스팅해 둔 글이 있기 대문에 정확한 레시피는 이 글을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2020/08/10 - [요리] - 콤부차 만들기

 

콤부차 만들기

콤부차 Kombucha 에 대해 아시나요. 주로 한국에서 접할 수 있는 콤부차는 마트 냉장고에서 예쁜 병에 담겨 있는 음료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아직 한국에서 대중적인 음료는 아니지만 요즘의 콤

hoenytipjoey.tistory.com

저는 마지막 시판 콤부차를 넣는 단계에서 시판 콤부차 대신 기다리던 스코비, 그 스코비가 담겨있던 약간의 콤부차를 함께 넣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발효를 시작한 날짜를 써주고 어둡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두어 마무리를 했습니다. 둘째 날 부터 조짐이 보이더니 3일째 부터 콤부차가 생기려 막이 살짝 보였습니다. 일주일만에 완벽하게 하나의 막이 생겼습니다. 겨울이기는 했지만 따뜻한 방에 두어서 인지 생각보다 스코비가 빨리 만들어졌습니다. 스코비가 만들어짐과 함께 당연히 콤부차 발효가 되어 짙고 어두운 색이던 홍차가 밝고, 맑아졌습니다. 시큼한 냄새도 잘 올라왔습니다.

처음으로 만들어낸 콤부차와 스코비. 양이 적어 맛은 조금밖에 보지 못했습니다.

저는 방이 따뜻해서 일주일만에 1차 발효를 끝내고 스코비를 건져 2차 발효를 시작했습니다. 초보자에게는 일주일 정도의 발효가 적당하고, 조금 더 산미를 느끼고 싶다 하시면 며칠 더 발효를 시켜도 좋습니다. 2차 발효와 동시에 건져낸 스코비로 새로운 콤부차 병을 또 만들었습니다. 1차 발효는 몸에 유익한 효모균을 배양하는 과정이었다면, 2차 발효는 효모가 잘 배양된 콤부차에 탄산을 넣고, 다른 맛을 가미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천으로만 막아놓았던 1차 발효와는 달리, 2차 발효에서는 밀봉이 잘돼는 병에 옮겨 담습니다. 가미하고 싶은 과일이나 식물을 이때 함께 넣습니다. 딸기, 망고, 파인애플, 허브, 다 좋습니다.

접혀진 것이 구입한 마마 스코비, 얇은 원형의 스코비가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베이비 스코비다.

2차 발효는 실온에서 1주일 정도 두어 발효를 계속 시켜 탄산을 만든 후 더이상의 발효를 원하지 않는 시점에서 냉장고에 넣어 발효가 멈추도록 합니다. 주의할 점은 실온에서 밀봉된 병에 발효를 시키는 동안 이틀에 한 번은 병뚜껑을 열어 탄산을 빼 줘야 탄산 때문에 병이 깨지는 대형사고를 막을 수 있습니다. 밀봉할 수 있는 병은 네모난 형태보다는 압력에 상대적으로 강한 원형의 병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베이비 스코비와 함께 마마 스코비를 반으로 잘라 총 세개를 만들어 세 병의 발효를 시작했다.

첫 스코비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터라 다음 단계는 3 병으로 늘렸습니다. 이제는 스코비를 무제한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스코비 호텔을 만들고 지인에게 스코비를 나눠 줄 수 있는 그날까지 저는 콤부차를 계속 만들어보겠습니다.

영화 소울

잔뜩 위축된 영화 시장에서 기대도 안했던 인생영화를 만났습니다. 아무 영화에나 인생영화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붙이지 않는데, 저는 영화의 장면 하나하낙 너무도 소중하고 의미 깊게 본 터라 인생영화라는 단어가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영화 소울의 주인공 조의 모습과 영혼 22

재즈 피아니스트 조는 자신이 선망하는 재즈 밴드에 들어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큰 꿈을 안고 있습니다. 그 꿈만을 보고 달려왔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았습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현실 사이에서 적당한 타협도 하여 학교 재즈밴드부를 지도하는 음악선생님을 하며 나름 안정적인 직업도 갖고 있습니다. 마침 학교에서 정규직 제안을 받았으니 그야말로 누구나 부러워 하는 안정된 삶을 차차 갖춰나가고 있습니다. 양복점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아들을 자랑스러워 하며 당연히 아들이 학교 음악 선생님의 정규직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에게는 다른 생각이 있습니다. 아직 이루지 못한 꿈. 바로 유명한 재즈 밴드의 멤버가 되어 함께 무대에 서는 것이지요. 어릴적 아버지와 함께 들은 재즈밴드의 음악이 머리에 박힌 뒤로 조는 재즈 밴드의 멤버가 되는 것만을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조에게 기적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바로 항상 선망하던 그 밴드에서 오디션을 볼 기회가 생긴 것입니다. 그는 항상 우러러만 보던 밴드와 함께 연주를 하며 자신의 연주에 몰입하는 상태에 이릅니다. 자신과 음악만이 존재하는 그 순간이지요. 신이 도운건지 그의 몰입을 알아본건지, 결국 그는 재즈밴드의 무대에 함께 설 기회를 얻게 됩니다. 하지만 여기까지는 고작 영화의 초반부에 지나지 않습니다. 영화 제목인 '소울'이 아직 등장하지 않았지요. 갑작스럽게 죽음의 문턱에 다다른 조는 인생에서 가장 죽고 싶지 않은 날을 꼽으라면 그런 날 혼수상태에 빠집니다. 이때부터 조의 영혼은 인간세계와 사후세계를 넘나드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기발하게 그려지는 사후세계의 모습

 

영화 소울은 인간이 죽는다면 영혼은 어디로 갈까, 영혼이 인간의 몸에 들어오기 전에는 영혼은 어디에 있었을까. 영혼이 돌고도는 시스템은 과연 어떻게 돌아갈까에 대한 고증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보여줍니다. 인간이 극도의 수준으로 몰입했을 때 다다르는 단계와 사후세계를 엮는 방법도 재미납니다. 말이나 글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그들의 세계관을 2차원의 세계에서 풀어내 보여주는 방식 역시 아주 기발합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화두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토픽인 '사후세계'에 관한 영화인지라 그 세계관에 동의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종교와 사상을 떠나 디즈니가 풀어내는 사후게계는 어떤지, 아니면 그저 이미지만으로도 너무나 발랄하고 재미납니다. 뿐만 아니라 인간의 타고난 기질, 성향, 운명이 정해져 있는것인지, 더 나아가 삶의 목적은 무엇인지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확실한 메세지로 전합니다. 물론 아이들이 재미있게 볼 것이란 것은 말해 입아프고, 어른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을 만큼 또 어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무게 역시 잘 다뤘다고도 생각됩니다. 비록 현 상황으로 극장 방문이 어렵겠지만, 후에 각종 스트리밍 서비스에서 지원이 된다면 그때라도 꼭 감상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박작가님의 유튜브 채널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리즘 계에 떠오르는 샛별이 있습니다. 미니멀리스트로 활동하신지는 오래되었으나 우리나라에 미니멀리즘이 소개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니 뭐 새롭다는 의미의 샛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작가님을 처은 알게 된 것은 유튜브였습니다. '누구나 한번쯤 상상한 직업' 이라는 이름의 영상이 유튜브 알고리즘이 자꾸 추천을 하는 통에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부러 무시했습니다. 제목이 퍽이나 재수가 없어보여서 였지요. 뭐 호화 크루즈 타고 세계를 도는 직업이니 뭐 내 직업좀 보고 부러워 하시라는 투로 느껴졌지요. 거기다 날카로운 콧대를 가진 남자가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모습의 썸네일이 재수없어 보임에 한 스푼을 더 얹었다고나 할까요. 하지만 영상을 클릭하는 순간 썸네일로 제가 넘겨짚은 이미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거기에 이끌려 영상을 하나 두개 클릭하다보니 어느덧 그의 책까지 구입해 읽고, 매일 올라오는 영상을 보고 하루를 마무리하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처음 본 박작가님의 영상

그의 책을 읽고, 평범하지 않았던 그의 배경과 삶, 가족,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 박작가님과 실제 친구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뭐 제게는 인터넷 속에 있는 그대이니 그와 그의 부인 미키씨를 구루로 삼으며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여행 많이 다니고 미니멀하게 사는 모습만 보이는 것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 자연주의 삶, 지구를 아끼는 삶, 이런 모습들이 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와 닮아있고 몸소 실천하기 어려운 부분들을 직접 보여주며 제게 크고 작은 모습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박작가님의 책

박작가님은 현재 두 권의 책을 쓰셨습니다. 그 중 첫 책인 <글로벌 거지부부>는 첫장을 펼치자마자 단숨에 읽어내려갈 정도로 흥미진진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도록 하겠습니다만 태국의 공동체에서 디톡스를 하는 내용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덕분에 제 버킷리스트 목록에 디톡스가 올라갈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읽은 부분.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길.

자취방을 정리하고 나오는 과정에서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터라 미니멀리스트가 될 거라 하고 살림을 사지 않게 된 시점에 박작가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스스로도 궁극의 미니멀리스트라고 말합니다. 그만큼 소지하고 있는 짐이 적기 때문이지요. 책에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다만 그의 책을 읽으며 어떠한 흐름과 배경으로 지금의 미니멀리스트가 되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가게 됩니다. 물론 저는 여행중이라면 몰라도 평상시애 박작가님 만큼 미니멀해질 자신은 없습니다. 하지만 박작가님 정도의 영상을 자주 보아야 각성이 되고 짐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하는 생각에 매일매일 박작가님 영상을 보면서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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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xref 와 xclip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두 기능 다 x자가 들어가서 비슷한 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전혀 다릅니다. 하지만 비슷한 맥락에서 주로 같이 사용되고 작업량을 상당량 줄여주기 때문에 아주 유용합니다.

 

xref는 외부참조라고도 하는데, 하나의 도면을 반복해서 사용하게 될 경우, 유용합니다. 예를 들어 평면을 그린 도면을 평면도와 배치도, 그 외에도 여러 도면에서 반복되게 사용하게 된다면 수정을 하게 될 때 마다 매번 반복해서 모든 도면을 수정하면 꽤나 번거로울 것입니다. 하지만 이미지 대신 링크를 넣어두고, 해당 링크만 수정하면 모든 도면에 들어가 있는 링크가 함께 수정이 된다면 일이 간단해지게 됩니다. 이 기능이 바로 xref 입니다. 바로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선 명령어 창에 xref를 입력하세요. 그러면 작은 메뉴바가 뜹니다. 이 메뉴바에서 새로 도면을 불러오기를 누르면 파일을 선택할 수 있는 창이 나옵니다. 이 때 바로 원하는 파일을 선택하고, 원하는 삽입 위치를 입력한 후 확인을 눌러 줍니다. 그러면 어렵지 않게 원하는 파일의 도면이 현재 파일로 불러와져 있는데요, xref로 불러진 도면은 디스플레이 상에서는 살짝 흐리게 나옵니다. 하지만 출력을 하거나, pdf로 내보낼 경우에는 원래의 레이어 값으로 출력되니 괜한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문제는 불러온 xref에서 원하는 부분만 사용하고 싶은 경우입니다. 이 때 바로 xclip명령어가 유용하게 사용됩니다.

 

xclip은 바운더리를 지정해주면 원하는 영역만큼만 도면을 보여줍니다. 우선 명령어 창에 xclip을 입력합니다. 단, 주의할 점은 아무 객체나 xclip이 먹는 것은 아닙니다. 블럭만 먹기 때문에 혹 따로노는 객체를 xclip하고 싶다면 블럭으로 먼저 묶어주어야 합니다. 다만 xref로 불러온 개체는 이미 블럭으로 인식이 되기 때문에 또 블럭으로 지정해 줄 필요는 없습니다. xclip명령어를 입력하면 xclip할 객체를 선택하라고 합니다. 이 때 원하는 객체-블럭 혹은 외부참조로 묶인 객체-를 선택합니다. 새로 바운더리 지정, rectangle을 선택하면 바로 지정한 바운더리만큼만 객체가 보여지게 됩니다. 지정한 바운더리 내부에 객체를 보이게 할 수도 있고, 외부에 객체를 보이게 할 수도 있는데, 이는 바운더리에 표시된 화살표를 누르면 바뀝니다. 

영화 어느가족의 포스터

고레에다 히로카즈라면 이미 국내에서는 흥행 보증수표입니다.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로 국내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고, 바닷마을 다이어리로 힐링을 해주는 영화를 만들어 왔지요. 그의 영화는 가족을 말합니다. 가족이 주는 힘과, 가족이 뺏는 힘. 이번에는 어느가족에 대해 가족이 되는 방법에 대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영화 어느가족은 넷플릭스에서는 스트리밍 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히 왓챠에서는 스트리밍이 되고 있어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영화는 추운 겨울날 오사무와 쇼타가 집 밖에서 추위에 떨며 혼자 놀고 있는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집에 데려오면서 전개됩니다. 언뜻보면 엄마와 아빠, 할머니와 이모뻘 쯤의 가족, 그리고 어린 아들이 함께 살고 있는 듯한 안락한 가족으로 보입니다. 굉장히 작은 집에서 겨울에는 코타츠 밑에 둘러 앉고, 여름에는 푹푹 찌는 더위에도 선풍기를 틀고 한 방에서 함께 이부자리를 펴고 잡니다.

이보다 더 엄마, 아빠, 딸의 모습으로 보일 수 있을까요?

하지만 쇼타는 오사무에게 아버지라고 부르지 않고, 노부야는 어머니 소리에 까르르 웃습니다. 할머니는 성매매 업소에 다니는 손녀딸에게 나무라기는 커녕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합니다. 도대체 어느 가족일까요? 서로가 어떻게 연결된 사이인지 궁금하지만 일단은 그들이 그려내는 일상에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노부야는 분명 부모가 있는 여자아이지만 실종신고 되어 있지 않고, 아이 몸에 잔뜩 있는 상처로 아이의 친 부모에게 아이를 데려다 줄 생각은 없습니다. 아무리 위험해도 자신이랑 함께 있는 것이 더 안전하고, 부모에게 돈을 요구한 것도 아니니 유괴는 아니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누가 이미 버린 것을 주웠다고 도둑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요. 

각자의 화상 자국을 보여주며 닮은 점을 찾아봅니다.

노부야는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이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 다리가 부러져 일을 쉬게 됩니다. 노부야 역시 세탁 업소에서 일해왔지만 시급이 높다는 이유로 잘리고 맙니다. 실질적으로 생활비는 할머니의 연금으로 충당하게 됩니다. 할머니는 연금과 함께 이미 사별한 전 남편의 가족으로 부터 돈을 받아왔습니다. 이들이 사는 집 역시 할머니가 살던 집입니다. 살림살이가 좋지 못하니 쇼타는 도둑질을 해 생필품을 조달합니다. 이 도둑질은 오사무로부터 배웠습니다. 마트에 진열된 물건은 아직 누가 사가지 않았으니 그 누구의 것도 아니라고. 가게가 망하지 않을 정도로만 훔치는 것은 괜찮다고 들은 쇼타는 도둑질에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일이라 새로 생긴 여동생 유리에게는 나중에 가르쳐 준다고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느날 쇼타는 오사무가 이미 주인이 있는 차 속의 가방을 창문을 깨고 훔치는 모습을 보고 머릿속이 복잡해 집니다. 이미 주인이 있는 물건을 훔치는 것은 나쁘니까요.

함께 둘러 앉아 저녁을 먹습니다. 

할머니는 가끔 사별한 전남편이 재혼한 부인의 아들로부터 가끔 돈을 받곤합니다. 전남편의 기일이라는 핑계로 찾아가 돈을 조금씩 받아왔습니다. 그 아들 집에는 딸 둘이 있는데, 둘 째 딸은 아주 발랄해 보입니다. 첫째딸은 유학을 가 있어 얼굴을 통 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할머니는 그들의 비밀을 압니다. 바로 첫째딸 아키가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고 할머니가 보살펴 주기 때문입니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 있는 가족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사이임에는 분명합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가족의 일상을 그려내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디테일 하나하나가 살아 있고, 무엇보다도 따뜻한 감정선을 아주 잘 만들어냅니다. 억지스러운 감동이 아닌 고도의 디테일로 표현이 된 감정이지요. 분면히 불안불안한 상황이지만 왠지 모르게 안정감이 느껴집니다 .이게 바로 가족의 힘일까요. 결국 쇼타가 도둑질로 잡히고 맙니다. 단순히 도둑질만 잡힌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다 잡혀버리고 말지요. 법적으로는 용납되지 않는 사이로 뭉친 사이니까요. 이미 아이를 버렸지만 그럼에도 친부모가 잘 보살펴주는 제 3자 보다는 법적으로 훨씬 우세한것이 현실입니다. 과연 아이에게는 어떤 부모가 필요할까요? 피가 섞여야만 가족이 될 수 있을까요? 

바닷가에 놀러간 가족

현 사회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많이 등장하고는 있습니다. 그냥 같이 사는 것이야 문제가 없지요. 하지만 법적인 문제가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생기기도 합니다. 보살펴주지도 않는 사이지만 단순히 피가 섞였다는 이유로 국가와 대중들은 이들의 손을 들어줍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 어느 가족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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